[경제전망대] 세계경제, 안개 속에서 凍土로

지난 주 초 발생한 미국의 테러 대참사는 피해 당사자인 미국은 물론 전 세계에 엄청난 충격파를 던져주었다. 각국의 경제각료들과 민간 경제학자, 시장 종사자들은 미국의 피해가 자국 경제에 미칠 영향을 발 빠르게 계산하며 향후대책 마련에 분주한 한 주를 보냈다.

우리나라의 민간연구소들도 테러 발생 1주일을 맞아 일제히 분석 자료를 내놓고 대응책을 제시했다. 미국 테러사태가 한국 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것이 대체적인 요지다.


본격 경기회복 2003년 이후로 예상

이번 주로 예정된 미국의 테러 보복 공격이 초읽기에 들어가면서 세계 금융시장은 또 다시 냉각되고 있다.

미국의 공격을 앞두고 주요 선진국의 주식시장에서는 투매가 속출, 주가가 테러 직후 수준으로 반락했다.

영국의 FTSE100지수는 15일 4,755.70으로 전일보다 3.80% 하락했고, 독일의 DAX지수도 전일대비 6.29% 떨어진 4,115.98을 기록했다. 달러화는 엔화 및 유로화에 대해 6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15일 외환시장에서 엔ㆍ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1.26% 하락한 117.35엔으로 급락했다. 영국의 파운드ㆍ달러 환율은 1.472파운드, 독일ㆍ달러 환율은 0.9206 마르크로 마감됐다.

우리나라가 주로 구입하는 두바이유도 배럴당 27달러에 육박했다. 테러사건 발생일인 11일 26.14달러로 뛴 뒤 12일25.30달러, 13일 26.15달러 등으로 상승세를 이어갔다. 북해산 브렌트유는 15일 전일보다 배럴당 0.78달러 오른 29.07달러에 거래되는등 30달러선에 육박하고 있다.

영국의 선데이 비즈니스는 미국이 보복공격의 범위를 확대해 중동지역을 공습할 경우 원유공급이 중단돼 유가는 배럴당 50달러까지 급등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

국내연구기관들은 미국의 테러 사태로 인해 한국경기회복시기가 예상보다 훨씬 늦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본격적인 경기회복은 2003년 이후에나 가능하다는 견해도 나왔다.

한국개발연구원(KDI), 한국금융연구원, 삼성ㆍ현대ㆍLG경제연구소 등은 한국경제 회복시기가 미국의 보복강도와 소요기간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적어도 3∼6개월 정도 늦어질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망했다.

반도체 가격은 그동안 예상수준을 뛰어넘는 하락세를 보였는데 이번 사태로 더 떨어진다면 정보기술(IT)산업의 회복은 더욱 늦어질 수밖에 없다.

삼성경제연구소는‘미국 테러사태가 국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라는 보고서에서 미국의 소비심리 위축, 유가ㆍ환율 불안 등의 여파로 내년 중 국내경기 회복은 어렵다고 전망하고 한국경기의 장기 침체 가능성을 점쳤다.

이 보고서는 특히 "해외 악재에 너무 예민하게 반응하면 경기침체는 더욱 심각해진다"며 "정부는 재정ㆍ금리정책의 시행은 물론 공적자금을 조속히 투입, 내수를 일으켜 국민들의 불안심리를 진정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LG경제연구원의 전망은 더 비관적이다. 내년 경제성장률은 올 해 보다 높을 것으로 예상하지만 그 회복속도가 느릴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본격적 회복은 2003년에나 가능하다는 것이다. 현대경제연구원은 "경기가 내년 4ㆍ4분기에 회복되더라도 경기침체기간은 무려 24개월에 달하며 이는 이전 평균 17개월보다 훨씬 긴 것"이라며 "경기침체의 고통이 예상보다 훨씬 강해진다는 게 문제"라고 분석했다.

물론 낙관적인 전망도 일부 나오고 있다. 미국의 신용평가기관인 스탠다드 앤드 푸어스(S&P)는미 테러 사태가 경제에 혼란을 가져오고 있지만 이는 매우 일시적인 현상이며 조만간 정상궤도로 회복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방위산업, 통신산업 및 자본재 산업 등 일부 산업은 앞으로 수개월간 호황이 예상된다는 것이다.


증시롤러코스트 장세, 정부 비상재정정책

17일(현지시간)에는 테러사건 직후 폐장했던 미국 뉴욕증시가 다시 문을 연다. 국내 증시에는 재개장한 미국시장 움직임이 18일부터 반영되는 만큼 주초 증시에는 뉴욕 증시의 ‘블랙먼 데이’ 시나리오를 예상한 극도의 '눈치보기'가 이어질 전망이다.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을 정도로 혼미한 안개장세는 이 번 주도 내내 지속된다는 얘기다.

지난 주 미 테러대참사의 직격탄을 맞은 주식시장은 주간 하락폭이 13.11%(72.75포인트)에 이를 정도로 대 폭락했다. 전 종목이 사실상 가격제한폭까지 추락한 셈이다. 시장 분위기도 최악이다.

테러사태가 시장에 반영된 12일 종합주가지수는 64.97포인트 추락했다가 다음 날은 23.65포인트 급등했고 다시 14일엔16.96포인트 급락하는 ‘롤러코스트 장세’ 를 보였다.

17일 증시의 오전 장이 열리기 전부터 증권·투신사 사장단 회의가 열리지만 당장 나올만한 대책을 떠올리기가 쉽지 않다.

미국의 테러보복에 대한 비관적 전망과 낙관적 시각이 교차하면서 각종 ‘설’에 지수가 크게 요동치는 불안한 상황이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누구도 테러보복 이후의 경제상황이 어떻게 전개될 지 감을 잡지 못하고 있다는 데 있다.

정부가 비상경제장관회의를 열어 미국의 테러보복 조치 이후의 대책을 논의하는데다 진념 경제부총리도 “22일까지 2차 추경편성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밝히고 있어 주말께면 정부의 재정정책의 방향과 의지를 가늠할 수 있을 듯 하다.

이창민 경제부차장

입력시간 2001/09/18 1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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