꿩 먹고 알 먹는 드라마 세트장

지자체 치열한 유치전, 관광수익·도시홍보 일석이조

‘님도 보고 뽕도 따고.’ 요즘 지방자치단체의 드라마ㆍ영화 야외 세트장 유치를 두고 한 말이다.

야외 세트장 유치 건립이 지방자치단체의 수입을 증대시키고 도시와 단체장의 홍보의 장 역할을 톡톡히 하면서 드라마나 영화의 야외세트를 유치하려는 지방자치단체의 노력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지방자치단체의 야외 세트장 붐의 진원지는 경북 문경시다. 문경시는 KBS와 협의를 통해 ‘태조왕건’ 야외 세트를 짓기로 결정하고 99년 6월부터 공사에 들어갔다.

문경새재 도립공원내 2만여평에 고려의 개경궁 등 궁궐과 기와집 48동, 초가집 47동 등 ‘태조왕건’ 문경 세트가 1년여의 공사 끝에 완공됐다. 이전과 다른 것은 드라마 방송을 위해 1회용으로 짓던 세트와 달리 반영구적으로 건립됐다는 점이다. 이 세트 공사에는 30억원이 투입됐다.

드라마 ‘태조 왕건’이 2000년 4월 1일부터 본격 방송되면서 인기가 급상승하자 문경새재 야외세트를 구경하려는 관광객이 몰려들어 엄청난 관광수입과 경제효과를 거둘 수 있었다.

김학문 문경시장은 “드라마 세트가 없었던 99년에는 문경새재공원을 찾은 관광객이 50만명이었으나 세트장이 공개된 2000년에는 무려 332만명으로 6배 이상 증가했으며 입장료 수입도 8억원에서 45억원으로 늘었다”고 말했다.

문경시는 입장료를 제외한 숙박비 등 경제파급효과도 6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태조 왕건’하면 문경을 떠올릴 정도로 이 도시의 명성도 올라갔다.


문경시 큰 이득에 안동·제천시도 유치

이처럼 문경시가 드라마 세트 유치로 많은 이득을 보자 경북 안동시와 충북 제천시에서‘태조 왕건’ 세트 유치에 나섰다.

현재 안동시 안동호 주변에는 목선 여섯 척과 항구, 관아 건물이 들어섰고 제천시에도 포구 모습을 갖춘 ‘태조 왕건’ 세트장이 들어섰다.

이뿐만 아니다. 9월 7일 충주호가 바라보이는 제천시 청풍면 청풍문화재단지내에서는 내년 초 방영될 SBS 대하사극 ‘대망’(극본 송지나, 연출 김종학PD) 야외 세트장 상량식이 성대하게 열렸다.

이 행사에는 권희필 제천시장, 장기훈 제천시의회의장 등 제천시 관계자들이 대거 참여해 야외세트장 유치에 대한 높은 관심을 보였다.‘대망’ 야외 세트장은 8,000여평 규모로 기와집 26동, 초가집 66동이 들어선다. 현재 공정은 80%다.

경기 부천시도 드라마 세트장 유치에 성공했다. 원혜영 부천시장과 SBS 프로덕션 변건 사장은 9월 5일 내년에 방송될 김두한 일대기를 다룬 ‘야인시대’ 야외 세트 건립 조인식을 가졌다.

‘야인시대’ 야외 세트장은 부천시 원미구 상동 일대 2만여평에 일제시대 종로 청계천 일대의 모습을 재현한다. 건물 100여채가 건축되며 교량, 전차, 우마차 등 당시의 시대상을 보여주는 세트도 만든다.

원혜영시장은 이날 조인식에서 “부천시 ‘야인시대’ 야외 세트를 국내 최고의 종합영상 테마파크’로 자리잡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조선 후기 거상 임상옥의 일대기를 담은 MBC ‘상도’(10월 방송예정)의 세트장도 3곳의 지방자치단체에 건립되고 있다. 충남 금산과 경북 상주에 들어서고 있는 ‘상도’ 야외 세트장은 조선후기의 상가와 마을, 무역항 역할을 했던 송도ㆍ의주 포구의 모습을 재현한다.

KBS 안영동주간은 “요즘 하루에도 많은 지방자치단체에서 세트장 유치 문의를 하고 있다”고 지방자치단체의 세트장 유치붐을 설명했다.


구경거리 아닌 종합영상센터 역할 필요

영화 세트장 유치도 치열하다. 경남 거제시는 연말 개봉될 배창호감독의 미스터리 액션물 ‘흑수선’의 세트장을 5억원을 들여 최근 건설했다.

거제시 세트장에는 50년대 당시의 포로수용소와 6ㆍ25전쟁 당시의 모습을 알 수 있는 세트가 들어섰다. 또한 전북 남원시는 임권택감독의 ‘춘향뎐’ 세트를 요즘 관광상품화 하고 있다.

세트 유치 붐이 일고 있는 것은 각 지방자치단체가 단기간에 많은 수입을 올리고 도시에 대한 홍보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세트장이 수입과 명성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이것은 드라마나 영화의 인기에 영향을 받는다. 7월까지 방송된 MBC 사극 ‘홍국영’은 5~8%의 저조한 시청률을 기록해 ‘홍국영’의 세트가 있는 충주시는 관광수입도 못올리고 대다수 시청자들이 세트장이 충주시에 있는 지도 모른다.

그리고 우후죽순격으로 생겨나고 있는 지방 도시의 드라마ㆍ영화 세트장에 대한 문제점도 적지 않다. 당시의 모습을 재현하는 단순한 것이어서 일반적인 구경거리로 전락할 우려가 많다.

미국의 유니버셜 스튜디오처럼 오락과 함께 사람들이 직접 참가하고 교육 효과를 높일 수 있는 종합영상센터로서의 야외세트장 건립이 우선되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배국남 문화부기자

입력시간 2001/09/19 18:13


배국남 문화부 knbae@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