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연해의 中國통신](7) 대륙에 둥지 트는 ‘작은 대만’

중국 개혁ㆍ개방의 총설계사 덩샤오핑(鄧小平)은 18년 전 양안(중-대만)관계를 느긋하게 전망했다. “우리세대에 양안간 대화는 어렵다. 하지만 다음 세대나 그 다음 세대에는 충분히 가능하다. 그들(다음 세대)이 방법을 찾아 대화를 하면 양안의 대립상황은 바뀔 것이다. 나는 양안관계가 아주 잘 처리될 것으로 믿는다.”

덩샤오핑의 예견은 탁월했다. 중국의 경제성장에 호응해 대만인들이 앞다퉈 대륙으로 몰려들면서 양안의 민간 대화가 자연스레 이뤄지고 있다. 대륙행 열기에 동참하는 것은 대만 기업만이 아니다.

대륙에서 새로운 기회를 탐색하거나, 심지어 아르바이트 돈벌이를 노리는 대만인, 특히 젊은이들이 밀물처럼 대만해협을 건너고 있다. 최근 대만 내 베스트셀러 서적의 상당수는 중국 소개서나 이주 안내서가 차지하고 있다.

올 초부터 대만인들이 가장 선호하는 이주 대상지는 상하이(上海)를 비롯한 창지앙(長江ㆍ양쯔강) 삼각주 지역. 지금까지 이지역으로 이주한 대만인은 30만명 이상으로 추산된다. 업계, 문화 예술계, 연예계, 대만의 실업난을 피해간 아르바이트족에서 전문기술인력까지 이주자의 배경은 다양하다.

지난해 말까지 타이상(臺商ㆍ대만기업인)의 상하이 투자는 3,800개 항목에 계약금액 41억달러 이상.

이들로 인해 상하이 구베이(古北) 신구와 홍치아오(虹橋) 개발구 일대에는 이미 대만인 사회가 형성됐다. 문화전파 현상은 필연적이다. 상하이에서는 대만식 우유음료인 ‘쩐쭈나이차’와 대만식 오락이 젊은층 사이에 유행이다.

이를 즐기는 사람은 대만출신보다 대륙출신이 더 많다. 대만인 집단거주지역의 상권은 대만출신이 거의 장악한 상황이다. 상하이가‘작은 대만’으로 불리는 게 전혀 이상하지 않다.

대만인 이주지는 상하이에 국한되지 않는다. 창지앙을 따라 쑤저우(蘇州), 우시(無錫), 난징(南京), 항저우(杭州) 등에도 대만인 집단거주지가 속속 생겨나고 있다.

특히 쑤저우시의 쿤산(崑山)은 ‘작은 타이베이(臺北)’로 불린다. 타이상이 중국에 투자한 금액의 10%가쿤산에 몰려있다. 지난해 말까지 쿤산에 투자한 대만기업은 1,000개, 계약금액은 50억달러에 달했다. 해외투자 규모 50위 안에 드는 대만 상장기업의 3분의 1이 이곳에 투자했다.

이들 도시에서는 대만 총각과 대륙 처녀의 집단 결혼식이 심심찮게 열린다. 집단 결혼식은 타이상 기업의 주선으로 직원들간에 이뤄진다.아예 대륙으로 국적을 옮겨버리는 대만인들도 적지 않다.

대륙을 단순한 직장 소재지가 아닌 이민 대상지로 택하는 것이다. 타이상 자녀를 위한 학교가 생겨나는 것은 당연하다. 기존 타이상의 집중 투자지역 이었던 광둥(廣東)성 둥완(東莞)에 이어 쿤산에도 학교가 세워졌다.

이 학교는 교재를 대만에서 가져다 쓴다. 교장은 물론이고 교사의 대부분도 대만 출신이다.

타이상과 대만인의 대륙행은 아직 출발단계에 불과하다. 특히 첨단기술 분야 기업의 진출은 더욱 가속화할 전망이다. 지난해 말 타이베이시 조사에 따르면 컴퓨터 업체의 30%가 이미대륙에 투자하고 있을 뿐 아니라, 미투자 기업의 90%도 올해 내에 투자할 계획을 갖고 있었다.

고급 기술인력 역시 마찬가지다. 대만 과학단지인신주(新竹)지역에서는 기술인력의 90% 이상이 대륙 이민을 꿈꾸고 있다. 전세계적 IT불황에 따른 실업우려가 주된 이유다. 10월말 대만 실업률조사에서 신주 지역 실업률이 5.9%로 가장 높았다는 점은 주목할 만 하다.

대만기업과 인력의 대륙행은 대륙의 유인과 대만의 불안정이 동시에 작용하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대만에서는 두 차례 해외이민 물결이 있었다. 1971년 대만이 유엔회원국에서 밀려났을 때가 첫번째였고,1979년 미국-중국 수교 직후가 두번째였다.

이제 세번째 대륙 이민물결이 일고 있다.이번 물결은 대만의 생존과 직결돼 있다.대만인의 대륙행은 간단하다.대만정부가 당연히 발급하게 돼있는 타이빠오쩡(臺胞證ㆍ대만동포증명서)만 있으면 대륙에서는 언제나 환영이다.

배연해

입력시간 2001/11/07 1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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