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편한세상… 첨단IT제품 봇물

'입는 컴퓨터' '윈도XP' 등 2002년 겨냥한 신제품 출시

2001년이 아직 3개월이나 남았지만 정보기술(IT)업계는 벌써 2002년 상품 준비로 분주하다. 우리의 생활에 여러가지 변화를 줄 2002년의 첨단 IT상품들은 이르면 10월부터 선보여 사람들을 놀라게 만들 전망이다.


윈도XP

가장 먼저 등장하게 될 IT상품은 다음달 출시 예정인 차세대 컴퓨터 운용체계(OS)인 마이크로소프트(MS)의 ‘윈도XP’이다. 경험(experience)을 뜻하는 XP는 개인용운용체계인 윈도98, 윈도ME와 기업용 운용체계인 윈도NT를 합친 강력한 기능을 갖고 있다.

크게 달라진 기능을 살펴보면 우선 기존 윈도시리즈에서 화면을 가득 메웠던 단축아이콘들이 휴지통을 빼고는 모두 사라졌다. 대신 시작 메뉴가 강화돼 대부분의 기능을 이곳에서 실행할 수 있다.

아무래도 윈도NT의 기능이 접목되다보니 통신에 필수적인 네트워킹 기능이 크게 강화됐다. 특히 화상통신이 가능한 MSN메신저가 추가됐으며 원격관리기능을 통해 멀리 떨어진곳에서도 집에 있는 PC를 조작할 수 있다.

또 요즘들어 보급이 늘고 있는 PDA 및 휴대폰과 데이터를 주고 받을 수 있는 기능도 추가됐다.

문제는 기능이 강력해진만큼 플랫폼인 PC 또한 높은 사양이 필요하다. MS의 권장사양은 펜티엄2400MHz급 이상, 128MB의 메모리이다.

그러나 원활하게 사용하려면 1GHz급의 펜티엄PC와 수십기가바이트의 하드디스크, 256MB의 메모리가 필요할 것으로 보고 있다.

강력한 복사방지장치도 이용자들을 불편하게 하고 있다. MS는 윈도XP에 제품활성화(product activation)라는 복사방지장치를 넣어 놓았다. 이 장치는 윈도XP를PC에 새로 설치한 경우 30일 이내에 인터넷을 통해 사용자 정보를 MS에 전송해야 한다.

MS는 전송받은 데이터를 기초로 해당 사용자에게 인증허가를 다시 인터넷으로 보내고 이 정보를 수신한 경우에만 윈도XP를 지속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 만약 이 절차를 거치지 않으면 30일 이후에 윈도XP는 작동이 정지되며 더 이상 PC를 사용할 수 없게 된다.

더 큰 불편은 MS에서 윈도XP를 PC에 한 번만 설치하도록 제한해 놓은 점이다. 만약 두 번 설치하거나 다른 PC에 설치를 시도하면 윈도XP는 불법복사로 인식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 잦은 시스템이상이나 소프트웨어 문제로 윈도XP를 여러 번 설치해야 하는 경우 이 제한조치는 이용자들에게 독이 될 수 밖에 없다.


X박스

차세대 게임기의 유력한 선두주자로 꼽히는 X박스는 MS가 심혈을 기울여 개발한 가정용 게임기이다. 11월8일 미국 시장에서 첫 선을 보일 이 게임기는 PC와 달리 TV에 연결해 게임을 즐길 수 있다.

전세계 가정용 게임기시장을 휩쓸고 있는 소니의 플레이스테이션2를 겨냥해 개발된 이 제품은 플레이스테이션2보다 2배나 많은 64MB의 메모리와 10GB의 하드디스크를 갖추고 있으며 영화감상도 가능한 DVD플레이어를 장착하고 있다. 가격은 299달러(한화 약 40만원선).

MS는 이 제품 출시를 계기로 대부분의 PC용 게임을 X박스용으로 바꿔 선보일 계획이다. 이를 위해 유명 게임개발사들과 손을 잡고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으며 국내에서도 DDS가 X박스용 게임을 현재 개발중이다.

게임강국으로 꼽히는 한국이 유독 가정용 게임기 분야에서는 불모지로 꼽힌다. 이유는 정식으로 국내에 유통되는 제품이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X박스가 들어오면 판도가 달라질 것으로 보고 있다. 손쉬운 조작법과 뛰어난 그래픽, DVD영화감상도 가능한 다양한 기능 덕분에 PC 못지 않은 보급률을 보일 것으로 관측되기 때문이다. 국내출시는 내년 상반기로 예정돼 있다.


3GHz PC

내년까지는 펜티엄4 PC의 시대가 지속될 전망이다. 문제는 속도. 인텔은 지난 8월20일 2GHz 펜티엄PC를 발표한데 이어 내년 가을쯤 2.5GHz, 내년말에 3GHz급 펜티엄4 칩을 선보인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올 여름 등장한 인텔의 2GHz 펜티엄4칩은 1초에 20억번 이상 동작하는 가장 빠른 PC용 마이크로프로세서로 꼽힌다.

내년에 선보이는 2.5GHz와 3GHz 펜티엄4칩은 속도가 빨라지는 것은 물론이고 1개의 칩을 두 개의 칩처럼 사용할 수 있는 ‘포스터’기술과 소프트웨어나 하드웨어에서 오류가 발생해 컴퓨터가 정지될 지경에 처하면 시스템을 오류 발생 이전으로 자동 복원할 수 있는 MCA(machine check architecture)기술이 적용될 전망이다.

