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 고려와 한국고대사 바로알기


■고려 500년, 의문과 진실, ■한국고대사, 그 의문과 진실

역사는 과학인 동시에 무한한 상상의 공간이다. 때로 그곳은 상식이 전복되는 신화의공간이다. 그럼에도 사람들이 그곳에 접근하고자 하는 것은 진실에 대한 갈증일 수도, 고갈된 상상력을 충족하려는 바람일 수도 있다.

그렇게 본다면 고려는 1,000년전의 땅, 결코 머나먼 곳이 아니다. 그럼에도 우리는 고려를 제대로 안다고 할 수 없다. 조선 시대의 완고한 성리학적 전통에서 봤을 때, 고려는 차라리 혼돈과 음탕의 땅이었다.

이념에서부터 고려를 부정하고 올라 선 조선의 입장에서 봤을 때, 고려는 부정돼야 할 무엇이었다. 하물며 5,000년 전 고대사의 시간임에랴.

역사란 승자의 기록이다. 병권자의 입맛에 맞게 윤색되고 왜곡되기도 한다. 고대와 고려의 역사에 의문의 시선을 갖고 확대경을 들이대는 순간, 그동안 역사적 진실이라고 믿어 온 사실이 뒤집어 질 수 있다.

김영사가 동시에 펴 낸두 권의 책은 그 점에서 뒤집기의 결정판이라 할 만하다.

고려 성종의 누이 천추태후는 탕녀인가, 위인인가? 간통과 불륜을 저지르다 못해 정부(情夫)와 반역을 꾀한 악랄한 여성, 유학을 숭상했던 오빠 성종과 달리 고유의 전통과 불교에 기반한 개혁을 꿈꿨던 여성.

두 극단적 사실은 그녀에 대한 상반된 해석의 근거다. 그러나 그녀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던 것은 정적들의 거사로 권좌에서 축출됐기 때문이다.

그로 인해 두 가지가 사라졌다. 하나는 그녀를 둘러싼 진실, 또 하나는 불륜으로 생긴 아이.

야담이나 설화로 전락해 버렸을 지도 모를 사실들에 역사학의 볕을 쬐어 준 사람들은 정치 분야의 김창현, 종교ㆍ문화 분야의 김철웅, 사회 분야의 이정란 등 세 젊은 사학자.

이들은 “우리는 조선 시대에 편찬된 고려 관련 역사서를 보고 고려 시대를 이해하는 경향이 있다”며 “이제 조선인이 아니라 고려인의 마음에서 고려를 바라봐야 한다”고 입모은다.

책은 크게 5부로 나뉜다. ‘궁예와 견훤의 몰락 원인’, ‘무신 정변은 왜 발생했나’ 등 정치 관련 대목을 잇는 풍속과 사회 부분은 제목만으로도 호기심을 자극한다.

‘일부일처제였나, 일부다처제였나’…. 종교편에서는 ‘왕자들이 승려가 돼야 했던 이유’, ‘국가도 무당을 인정한 이유’ 등 대목이 호기심을 자극한다. ‘고려는 정말 불교 때문에 망했던가’ 등 고려사를 둘러싼 네 가지 의혹을 훑은 책은 고려 문화의 우수성을 논한 ‘세계속의 고려’로대미.

‘한국 고대사, 그 의문과 진실’은 책의 무게중심을 보다 학문적인 곳으로 당겼다. 이 책은 ‘궁예, 견훤, 왕건과 열정의 시대’로 후삼국 역사에 대한 관심을 불러 일으켰던 이도학 교수(부여 국립 한국 전통문화학교 문화재 관리학과 교수)의 후속 저작.

고대사 부분이 왜 한국사 연구에서 가장 이견이 많은 부분인지를 친절히 설명해 주는 책이다. 고대사에 대한 53가지 의문점을 들고, 조목모조목 대답하는 서술 구조다.

‘단군신화, 실재인가 조작인가’(답:단군의 출생 부분은 신화, 단군의 건국은 역사적 사실), ‘기자조선, 과연 있었나’(답:중국인 기자가 동쪽으로 와서 고조선을 다스렸다는 기자동래설은 현재 폐기됐으나, ‘기자 조선’ 학설에 대해서는 연구돼야할 부분) 등 고조선에서부터 의혹의 시위를 늦추지 않는다.

이밖에 ‘백의민족 부여인의 삶과 죽음’, ‘신라인의 자유분방한 성과 사랑’, ‘삼국의 사냥터엔 ‘큰일’ 많았다‘ 등 호기심을 자극하는 53가지 질문이 꼬리에 꼬리를 문다. 책의 대미는 ‘궁예, 견훤, 왕건의 새 시대’를거쳐, ‘시대가 영웅을 낳는다’로 돌아 간다.

장병욱 주간한국부기자

입력시간 2001/11/07 11:38


장병욱 주간한국부 aje@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