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전망대] 실업터널, 끝이 안보인다

절정을 이뤘던 단풍철도 지나가고 어느덧 거리는 떨어져 내린 낙엽들로 무성하다.

귀뚜라미 울음소리가 유난히 크게 들리는 늦가을이다. 급격히 떨어진 기온에서도 가을을 실감하지만 대학 졸업을 앞둔 취업생들에게 이 번 가을은 ‘상실의 계절’로 기억될 듯하다.

출구가 안 보이는 청년실업의 터널은 길기만하다. 최근 원서 접수를 마감한 현대ㆍ기아자동차 신입사원 모집(300명)에는 5만여명이 몰렸다. 신입사원 모집 사상 최다 지원 기록이다.

더욱 놀라운 것은 응시자 중 7,000여명이 석ㆍ박사출신(박사 160명, 해외석사 780명, 국내석사 6,200명)이라는 충격적인 현실이다. 과거100%의 취업률을 자랑하던 서울대 이공계의 올 해 취업률이 30%대에 머물고 있으니 다른 곳의 사정은 불문가지다.

고학력 실업의 현주소가 적나라하게 드러난 셈이다. 석ㆍ박사 출신을 위시한 엘리트 고급인력들이 실업자로 방황하고 있는 것 자체도 큰 일이지만 취업난이 당분간 해결되기 어렵다는 점은 심각한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금리인하 여부, 회사채 해결대책에 관심 집중

실업난 해소가 장기적으로 풀어야 할 과제라면 이번 주의 최대 관심사는 미국과 우리나라가 금리를 인하할 것인지 여부다. 미국은 6일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국내는 8일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금리인하 여부와 그 폭이 결정된다.

6일(현지시간) 미 FOMC는 연방기금금리 인하를 단행할 가능성이 높다. 현재 기준금리가 이미 2.5%대로 내려와 있지만 물가상승률을 감안한 실질금리는 1%대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아직도 1%정도는 추가 인하가 가능하다는 것이 월가 전문가들의 전망이다.

예상 금리인하폭은 0.5%포인트로 전망되고 있다. 금융통화위원회가 8일 콜금리를 인하할 지에 대해서는 시장의 전망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9월 산업활동동향이 예상외로 호전되고 주식시장도 안정세를 보이고 있어 콜금리는 동결될 가능성도 적지 않다.

그러나 일부에서는여전히 0.25~1.5%포인트의 콜금리인하가 단행될 것이라는 기대를 버리지 않고 있다. 위험수위에 달한 회사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대책도 이번 주 중 나올 가능성이 높다.

이 달부터 내년 1ㆍ4분기까지 만기도래하는 회사채는 24조 5,000억원. 이 중 BBB+등급 이하 회사채가 17조 2,000억원에 이른다. 경기부진과 기업 신용위험에 대한 우려로 기업대출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고 있는데다 금융권 수신의 초단기화 현상은 이미 심각한 상태다.

회사채 순발행실적은 9월 마이너스로 반전된데 이어 10월에는 그 폭이 더 커졌다. 정부는 실물경기의 장기 부진이 금융 불안정으로 전이될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 곧 회사채 시장의 정상화 대책을 내 놓을 방침이다.

정치와 연계된 경제뉴스도 적지 않다. 지난주 국회통과가 예상됐던 2차 추경예산안(1조8,800억원)이 금주로 넘어왔다. 수적으로 우세한 야당은 법인세율 인하안을 내놓고 추경삭감공세를 펴고 있다.

재경부는 세율인하 반대를 분명히 했지만 여소야대 국면에서 어느 정도 버틸 수 있을 지 점치기 어렵다. 국회 예결위 재경위에서 2차 추경과 2002년 예산안, 기업구조조정 등 안건이 다뤄진다.

그러나 재보선 패배 책임을 놓고 내홍에 빠져 든 여당과 정치공세를 늦추지 않고 있는 야당의 힘겨루기가 팽팽히 맞설 것으로 전망돼 시장에 도움이 될 만한 결과가 도출될 지는 미지수다.

대기업집단 규제완화방안도 금주에는 확정될 전망이다. 대규모 기업집단의 지정기준이 될 자산규모가 여전히 쟁점이 되겠지만 5조원 안팎에서 결정될 공산이 크다.


증시 상승탄력 이어갈까?

풍부한 유동성을 바탕으로 연쇄테러 쇼크를 견뎌온 증시가 다시한번 상향 탄력을 받을 수 있을지도 관심거리. 지난 주 부터 고개를 드는 듯한 기관투자가들의 본격적인 시장진입도 '유동성'에 커다란 변수가 될 전망이다.

따라서 이번 주 최종 확정될 5조원의 연기금 투자 풀(Pool) 운용사도 관심을 끈다. 외국인들의 매수가 주춤하고 있는 시점에서 기관의 움직임은 반등장세 지속의 최대 관건이기 때문.

투자풀 운용사 선정은 기관에 대한 '실탄보급'이라는 의미와 함께 개인들의 투자심리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내년 성장률은 어느 정도일까. LG경제연구원은 올 해 하반기에 이어 내년 상반기에도 1% 대의 성장에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미국 경제의 성장부진으로 세계경제가 침체돼 한국 경제도 그 영향권에서 벗어나기 어렵다는 것이다.

따라서 내년까지의 경제침체기를 견뎌낼 수 있도록 기업들이 긴축기조를 유지하는 등 유동성위기에 대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러나 하반기부터 미국에서 IT산업 과잉설비가 해소되고 소비와 투자심리가 회복되면 경기도 점진적으로 회복할 것으로 전망했다.

일각에서는 내년 하반기 이후 IT부문의 재고조정이 이뤄질 경우 경기가 완만한 회복국면에 들어서 하반기 성장률은 3.9%, 내년 연간 성장률은 2.9% 수준이 될 것이라는 낙관적인 전망도 나오고있다.

이창민 경제부차장

입력시간 2001/11/08 1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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