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 카페(81)] 생물테러와 노아의 방주

미국의 생물테러가 본격화되자 영국 케임브리지대학의 세계적인 과학자 스티븐 호킹 교수는 “우주의 식민지화를 시작하지 않는다면 현 밀레니엄이 끝나기 전에 인류는 심판의 날 바이러스에 의해 멸종하고 말 것”이라고 경고하고 나섰다.

아마겟돈(세계의 종말에 있을 선과 악의 결전장)이 냉전시대 핵무기로 인해서 오지는 않았지만, 이제 더욱 교활하고 눈에 보이지 않는 형태 즉 생물테러로 일어날 수있다는 것이다.

미국 탄저병 테러의 배후에 대한 수사는 점점 미궁에 빠져들고, 또 다른 테러에 대한 공포로 미국인들의 심장소리는 점점 거칠어지고 있다. 지난날 핵폭탄의 위력을 체험하면서 세계는 핵이 곧 지구멸망의 원인이 될 것임을 수없이 지적해 왔다.

하지만 생물테러는 이 핵무기보다 더 무서운 공포가 되고 있다. 핵무기를 만들기 위해서는 거대한 시설이 필요하고 가시적이라 인공위성등의 장비를 통해 통제가 가능하지만(완벽하지 않더라도), 생물무기는 작은 실험실에서도 가능하고 눈에 보이지 않기 때문에 세계적인 통제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보이지 않는 공격자인 세균과 바이러스, 첨단 생명공학의 기술이 생물무기에 본격적으로 적용된다면, 지구전체의 재난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의도적이든 사고로 인한 것이건, 공기를 통해 전염되는 신종 바이러스 무기가 지구전체로 번질 경우, 곧바로 인류 전체의 생존이 위협받게 된다는 것이다. 그래서 나름대로 호킹의 주장에 설득력이 있는 것이다.

전체 지구의 재난을 피해 갈 곳, 땅속으로 들어갈 수도 있겠지만, 안전은 보장받을 수 없고, 대안은 우주에 새로운 거주지를 만드는 것이다.

사실 이러한 계획은 핵무기의 공포가 가시화 될 즈음부터 태동했다. 현대판 노아의 방주를 만들어 사람과 중요한 문화자료를 우주로 보내서 인류문명을 영속시키자는계획이다.

'새로운 대양: 최초의 우주시대 이야기'의 저자이자 뉴욕대학의 교수인 윌리엄 뷰로우스의 발상으로 ARC(Alliance to Rescue Civilization 문명구조연맹)라고 한다.

유전자에서 중요한 건축설계도까지 모든 것을 싣고 달, 우주정거장, 또는 다른 안전한 하늘로 떠난다는 발상이다. 선택된 사람과 동식물을 포함해서다.

뷰로우스는, 이것이 타임캡슐의 의미가 아니라, 지구 전체의 하드웨어 시스템(귀중한 인류문화의 자산)을 백업하는 것이므로 심각한 아이디어라고 역설하고 있지만, 사회적인 공감대를 얻지는 못하고 있었다.

NASA의 많은 연구가 이 계획에 접목될 수는 있지만, 공식적으로 정부기관이이 계획을 지원하지는 않고 있다.

다만, 세계 최초의 민간인 우주여행을 다녀온 티토를 만들어낸 우주개척재단(SFF)과 국제 비정부 우주개발재단(FINDS)에서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한다.

특히 FINDS는 지난 3년 동안이 계획을 위해 50만 달러 이상을 지원했다고 한다. 현실적으로 일반인을 위한 것이기보다는 특수 선택된 계층을 위한 것이라 지지층이 얕았지만, 최근의 생물테러에 따라 그 지지자가 많아지고 있다고 한다.

분명히 아직 핵무기의 위협은 사라지지 않았다. 그런데 이제 생물무기라는 가공할 위협이 인류의 생존을 목 조르고 있다. 개발이라는 미명 하에 우리지구는 곳곳이 병들었다.

그렇다면 당장의 목숨부지를 위해서 우주식민지 건설에 나설 경우, 인류는 지구도 모자라 우주까지 망가뜨리는 돌이킬 수 없는 범죄를 저지르는 것이다.

그러나 그 같은 우려를 차치 하고라도 인류 생존에 적합한 행성을 아직 발견하지 못했으니 낭패가 아닌가? 결국 우주에 새로운 지구를 창조해야 할 판인데, 그 엄청난 일에 쏟을 돈과 노력과 시간이면 생물무기를 예방하는 것이 더 지혜롭고 빠른 현실적 방법이 아닐까 싶다. 호킹의 경고를 염두에 두면서 말이다.

이원근 과학커뮤니케이션 소장 www.kisco.re.kr

입력시간 2001/11/07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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