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초점] 동방무례지국…기막힌 '외교망신'

‘붕어빵에는 붕어가 없고 칼국수에는 칼이 없다. 그렇다면 한국 외교부에는 외교가 있나?’ 최근의 외교부 행태들을 두고 국민들 사이에 오가는 뼈있는 농담이다.

그동안의 외교 실책들은 접어두고 이번 중국 관련 사건만 보자. 국제망신이었다. 외교부는 이 사건이 처음 알려졌을 때 중국에게로 비난의 화살을 돌렸다.

자신들은 제대로 했는데 중국정부가 국제조약을 무시한 ‘무례’하기 그지없는 행위를 저질렀다는 것이었다. 설사 그렇더라도 해외의 자국민 보호에 너무 무관심하다는 비난여론이 계속 되자 대통령과 대법원장까지 나서 중국에 유감을 표명하기에 이르렀다.

중국 외교부가 발끈했다. 중국측의 주문은 "근거없는 비난을 중단하기 바란다"는 것이었다.

중국측은 사형 당한 신모씨 등을 체포 직후 면밀한 조사를 거쳐 한국 관리들에게 즉각 통보했으며, 베이징 주재 한국대사관에도 재판장소와 일시 등을 고지했다며 관련 서류를 증거로 제시했다. 한마디로 한국 정부의 일련의 처사가 ‘무례’하다는 것이다.

이에 대한 우리 외교부의 행태는 또 한번 국민들의 공분을 사고도 남았다. 중국측의 반응에 대한 외교부의 첫 반응은 통보를 받지 못했다는 것이었다. 나아가 중국측의 관련 서류 조작 가능성 뉘앙스까지 풍겼다.

그리고 몇시간후 통보를 받았다고 허겁지겁 정정했다. 외교부가 대통령과 대법원장의 꼴을 우습게 만든 것이다.

이번 망신의 저변에는 책임 떠넘기기 행태가 자리잡고 있다. 그동안 정부는 외교부의 잇딴 실책에도 제대로 책임을 지운 일이 별로 없었다. 도대체 그같은 배짱이 어디서 나오는지 국민들은 의아해 했다.

일부에서는 북한에 너무 매달리는 정책의 한계라는 분석도 하고, 또다른 일부에서는 외교부 공무원들의 자세에 근본문제가 있다고 지적하기도 한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그때 그때 책임을 물었다면 이번과 같은 일이 일어나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점이다. 이번 외교부의 처사는 '동방예의지국'이라는 한국을 '동방무례지국'으로 전락시켰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내 잘못’에 대한 확인은 없이 남에게 덤터기를 씌워 국민을 우롱하고 대통령과 대법원장을 곤혹스럽게 만든 책임을 반드시 물어야 한다. 국민은 ‘소 잃고 외양간도 제대로 못고친다’는 말을 그만하고 싶다.

김경철 주간한국부 차장

입력시간 2001/11/08 1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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