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검찰] 한나랑당 타깃은 로열패밀리?

이용호 커넥션 '몸통 밝혀내기' 당력 집중

‘이용호게이트’에 대한 한나라당의 총공세가 시작됐다.

한나라당은 연일 이용호게이트에 대한 새로운 의혹을 제기하며 검찰과 여권을 압박하고 있다. 주 공격수는 이재오 총무가 직접 맡았다.

◁ 이회창 한나라당 총재가 당3역으로부터 이용호커넥션과 관련한 특검제 추진문제를 보고 받고 있다.<최종옥/사진부 기자>

당3역인 이 총무가 전면에 나선 것 자체가 야당이 이번 사건을 바라보는 시각과 비중을 그대로 드러낸 것이다.

이 총무는 이용호게이트에 대해 “한국형 부정부패의 결정판”이라고 공언하고 있다. 검찰, 국정원, 금감원, 국세청 등 권력기관이 모두 개입됐고 조직폭력배까지 전면에 등장한 초유의 사건이라는 것이다.


“1차 목표는 신총장” 검찰과 파워게임

검찰은 지금 한나라당으로부터 공습을 받고 있다. 이 총무는 9월 20일 최경원 법무장관에게서 갑작스런 전화를 받았다.

검찰에서 특별감찰본부를 설치, ‘읍참마속’의 결의를 다진 직후였다. 최 장관은 “우리도 한나라당에 여러가지 설과 제보가 넘어온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러나 우리가 정말 엄정하게 조사할 것이다. 이번 사건에 명예를 걸었다. 지켜봐달라”고 야당의 협조를 요청했다.

그러나 이 총무의 대답은 시니컬했다. “이번 기회에 검찰이 정치적 외압으로부터 벗어나야한다. 또 검찰 상층부 일부가 검은 세력과 연계되어 있는 ‘부패검찰’의 오명도 씻어야 한다. 우리는 알만큼 알고 있다. 만약 우리가 아는 것 만큼 수사가 되지않으면 특검제는 불가피하다”고 못을 박았다.

이에 앞서 이용호 사건의 수사 진도가 주춤거리고 있는 사이 야당은 신승남 검찰총장에게 타깃을 맞추었다. 사건 초기, “1차 목표는 신승남 총장이다. 물고 늘어져 쓰러뜨리라”는 지침을 소속 의원들에게 내렸고, 신 총장은 자신의 동생이 이용호씨로부터 6,000여만원을 받은 사실을 고백했다.

경위야 어찌 됐던 신 총장은 정치적으로 ‘뇌사상태’에 빠진 것이다. 야당은 호남출신인 신 총장을 ‘여권의 대선 대비 포석’이라며 ‘눈엣가시’처럼 생각해왔다.

정가에선 신 총장을 비롯한 검찰내의 호남라인이 무너진다면 야당은 그것만으로도 엄청난 전리품을 챙긴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이재오 총무는 21일 “소위 ‘이용호비망록’을 검찰이 확보하고 있다”고 폭탄선언을 했다. 나아가 그는 “깜짝놀랄 여권의 거물이 있다”고 폭로했다.

그러나 검찰은 즉시 반박했다. “그런 비망록은 금시초문”이라는 것이다. 오히려 “그런 정보가 있으면 검찰에 알려달라”고 한나라당에 역공을 취했다.

그러나 이 총무는 “검찰이 명확하게 수사를 하지 않을 경우 비망록의 내용이 담긴 제보를 공개하겠다”고 으름장을 놨다. 아니나 다를까, 야당은 다음날인 22일 당보 ‘한나라’를 통해 “비망록에는 민주당 실세 의원 5명, 검찰간부 5명, 국세청 간부 2명, 국정원 간부 등의 금품 수수 액수 및 주식 액수가 적혀있다”고 주장했다. 지금 야당은 궁지에 몰린 검찰을 ‘위협’하고있는 중이다.


시험대에 오른 한나라당 정보력

한나라당은 ‘폭로전’을 제기하며 외부 제보에 의존하고 있다. 과연 한나라당의 정보력은 어느 정도일까. 지난 대선 당시 민주당의 전신인 국민회의는 정보역량을 총동원해 ‘북풍공작’에 대한 사전정보를 입수해 방어벽을 쌓음으로써, 정권 쟁취에 추동력을 얻은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

특히 이 같은 특급정보들은 권력기관 내부가 소스일 경우가 많고, 이는 정권 후반기 여권의 정부 장악력이 약화됐을 때 나타나는 일반적인 현상이다.

