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현대의 한의학 산책] 흡연과 국소비만

헬스장에 가 보면 러닝머신 계기판에 '다음 회원을 위하여 20분만 뛰십시오'라는 표지가 붙어 있습니다. 그러나 20분 표지가 있거나 말거나 러닝머신에서 내려올 줄 모르는 얌체족 때문에 러닝을 할 기회가 별로 없다고 하소연을 하는 회원이 더러 있습니다.

필자 역시 근육단련 트레이닝만 하다가 돌아오는 날이 허다합니다. 어떤 헬스장은 사범이 아예 회원들의 러닝머신의 시간을 체크하여 20분이 넘도록 뛰고 있는 회원이 있으면 러닝머신에서 내려오도록 지도한다고 합니다.

이런 경우처럼 모두가 러닝머신에 열광하는 이유가 있습니다. 러닝은 체중조절에 효과가 크기 때문입니다. 러닝은 수영처럼 전신의 운동이 되기 때문이며, 열량 소모가 많은 운동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러닝을 오래하면 무릎관절에 무리가 옵니다. 관절을 보호하기 위하여 발에 알맞은 러닝화가 필수적이며, 러닝 전에 충분한 관절과 근육의 이완이 필수적입니다. 물론 자신에 무리가 되는 정도의 과도한 러닝을 피해야 할 것입니다.

흡연 역시 체중조절에 효과가 있다고 하여 일부 여성들이 체중조절을 목표로 손쉽게 줄담배를 택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담배에 대한 사회 인식도 많이 달라졌습니다. 어린 사람이 연장자 앞에서 담배를 피워 물어도 스스럼없어 보이고, 중년 여성이 키피숍에 앉아 책을 읽으며 담배를 무는 모습은 지적이고 유능하게 보이기도 합니다.

신세대 여성들이 흡연을 즐기는 가장 중요한 이유 중 하나는 체중감소 효과를 얻기 위해서라고 합니다.

또 다른 이유로는 섹시하게 보이기 위해서라고 합니다. 아름다운 여성이 길고 가느다란 손가락으로 담배 한 개비를 꺼내어 입에 무는 모습은 성적으로 보이기도 합니다. 게다가 손톱이 깨끗하게 손질되어 있으면 금상첨화이겠지요.

그러나 최근 임상 실험에서 과학자들은 흡연 여성일수록 복부-둔부 둘레비가 증가한다는 사실을 확인했습니다. 허리 둘레와 둔부 둘레의 비(Waist-Hip Ratio)란 복부형비만을 나타내는 주요지표입니다.

주로 상체에 지방이 축적된 비만을 사과형 또는 남성형 비만이라고 하고 중심성 비만이라고도 합니다. 이러한 중심성 비만의 경우가 성인병 이환율이 더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반면에 하체에 지방이 축적된 서양배(pear)형은 주로 둔부나 장기 등에 지방이 축적된 말초성 비만증으로 여성이나 운동을 많이 한 사람에서 볼 수 있어 여성형(gynoid) 비만으로 불리기도 하며 성인병의 이환율이 낮은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정상의 범위는 남자의 경우 0.8-1.0 정도이며, 1.0 이상일 때는 성인병 이환율이 높은 것이고, 여자의 경우는 0.7-0.85정도가 정상이며, 0.9 이상일 때는 역시 성인병 이환율이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즉, 이 수치가 높을수록 배가 많이 나왔다는것을 의미합니다. 외관상 보기 흉한 것은 둘째치구요, 배가 나온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고혈압, 당뇨병, 심혈관질환 등의 성인병에 걸릴 확률이 높아지는 것입니다.

따라서 흡연이 일시적으로 체중을 줄일 수 있을지는 몰라도 장기적으로 건강에 해로운 복부형 비만을 초래하므로 남성이건 여성이건 삼가 해야만 할 것입니다.

흡연이 체중조절에 큰 도움이 된다고 사람들이 믿고 있는 속설에는 나름대로의 근거가 있습니다. 흡연자가 금연을 시도할 경우 체중이 평균 3-5kg 정도 증가한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담배를 피우지 않던 사람으로 체중 조절이 필요한 경우, 그가 담배를 피우기 시작하면 체중이 평균 3-5kg 줄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흡연은 기초대사율을 6% 정도 올림으로써 일시적으로 체중증가를 막지만그 효과는 흡연 뒤 30분 이내에 사라지므로 체중조절에 효과가 없습니다.

사실 금연을 했을 때 체중이 증가하는 가장 근본적인 이유는 군것질이 늘기때문입니다. 흡연은 일시적으로 스트레스를 해소해 주기 때문에 금연자는 담배 대신에 군것질로 스트레스를 해소하려고 듭니다.

그러므로 금연시 체중이 증가하는 원인은 군것질과 식사 습관의 변화에 따른 열량의 과다한 섭취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흡연은 화열(火熱)의 조(燥)한 기운을 흡입하므로, 폐음(肺陰)을 태워버립니다. 폐음이 부족해지면 폐가 주관하는 피부에 충분한 음혈(陰血)을 공급해주지 못하므로 피부는 탄력을 잃고 노화가 촉진되어 건조하고 기미와 같은 색조의 변화가 나타나게 되어 실제 나이보다 더 들어보이게 됩니다.

금연과 동시에 지방 섭취와 군것질을 줄이고 운동을 매일, 규칙적으로 하여 일상생활에서 신체 활동을 꾸준히 늘려간다면 건강과 날씬한 몸매를 동시에 얻을 수 있습니다.

경희의료원한방병원장 신 현 대

입력시간 2001/11/13 1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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