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은 벌써 ‘춘추전국시대’

유종근 지사 차기 불출마 선언, 예비후보 10여명 각축

‘포스트 JK(유종근 전북지사 영문 이니셜)를 노려라.’ 유 전북지사의 3선 불출마선언으로 전북도가 일찌감치 달아오르고 있다. 현직 지사의 불출마 선언으로 무주공산(無主空山)인 전북 도백(道伯)을 노리는 예비후보군은 자천타천 10명 이상이다.

유 지사의 전격 불출마선언은 내년 전북 도지사 선거 기상도에 큰 변화를 몰고 왔다. 그동안 지명도나 현직 프리미엄 등에서 유리한 위치에 있던 유 지사가 3선 도전 여부에 대한 입장발표를 연말로 밝히자 유 지사의 거취표명을 본 뒤 출마여부를 결정하겠다는 인사들이 적지 않았다.

특히 유 지사와 친분관계에 있는 정치권인사들은 향후 선거과정에서 현직 지사의 영향력과 그에 따른 지원 가능성 등을 감안해 조심스런 행보를 취해왔다.

이처럼 도지사 선거구도의 정점에 서있던 유 지사가 10월 23일 스스로 후보군에서 빠짐으로써 입지자들의 행보가 수면위로 급부상하고 있다.


민주당 공천레이스 본격화

무엇보다 먼저 예상되는 것은 전북지역 정서상 당선이나 다름없는 예비후보들의 민주당 공천 레이스.

지금까지 민주당 공천을 통한 출마설이 나오고 있는 예비후보는 민주당 강현욱(63) 정책위의장과 정세균(51) 전북도지부장, 이무영(57) 경찰청장, 장명수(68) 우석대 총장,이연택(65) 월드컵 조직위원장 등이 비중있게 거론되고 있다.

이중 가장 급부상하고 있는 인물은 전북 출신 첫 경찰총수인 이무영 경찰청장. 이달 중 사임할 것으로 예상되는 이 청장은 임기동안 잦은 고향 나들이 통해 자신의 업적을 홍보하고 얼굴을 알리며 많은 공을 들여왔다.

올초 정계입문설이 나오면서 이 청장은 전북 방문때 마다 지역 여론을 주도하는 지방신문, 방송사 사장들과 조찬모임을 갖고 대학교에서 특강을 하는 등 분주하게 움직이며 유지사의 대타 자리 선점을 노려왔다.

또 노후된 전북지방경찰청과 익산경찰서, 무주경찰서의 신청사의 기공식을 가졌으며 최근에는 전북교통방송국을 유치하는 등 고향에 부쩍 애정을 쏟았다.

이 청장의 잦은 방문에 유지사측근들은 “불법선거운동 감시해야 할 경찰청장이 사전선거운동을 하고 있다”고 비난하며 신경을 곤두세우기도 했었다.

그러나 유 지사가 불출마를 선언했고 경찰청장으로 매스컴에 자주 소개되는데다 경찰조직의 보이지 않은 지원을 받고 있어 인지도가 빠르게 오르고 있는 이 청장이 자연스럽게 도백을 ‘바톤터치’하지 않겠느냐는 대세론이 입소문을 타고 있다.

하지만 동교동계의 지원을 받고 있는 이 청장에게 최근 동교동에 등을 돌린 전북 대의원들의 민심이 악재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여권 인사들이 대부분인 정치권에서는 80년대 임명직 지사시절 호평을 받았던 강현욱 의원은 주위로부터 출마 권유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측근들은 욕심을 부리지 않는 성격에다 한나라당에서 이적한 형편상 말을 아끼고 있지만 민선 지사직에 매력을 느끼고 있다고 전했다.

강의원은 95년 전북지사 선거에서 민자당 후보로 나와 황색돌풍 속에서도 민주당 후보였던 유 지사에 맞서 32.8%의 득표율을 얻는 저력을 발휘하기도 했다.

새전북신문이 지난달 실시한 도지사후보 인지도 조사에서도 강 의원은 후보군에서 1등을 차지, 도지사감으로 기억하고 있는 도민들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무영·강현욱·정세균 등 각축

유 지사와 고려대 선후배로 사이가 좋은 정세균 의원도 관망자세에서 벗어나 지역 인사들을 끌어안으며 우군 확보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정 의원은 전북도지부장으로서 도내 당원들을 폭넓게 아우를 수 있는 위치인데다 전북의원은 물론 당내 대주주인 동교동과의 관계가 원만하는 점에서 공천 가능성이 높다는 평이다.

원만한 대인관계로 폭넓은 지지를 받고 있는 장명수 우석대 총장은 전북대 교수와 총장 등 40여년간 교수로 재직하면서 배출한 제자와 학계 등의 지지기반이 만만치 않고 2개의 대통령자문위원회에 참여할 만큼 폭넓은 활동력과 전문지식을 강점으로 삼고 있다.

장 총장의 측근들은 대학교수들과 학생회 대표들로부터 도백출마의 성화를 받고 있으며 공천을 초월해서도 경쟁력이 충분하다고 말한다.

이연택 월드컵 조직위원장도 청와대 행정수석, 노동부 장관 등의 행정경험과 추진력을 들어 주변의 권고가 많은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최근 재경 전북출신 실업인들이 주축이 된 ‘모악포럼’대표를 맡는 등 활발한 활동을 하는 점에 대해서도 이런 시각을 갖는 사람들이 많다.

이밖에 이협(60), 김태식(62), 정균환(58)의원과 최락도 전 의원 등도 거론 되고 있으며 재경부장관을 지낸 강봉균(58) 한국개발연구원(KDI)원장 등도 세평에 오르내리고 있다.

한편 천광석(57) 전북대총동창회장이 지난달 30일 예비후보 가운데 처음 무소속으로 도지사 선거에 출마하겠다고 선언했다. 전북대 총학생회장 출신인 천씨는 농협에서 30년간 잔뼈가 굵고 농협 전북지역본부장을 지낸 농협맨으로 농협인과 10만여명의 전북대 동문들의 표에 기대를 걸고 있다.

손주항(67) 전 의원도 정당공천과 관계없이 도지사 선거에 나서겠다고 천명했다. 손씨는 보스 정치의 폐단에서 벗어나 경륜과 관록있는 도지사가 나와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들 예비후보군은 무소속길을 택한 인물을 제외하곤 민주당 공천향배에 따라 대부분 뜻을 접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유지사, 새로운 정치행보 위해 서울 입성

민주당 관계자는 “유지사가 내년 선거를 포기함으로써 도백을 노리는 사람들이 큰 부담을 덜고 본격적인 레이스를 벌일 수 있게 됐다”면서 “10여명의 예비후보 가운데 2명 정도가 최종 경합을 벌일 것”으로 전망했다.

유 지사는 내년 서울시장이나 민주당 대통령 후보경선 등 새로운 정치적 행보를 위해 최근 서울에 캠프를 설치했다.

최수학 사회부기자

입력시간 2001/11/08 17:08


최수학 사회부 shchoi@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