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우승 이끈 김인식 감독

일본역사에 기록된 3명의 영웅중 도쿠가와 이에야스라는 인물이 있다. ‘울지 않는 두견새는 죽인다’는 토요토미 히데요시, ‘괴롭혀서라도 울게 만든다’는 오다 노부나가와 여러모로 대비되는 인물이었다. 도쿠가와는 스스로 울 때 까지 기다리는 스타일이었다.

흔히 김인식 감독을 덕장이라고 평가한다. 도쿠가와 이에야스와 가장 비슷한 지도자이다.

올 한국시리즈에서 중간계투로 나서 2승을 따낸 이혜천과 관련된 일화는 그의 이런 스타일을 잘 말해준다. 1998년 신인 2차 2지명으로 두산에 입단한 고졸신인 이혜천은 데뷔 당시만 해도 별 주목을 받지 못했다. 좌완투수로 볼은 빨랐지만 단점이 너무 많아 그다지 기대를 받지 못했다.

하지만 김 감독의 첫 마디는 의외였다. “잘 다듬으면 물건이 되겠다”는 말에 코칭스태프도 의아해 했다.

야구 꽤나 아는 사람들은 신인들을 보면 단점 먼저 지적하지만 김 감독은 정반대다. 장점을 먼저 보고 단점을 보완해 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김인식 감독의 기다림에 부응한 이혜천은 올 시즌 최고의 좌완 중간계투요원으로 성장했고 한국시리즈에서도 기대이상의 활약을 펼쳤다.지금은 현대에서 뛰고 있는 심정수나 이도형 송원국 등도 모두 김 감독의 이러한 지도스타일 덕분에 성장한 선수들이다.

언뜻 단순해 보이지만 김인식 감독의 이런 지도철학이 최고의 감독으로 우뚝서게 된 비결중 하나라는 게 야구인들의 일반적인 시각이다.

한국시리즈에 9번 진출, 9번 우승의 무패신화를 이어가던 김응용 삼성감독, 그도 이번에는 김인식 감독이 추구해온 ‘기다림의 야구’의 희생양이 된 셈이다.

정연석 기자

입력시간 2001/11/05 18:42


정연석 yschung@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