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 클리닉] 성(性)호르몬과 염색체

우리가 '호르몬' 이라고 통칭해서 부르는 물질의 정체는 체내에서 만들어진 다음, 필요시에 혈액속으로 방출되어 본연의 임무를 수행할 장소에 가서그 기능을 발휘하는 물질을 말한다.

호르몬의 특징 중 하나는 아주 소량으로 매우 큰 효력을 발휘한다는데 있기 때문에, 생산되는 양이 조금만 과하거나 모자라도 인체에는 커다란 변화를 나타낸다.

이 호르몬 중에서도 안드로겐 또는 테스토스테론 이라는 이름을 가진 남성 호르몬은 남성의 힘과 근력을 발휘하게 해 주는 원천으로서, 이것이 만들어지는 장소는 부신과 고환이다.

그런데 현대의학의 발달은 생체 호르몬을 인공적으로 합성하는데 성공함으로써, 이제는 호르몬 수치를 인위적으로 조절할 수 있는 단계에까지 이르렀다.

즉, 선천적으로 남성호르몬이 부족한 병이 있거나, 40대 후반에 찾아오는 호르몬 결핍으로 인한 남성 갱년기증후군의 치료목적으로 호르몬을 투여함으로써 건강한 삶을 제공해 줄수 있게 된 것이다.

다만 호르몬이라는 물질이 강한 효과를 나타내기 때문에, 질병의 치료목적 이외에도 사용되어지는 사회적 부작용을 낳았다는 점은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스포츠 관계자들이 운동선수들의 유전자와 호르몬을 검사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만약 여자 운동선수가 안드로겐 보충제를 복용한다면, 남자같은 골격을 가질 수도 있고 따라서 폭발적인 근력을 발휘할 수도 있다. 이 점은 남자 운동선수도 마찬가지여서 지난 올림픽 때에 '벤 존슨'이 복용하였던 '아나보릭 스테로이드' 또한 강한 남자를 더욱 강하게 만드는데 일조를 했다고 볼수 있다.

염색체(chromosom)란 인종, 나아가서는 개개인의 특징을 결정지어주는 물질이다. 즉 사람은 개 또는 공룡과 염색체가 다르지만 큰 의미에서 사람이라는 염색체의 공통분모를 가진다.

그러나 흑인, 백인, 황인등 인종별로, 그리고 각 인종에 포함된 개개인 별로 '나'라는 사람을 특징지워주는 개체 특이성의 차이는 존재한다. 잘 알려진 것처럼 남자의 염색채는 'XY' 이고 여자의 염색체는 'XX'이다.

그런데 1968년, 국제올림픽위원회는 '성별 확인' 절차의 하나로 모든 여자선수는 'XX' 염색체 확인 검사를 받아야 한다는 규정을 만들었다. 1985년도 국제학생경기대회에서는 스페인의 여자 선수 '마르티네스 파티노'가 실격 판정을 받았는데, 이유는 신체적으로는 남성적 특징이 전혀 없었지만 염색체가 XY였기 때문이었다.

이와 반대로, XX 염색체를 가지고 있지만 '부신 생식 증후군'이라는 병에 걸린 태아는 아기가 자궁 속에 있을 때 안드로겐에 반응하여 남자같이 성장한다.

즉, 염색체에 따른 유전학적인 성(sex)과 실제 보이는 외모와 전혀 상반된 경우에 해당된다.

신체와 성의 변종은 이 밖에도 많다. X 염색체가 한 개 밖에 없는 이른바 '터너 증후군'에 걸린 태아는 여자의 몸을 갖게 되지만 난소가 없으며, 반대로 X 염색체가 1개 더 있는 '클라인펠터 증후군'으로 태어난 아기는 성기는 남자의 성기인데 골반의 형태와 호르몬 분비 양상은 여자이며, 수정능력이 없을 수도 있다.

남녀 양성, 즉 남자와 여자의 내외 생식기를 다 가지고 있는 사람도 있다. 이런 '간성(intersex)'이 태어날 확률은 의외로 높다고 한다.

현대의 산업화된 사회에서는 간성 아기가 태어나면 의사가 유전자 검사로 아기의 성별을 판단한 다음에 '진짜' 성에 맞게 성기를 수술하고 호르몬의 분비를 성에 맞춰 조절해 준다.

그러나 비(非)서구 사회에서는 그런 아기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며, 그런 타고난 특징을 바꾸려는 의학적 시도를 적대시한다. 고고학적으로 입증된 바는 없지만, 간성은 선사 시대에도 오늘날과 거의 같은 비율로 태어났을 가능성이 크다.

아마도 선사 시대사회에서는 간성을 '정상화' 시키는 수술을 하고 싶어도 하지 못했을 것이므로, 간성은 사람들의 이목을 끌었을 것이고, 그에 대한 사람들의 반응도 다양했을 것이다.

예를 들면, 상황에 따라 남자나 여자로 받아들이거나(쉬쉬 하면서), 제 3의 잡동사니 성 집단으로 분류하거나, 또는 특별한 사람으로 떠받들었을 것이다.(고대 그리스에서는 남녀 양성을 반신[半神]으로 여겼다)

최근에는 성 전환 수술을 받은 모 연예인이 사람들의 시선을 끌고 있다. 개중에는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 없는 일이라고 부정적인 생각을 가진 사람들도 많이 있는 것 같다.

그런데 자신의 신체적인 성을 정신적으로 받아 들이지 못하고 평생 갈등과 괴로움 속에서 살게 된다면, 이것은 개인적으로는 지극히 불행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왜 본인의 염색체적 성(性)과 그에 따른 자연스런 남성 또는 여성 호르몬의 분비를 정신적으로 받아 들이지 못하는 가에 대한 이유는 분분하지만, 성 의학의 발전이 한 사람의 삶을 구제하였다는 측면만은 부인할 수 없을 듯 싶다.(물론 이런 사람들은 성 전환수술 전에, 정신과 의사나 성 의학자로부터 수술 타당성 여부에 대한 충분한 검증을 받는다)

장광식 강남비뇨기과 원장 kun.doctor.co.kr

입력시간 2001/09/26 1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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