가격 또한 속도만큼 빠르게 떨어질 전망이다. 현재 주연테크, LG로직스, 한국HP 등에서 선보인 2GHz PC의 경우 130만~200만원대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내년에 2.5GHz와 3GHz 펜티엄4 칩이 선보이면 2GHz PC의 경우 100만원 미만대로 떨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디지털방송

내년부터는 본격적인 디지털방송이 안방을 찾는다. 현재 시범서비스 중인 디지털방송은 기존 TV방송과 달리 각종 정보들을 TV로 실어나를 수 있다. 내년부터 디지털방송이 본격화되면 TV를 보면서 즉석에서 상품을 구매하거나 관련 정보를 검색할 수 있으며 인터넷도 이용할 수 있다.

무엇보다 화질과 음향이 크게 개선된다. 기존 TV보다 2배 이상 향상된 주사선 덕분에 배우들의 땀구멍까지 보일 정도로 세밀한 영상을 제공한다.

또 돌비디지털이 기본 음향규격으로 선택돼 있어서 5개의 스피커 시스템을 갖추면 전후좌우를 휘감는 서라운드 음향을 만끽할 수 있다.

이를 위해 필요한 것은 고선명(HD) TV이다. 기존 TV는 주사선이 크게 모자라 선명한 디지털방송을 볼 수가 없다. 이를 시청하려면 주사선이 2배 이상 늘어나고 음향시스템도 개선된 디지털방송용 TV를 구입해야 한다.

현재 일부 제품이 나와 있으나 아직은 가격이 비싼 편이고 내년에는 일반 TV수준으로 떨어질 전망이다.


그리드

그리드는 월드와이드웹(WWW)시대를 마감하는 차세대 인터넷기술을 말한다. 진공관의 음극과 양극 중간에서 전류의 흐름을 제어하는 격자에서 유래한 그리드는 1998년 미국 시카고대학의 이안 포스터 교수가 제안한 것으로 한 번에 한 곳만 연결할 수 있는 웹과 달리 동시에 여러 곳을 접속할 수 있는 있는 신경구조 같은 인터넷망을 말한다.

그리드가 실현되면 이용자들은 전세계 컴퓨터를 하나로 연결한 거대한 가상의 슈퍼컴퓨터를 갖게 된다.

이 기술의 핵심은 전세계에 흩어져 있는 수십억대의 컴퓨터와 관련 장비를 하나로 묶어 제어하는 것이다. 이렇게 연결된 가상 슈퍼컴퓨터는 지금의 슈퍼컴퓨터보다 훨씬 강력한 위력을 발휘해 아무리 크고 힘든 작업도 순식간에 해치울 수 있다.

이미 미국, 일본, 유럽 등은 이 기술개발에 뛰어들었으며 한국도 정보통신부에서 내년부터 435억원을 들여 이 기술을 개발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국가 그리드포럼위원회가 얼마전 출범했다.


입는 컴퓨터

입는(wearable)컴퓨터는 포스트PC의 주역으로 꼽히는 제품이다. 입는 컴퓨터란 옷처럼 입을 수 있으며 그 상태에서 작동할 수 있도록 처음부터 고안된 PC를 말한다.

이미 지버노트, 비아등의 일부 업체에서는 초기 제품을 선보였으며 내년말부터는 본격적인 상용화제품이 선보일 전망이다.

현재 나와 있는 입는 컴퓨터의 초기 제품을 보면 PC본체는 초소형화돼 상의에 부착하거나 허리에 찰 수 있으며 입력 장치인 키보드나 마우스는 음성입력 헤드셋과 팔에 감을 수 있는 키보드로 대체된다. 또 모니터는 안경이나 머리에 쓸 수 있는 고글이 역할을 대신하게 된다.

지버노트의 모바일어시스턴트시리즈는 1998년 처음 개발돼 현재 모바일어시스턴트4 까지 나와 있다. 이 제품은 펜티엄3 366MHz 칩과 IBM의 음성인식 소프트웨어인 비아보이스를 입력장치로 채택하고 있다.

이 업체는 IBM과 협력해 내년초에 위성위치측정시스템(GPS)과 음성데이터통합(VoIP) 기술이 결합된 모바일어시스턴트V를 선보일 예정이다.

비아의 Via2도 음성으로 작동하며 핸드헬드 터치스크린 입력장치를 갖추고 있다. 히타치에서 선보인 입는 컴퓨터는 허리나 가슴에 부착할 수 있는 손바닥크기의 본체에 이마에 고정시켜서 한 눈으로 볼 수 있는 외눈안경 형태의 모니터, 한 손 마우스 등으로 구성돼 있다. 이 제품은 TV처럼 리모콘으로 조작할 수도 있다. 가격은 약 25만엔 선.

이밖에 서커스시스템에서 올해말이나 내년초에 1,600달러선의 입는 컴퓨터를 선보일 예정이다. 국내에서는 참스테크놀로지가 세계시장을 겨냥해 제품을 개발하고 있으며 정보통신부도 전담반을 구성해 2010년까지 냄새를 맡고 촉감을 느낄 수 있는 오감단말기를 개발할 계획이다.

최연진 경제부기자

입력시간 2001/09/26 16:49


최연진 경제부 wolfpack@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