이와 관련 한나라당은 이번 사건과 관련 상당한 자신감을 가지고 있는 듯하다. 한나라당에서 발표하는 제보 내용은 크게는 검찰 내부 부패상과 이용호 게이트와 직접 연관된 정보 등 2갈래로 나눠진다.

이 총무의 ‘검찰내에 조폭과 결탁된 마피아가 있다’는 폭로는 전자이고, ‘이용호비망록’ 발언은 후자이다.

한 핵심당직자는 “이용호 비망록에 관한 제보는 구체적이다. 우리도 비망록에 등장하는 인사들의 명단과 금품수수 액수, 사설 펀드의 내역 등 알만한 것은다 파악했다. 그만큼 제보 내용은 신빙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또 “제보원중에는 검찰 내부 인사들도 포함되어 있다. 이들은 이번 사건과 관련해 사건 수사 과정에 불만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한나라당이 권력기관 내부에 제보자를 가지고 있다는 말이 사실일 경우 상황은 달라진다. 권력기관의 속성상 민주당 정권하에서 인사 등에서 불이익을 당했다고 생각하는 비주류그룹(사실 이들은 지난 정권까지만 해도 주류그룹이었던 인사들이 많다)들이 ‘야당을 위해’ 움직이기 시작했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한나라당에선 이미 제2, 제3의 이용호사건에 관한제보도 확보, 터뜨릴 시기만을 기다리고 있다는 소리도 나온다. 한나라당은 정보분야에선 당내 최고의 전문가인 정형근 의원을 권력형 비리 진상조사특위위원장에 임명했다.

최근 들어 일선에서 빠져있던 정의원이 다시 컴백한 것. 국정원과 검찰 등을 기반으로 정권 초반 상당한 위력을 보였던 정 의원의 정보력은 정권 중반기에 이르러 쇠락기미를 보였다.

그러나 정권 후반기에 접어든 지금 정 의원이 다시 ‘안테나’를 가동하기 시작했다는 것은 여권으로선 상당히 부담스런 상황이다. 또 이주영 엄호성 이성헌 의원 등 소장의원들도 분주히‘정보’를 찾아 뛰어다니고 있다.

그러나 아직 한나라당의 폭로는 ‘설’의 한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노태우전 대통령 비자금 사건 당시 박계동 의원이 본회의장에서 흔들었던 ‘비자금계좌’ 같은 결정적 물증은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계산에 분주, 한나라당의 선택은?

여야간에 이번 사건의 손익계산서는 분명하다. 야당은 가만히 앉아서 훈수만해도 착착 점수가 쌓여지는 상황이다.

그러나 야당은 선택의 기로에 있다. 야당은 ‘검찰수사후 특검제실시’라는 기본 스케줄은 작성해 둔 상태이다. 그러나 얼마나 여권을 밀어붙이고 어느 선까지 목표점을 세울지에 접어들면 고민스런 상황이다.

가뜩이나 먹구름이 드리워진 경제에 미국의 ‘테러전쟁’이라는 외생변수까지 터지면서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고 있기 때문. 자칫 야당이 지나치게 나선다는 인상을 국민들에게 줄 경우 역효과가 생길 수도 있기 때문이다. 때문에 ‘폭로’ 중심의 당전략에 대한 신중론도 나온다.

그러나 야당은 정치적 계산을 거의 끝낸 듯하다. 서서히 권력의 심장부로 무게중심을 이동하고 있다. 이번 기회에 확실하게 공격해 여권에 ‘부패정권’이라는 꼬리표를 달아 놔야 한다는 결론을 내린 듯하다.

야당 주변에선 “다음 타깃은 로얄패미리가 될 것”이라는 소리도 공공연히 흘러나온다. 김기배 사무총장은 24일 “검찰에서 특별감찰본부를 설치했지만 검찰의 특성상 내부 비리에 초점을 맞출 공산이 크다”며 “우리가 원하는 것은 ‘꼬리’가아니라 ‘몸통’을 밝혀내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태희 정치부기자

입력시간 2001/09/27 11:14


이태희 정치부 taeheelee@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