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911 테러 대 참사] 자살충돌, 속수무첵이었나?

유관기관 협조 늦고 정보력에도 문제점 노출

미국의 심장부에 대한 피랍기 자살충돌을 막을 수는 없었을까. 이유는 한마디로 초기 대응이 늦었다고 밖에 말할 수 없다.

이에는 군의 ‘군기’가 느슨했다는 비난과 함께 미국의 정보력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함께 나오고 있다.

항공보안 전문가들은 공중납치는 어쩔 수 없었다 하더라도 전투기가 제때 출격했더라면 충돌 직전 여객기를 격추할 수도 있었을 것이라고 말한다.

◁ 세계무역센터 남쪽 빌딩에 피랍여객기 두번째로 충돌하기 직전의 모습.

연방항공청(FAA) 보스턴 센터는 보스턴발 로스앤젤레스행 아메리칸항공 11편 여객기가 이륙한 지 얼마안돼 뉴욕주 올버니 인근 상공에서 정상궤도로부터 남쪽으로 100도(약 21.3m) 왼쪽으로 이탈한 것을 알았다.

또 지상관제요원들은 조종실 마이크로폰을 통해 바보같은 짓을 하지 말라, 너희들은 다치지 않을 것"이라고 흘러나오는 대화 내용을 엿들었던 것으로 크리스천사이언스 모니터지가 전했다.


군기 빠진 군, 경계태세에 문제

시간상으로 올버니 상공에서 무역센터까지 고속 비행할 경우 24분이 소요된다. 무역센터에서 가장 가까운 전투기 기지는 뉴저지주 애틀랜틱 시티로 무역센터까지 18분이면 도달할 수 있다. 출격해서 격추할 때까지 6분이라는 시간적 여유가 있는 것이다.

보스턴발 LA행 유나이티드항공 175편도 무역센터를 향해 북쪽으로 기수를 돌리기전 4분간 애틀랜틱 시티 상공을 비행했다. 그런데 왜 전투기들이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을까.

전문가들은 애틀랜틱 시티 기지가 주방위군 소속이기 때문에 연방 공군처럼 전투기가 비상대기하지 않았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워싱턴의 국방부 건물에 대한 여객기 자살충돌은 더욱 한심하다. 익명을 요구 한국방부 관리는 국방부가 공격받은 지 15-20분이 지나도록 워싱턴 상공에 전투기가 한 대도 없었다고 말했다.

부시 행정부의 신임 합참의장 지명자인 리처드 마이어스 공군 대장은 이번 테러 공격 당시 피랍 여객기가 무역센터의 두번째 건물에 충돌할 때까지 공군이 전투기를 발진시키지 못했다고 13일 상원 군사위원회에서 열린 자신에 대한 인준청문회에서 밝혔다.

그는 또 냉전 때에 비해 현재 우리는 비상경계상태에 있는 전투기들이 훨씬 적다고 초기 대응이 늦은 이유를 해명했다. 청문회에서는 또 여객기들이 납치된 사실을 통보받았으나 통보가 너무 늦었다는 지적도 있었다.

즉 여객기들이 건물을 들이 받기 수분전에 피랍 통보를 받는 바람에 출격한 공군기들이 뉴욕과 워싱턴으로 날아가 사태를 변화시키기에는 시간적으로 불가능했다는 것이다.

마이어스 지명자는 특히 외부의 위협에 대해서는 잘 할 수 있다. 그러나 내부에서 오는 위협에 대해서는 그렇지 못하다고 말했다. 그의 이 같은 발언은 정보력 부재에 대한 간접 비난이자 내부의 적에 대한 우려의 표현이라 할 수 있다.

그의 말을 뒷받침하듯 선데이텔레그래프지는 16일 이스라엘 정보기관이 지난달미 중앙정보국(CIA)에 미국 본토에 있는 매우 눈에 잘띠는 표적들에 대한 대규모 테러공격이 임박했다는 경고를 했었다고 보도했다.

이스라엘 고위정보관리의 말을 인용한 이 신문은 이스라엘 군사정보기관인 모사드의 고위 전문가 2명이 지난달 워싱턴에 파견돼 CIA와 연방수사국(FBI)에 200여명의 테러범들로 구성된 세포조직이 대규모 작전을 준비중이라고 통보했으나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고 전했다.


“내부스파이 있다” 의문 제기

뉴욕 타임스의 저명 칼럼니스트인 윌리엄 새파이어는 이번 동시다발 테러공격에 연루된 `내부의 적(Mole)'이 있을지 모른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그는 `벙커 내부에서'라는 제목의 칼럼을 통해, 테러범들이 세계무역센터를 폭파시킨뒤, 대통령 경호를 담당하는 비밀검찰국(SS)에 암호를 사용해 다음은 에어포스 원(미 대통령 전용기)이라는 메시지를 보냈다면서 이를 둘러싼 여러 가지 의문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테러범들이 부시 대통령이 탑승 중이던 에어포스 원을 공격하겠다는 위협을 알리기 위해 암호문을 보냈다고 설명하면서 이는 테러범들이 미국의 암호체계 및 암호문 전달 노하우를 알고 있었고 특히 대통령의 위치를 사전에 파악하고 있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런 사실들에 비춰볼 때, 테러범들이 SS, FBI, CIA, FAA 등에 비밀공작원을 두고 있었을지 모른다면서 만약 이것이 사실이라면 테러와의 전쟁을 위해 가장 시급히 할 일은 내부 스파이 색출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 공군과 FAA가 자살테러 피랍기를 격추시키지 못한 이유를 수사중이므로 조만간 어디에 문제가 있었는지가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송영웅 주간한국부기자

입력시간 2001/09/19 11:05


송영웅 주간한국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