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 "당신은 국가 CEO, 비전 창출해야"

■대통령께 보내는 메모
(제임스 J. 시로 지음/최경규옮김/좋은책만들기 펴냄)

불과 10여년전만 해도 대통령에 대한 평가의 주요 척도는 정치력이었다. 내부적으로 얼마나 견고한 정치적 지지 기반과 이를 결집할 조직을 갖고 있느냐가 유능한 지도자를 가리는 기준이었다.

그러나 세계화, 다변화의 시대인 21세기에 접어들면서 대통령의 능력과 그의 업적 평가에 대한 기준은 확연히 달라지고 있다. 이제 대통령이 가장 힘을 기울여야 되는 것은 정치 조직이나 세력 규합이 아니라 바로 ‘세분화된 국민의 수요를 얼마나 충족시켜주는가’ 하는 문제다.

다시 말해 각기 다른 개인적 이해관계에 따라 움직이는 국민의 욕구를 얼마나 충족 시키느냐가 ‘성공한 대통령’이 되는 관건이다. 이러한 경향은 미국 클린턴 전 대통령 때부터 뚜렷하게 나타났다.

그간 미국인들은 자국의 대통령에 있어서만은 엄격한 도덕성을 요구해 왔다. 그러나 미국인들은 클린턴이 이끌어간 지난 10년간의 경제적 풍요에 만족하며 르윈스키와의 성추문에 빠진 클린턴을 너그러이 용서했다.

미국인들은 이제 대통령은 상징적이고 정치적인 인물이 아니라 한 국가를 효율적으로 경영하는 실질적인 최고 리더로 인식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 같은 시대적 조류에 맞춰 각국 수반들은 정치력 뿐만 아니라 만능의 국가 경영자로서의 자질을 높이려 노력하고 있다. 세계화 시대에 국가 경영 마인드와 능력의 부재는 곧 국가 경쟁력 하락으로 직결되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제임스 J. 시로가 쓴 ‘대통령께 보내는 메모’(좋은책만들기 펴냄)는 매우 흥미로우면서도 유익한 책이다.

미국 컨설팅회사인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의 CEO인 시로는 세계 초일류기업의 CEO들이 21세기 첫 미국 대통령에 취임한 부시 대통령에게 보내는 국가 경영에 대한 갖가지 조언과 경험담들을 엮어 이 책을 만들었다.

이 책은 급격한 변화와 도전 속에서 거대 조직을 성공적으로 이끈 세계 거대 기업의 CEO들이 수년간 경영 현장에서 체험한 생생한 성공담과 객관적인 시각에 바탕을 둔 제안들을 담고 있다.

이 책에 등장하는 CEO들은 우선 국가적 비전 창출이 필요하다고 역설한다. UPS의 CEO인 제임스 켈리는 그 실천적 방안의 하나로 ‘헌장(Charter)’수립을 제시한다.

헌장을 통해 대통령은 헌법에 명시된 고귀한 이념과 자신의 특성에 맞춘 정책을 정부 직원 및 전국민들에게 효과적이고 일관성 있게 전달할 수 있다고 말한다. 또 다른 CEO들은 기업처럼 국가도 변화에대한 관리가 필요하다고 역설한다.

그리고 전문성과 도덕성을 갖춘 인재를 채용ㆍ개발하는 등 인적 자원 관리에 총력을 기울이라고 충고한다. 마지막으로 세계화ㆍ네트워크화 된 사회에서 국민들에게 질 높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하고 조직 운영 능력을 배양할 것도 강조한다.

이 책은 미국적이면서도 경영적인 시각에서 쓰여져 우리에게는 다소 생소한 면도 없지 않으나 혼미하고 불안정한 최근의 국내 정치ㆍ경제상황에 비추어 보면 적용되는 분야가 적지 않다. 국내 정치인과 기업인들이라며 한번쯤 탐독해 볼 만하다.

송영웅 주간한국부기자

입력시간 2001/11/13 18:50


송영웅 주간한국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