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와 오늘] '햇볕'설문

김대중 대통령은 어떻든 11월 7일께에는 브루나이 일정을 마치고 귀국해 민주당와해 분위기를 수습 해야 한다.

한나라당 이회창 총재는 문화일보와의 창간기념 인터뷰에서 말했다. “대통령이 민심을 제대로 듣지 못하고 있는 것같다. 일부 측근들이 국정을 농단하고 대통령이 인의 장막에 갇혀 있기 때문에 국정혼란을 자초하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

그는 또 김정일 위원장 답방에 대해 “올해를 넘기고 내년에 선거를 앞두고 국내정치에 이용하는 것으로 오면 안된다. 남북 관계에 도움이 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우리 내부의 혼란과 부작용을 낳을 것이 자명하다”고 분석했다.

민주당 개혁파와 일부 최고위원이 주장하는 인적 쇄신책에 햇볕정책의 근간인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답방에도 문제를 제기한 셈이다.

이런때 엉뚱하게 작년에 미국에서 나온 윤리적 칼럼니스트며 보수적인 언론인으로 알려진 해리 스타인의 1970~90년대 미국 언론과 사회변화에 대한 회고록 ‘나는 어떻게 거대한 우파의 음모에 가담했나’를 생각케 된다.

그 회고중 짤막한 타이타닉 테스트 라는 설문지 같은 글이 떠오른다. 그 시험을 변형하면 이번 민주당 ‘민심소동’도 풀리지 않을까 해서다.

영화에서도 보았지만 1912년 세계 최대의 여객선 타이타닉호는 뉴욕으로 향하던중 빙산과 부딪쳐 침몰한다. 미국의 유명한 금융가 벤자민 구겐하임은 9살난 딸의 생일잔치를 위해 뉴욕 집으로 가던 중이었다. 참사가 일어 났을 때 구겐하임 등 신사 승객들은 넥타이를 맨채 선체와 함께 사라졌다.

“여자들과 어린아이들을 구명보트에 태워야 한다. 그건 불문률인 바다의 법이다. 하급선실의 여인에서 최고급 침실의 귀부인 까지 모두 구명보트에 태워야 한다. 신사들에게는 난간에 서서 남성들이 의연하게 죽어가는 모습을 볼 수있는 영광이 주어 진다”는 시를 영국과 미국의 신문 1면에 장식케 하고서 였다.

칼럼니스트 스타인은 타이타닉 호의 신사 희생자들을 미국이 90년대 들어 르윈스키 스캔들 등으로 부도덕성에 빠질 때마다 떠올렸다.

만약 정치를 하려는 사람, 대중에게 인기를 얻으려는 사람, 세상을 좀 낮게해 보려는 사람이 침몰하려는 타이타닉호에 탔을 때 어떻게 행동했을까라고 묻는 것이다.

그는 네가지의 시험문항을 마련했다. ▲배와 함께 사라진다 ▲통곡하다 배와 함께 사라진다 ▲구명보트를 타려고 투쟁한다 ▲여자로 변장해 구명보트를 탄다.

그는 그의 독자들에게 클린턴 대통령을 비롯, 부시, 카터 전 대통령, 테디 케네디 상원의원, 부시 현대통령, 제시 벤투나 미시간 지사(프로레슬러 출신), 켄 스타(클린턴 담당 특별검사), 빌 브래들리, 콜린 파월 등 대통령 후보들이 4문항중 어떤 문항의행동을 할지를 상상해 보라고 권유했다.

현재의 유명인이 희생정신이 필요한 때에 어떻게 행동할까를 점치는 것은 그 인격을 아는 첩경이라는 것이다. 피츠버그 포스트 가제트지가 타이타닉호 참사 80주년을 맞아 설문조사한 바로는 그래도 세사람중 한사람이 자기와 관계 없는 여성을 위해 구명보트 자리를 양보하겠다고 했다는 것이다.

스타인과 피츠버그지의 조사를 보면서 11월 1일 민주당 당무회의에서 말한 김중권전 대표의 발언이 떠올랐다. 그는 “국면 전환을 위해서도 정치적 결단을 늦출 일이 아니다. 우리 당에는 계파나 모임이 너무 많다. 정치적 의사를 표시할 때는 당 공식기구에서 해야 한다”고 했다.

한국일보 정치부가 분류한 바에 따르면 민주당에는 새벽21등 6개의 개혁성향 모임이있다. 주장은 대부분 당, 정, 청 쇄신이다.

재미있는 것은 6개 모임중 서울출신 초선 L의원은 5개 모임에 모두 회원이다는 점이다. 그리고 앞서 이회창 총재가 언급한 김 대통령의 햇볕정책에 대해서는 어느 모임도 어느 대선후보도 어떤 의견을 표시하고 있지 않은 점이다.

더 재미 있는 일이 있다. 경제정의 실천시민연합은 10월 30일 2000년 국회의정활동 최우수 1위로 통산외교위소속 한나라당 김원웅 의원을 뽑았다.

국정심의 능력, 법안발의, 청원소개 부문 등에서 1위를 차지했기 때문이다. 야당속의 햇볕정책 지지자로 한때 출당론까지 나왔던 김 의원이다. 그런면에서 민주당의 개혁의원이나 대선지망 최고위원이나 우리나라 민심의 절반 이상을차지하고 있는 햇볕, 남북문제에 대해 너무 등한시 하고 있는지 모른다.

10월25일 보궐선거의 패인도 이런 민심의 일부를 놓친 점도 있다. 이제 다수당이된 이회창 총재는 김정일 위원장의 답방이란 햇볕의 큰 줄기에 날을 세웠다. 사표를 낸 최고위원, 개혁의원들과의 면담과 간담에서 타이타닉 테스트류의 햇볕 테스트 설문을 던져볼 것을 김대중 대통령에게 권한다.

▲햇볕 정책은 변하지 말아야 한다 ▲북한을 견제하는 쪽으로 다소 변해야 한다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은 연내에 꼭 와야 한다 ▲김정일 위원장은대선후보 지명후 오는게 좋다.

입력시간 2001/11/06 19:33


주간한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