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호의 경제서평] 조직내 파워게임에서 살아남는 법

■이너 서클
(캐서린 K.리어돈 지음, 장혜정 옮김/위즈덤하우스 펴냄)

“끼리끼리 해 먹는다”는 말이 있다. 아니 ‘유행’하고 있다. 잇따라 터져 나오고 있는 각종 ‘게이트’나 대형 사건마다 빠지지 않는다. 이것들은 지연 학연 혈연 등으로 서로 얽히고 섞인 ‘그들만의 축제’다. 그럴 때마다 단골로 등장하는 것이 또 하나 있다.

‘몸통과 깃털론’이 그것이다. 자신이 비록 여론에 오르내리고 법의 심판을 받지만, 실제 모든 것을 계획하고 실행하며 그로부터 이익을 본 그룹은 따로 있다는 것이다. 그런 사건을 접할 때마다 서민들은 그저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할 뿐이다.

그러면서 한편으로는 그‘몸통’이라는 것이 과연 무엇인가? 라는 의문과 호기심을 동시에 갖게 된다. 더 나아가서는 ‘나도 그러한 몸통에 끼일 수는 없을까’라는 망상도 해 보곤 한다.

이너 서클(InnerCircle)이라는 것이 있다. 조직 내 소수의 핵심 권력 집단을 말한다. 이는 조직의 크기, 형태, 성격 등에 관계없이 어느 조직에나 존재한다. 어느 정도의 파워를 갖느냐는 그 다음 문제다. 그리고 누구나 이너 서클에 들고 싶어 한다. 선천적으로 그러한 것을 싫어하는 사람이라도, 자신이 속한 조직에서 인정 받고 싶고, 자신의 뜻을 펴보고 싶어한다.

이 책은 어떻게 하면 이너 서클에 들어갈 수 있는가에 대해 설명한다.

“비즈니스에서 성공하기 위해 무엇이 필요한가에 관한 책은 수없이 많다. 그러나 그보다 더 중요한 조직내 파워 게임에 대한 책은 거의 없다. 파워 게임에서 승리하는 것이야말로 성공에 이르는 가장 확실한 방법인데도 말이다.”

그래서 이 책의 부제는 ‘조직 내 파워 게임의 법칙’이다. 원 제목은 ‘ The Secret Handshake’로, 한 조직 안에서 힘을 지닌 소집단이 다른 사람을 구성원으로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행위를 의미한다. 한 패가 됐다는 간단한 의식인 것이다.

역자는 이 책을 ‘파워 게임에 대한 솔직한 이야기’라고 했다.

저자는 철학박사이자 마샬 비즈니스학교경영학 교수로 20여년을 컨설턴트로 활동하고 있다. 이 책의 특성은 그의 이 같은 경험이 이 책의 목적에 충분히 활용됐다는데 있다. 실전에서 쌓은 노하우를 일반인들이 이해하기 쉽게 풀어 썼다.

A와 B는 입사 동기다. A는 정직하고 능력도 있고 성실하다. 그런데 좀처럼 승진을 하지 못한다. 반면 B는 능력이 그리 뛰어나지는 않지만 승진은 빠르다. 조직 내 정보가 밝고, 누가 실세인지를 알고 있다. 우리 주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현상이다. 사람들은 B가 핵심 그룹에 가깝다고 말한다.

이너 서클에 들어가기 어려운 데는 두 가지 이유가 있다. 하나는 진입하는데 필요한 정치 기술에 관한 정보가 매우 부족하다. 다른 하나는 성공적으로 그 길을 건넌 사람들이 그 경로를 의식적으로 모호하게 만들어 버렸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하나. 이 책은 여기서부터 출발한다. 그러면서 ‘관중석에 앉아 있든지, 아니면 게임에 참여하는 선수가 되든지 선택을 하라’고 강요한다.

저자의 키 워드는 ‘정치’와 ‘권력’이다. 여기서 정치란 대부분의 성공한 사람들이 밟은 보통의 공식적인 경로가 아닌 다른 것을 활용하는 것을 말한다. 일을 성공적으로 수행하게 하는 비합법적 수단인 것이다.

또 권력은 파워 게임의 중심에 있다. 많은 사람들에게 권력이란 부정적인 의미라고 해도 이너 서클 내 사람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권력이 없었더라면 자신의 목표를 실현하지 못했을 것이고, 정치적인 면이 없었더라면 그들의 권력은 형편없이 작아졌을 것이기 때문이다. ‘마키아 벨리즘이 지배하는 세상’인 것이다.

최근 이 같은 성격의 책들이 홍수를 이루고 있다. 대형 서점의 경제ㆍ경영 코너에 가 봐라. 출판은 세태를 반영하는 것이라고 했지만, 최근 상황은 너무 한 쪽으로 몰리는 것 같아 문제다.‘성공 방법’ ‘처세술’ 등은 물론 필요하다.

하지만 자칫하면 ‘남을 짓밟고 일어서는 법’이나 ‘남이야 어떻게 되든 나만 잘 사는 법’으로 전락할 우려가 있다. 어떻게 하면자기 개발을 하고, 바람직한 사회를 만들고 유지하기 위해서는 처신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거의 언급이 없다.

이 책도 그런 범주에서 크게 어나지 않는다. 다만 한 가지, “내가 만난 사람 중 가장 성공한 사람은 자신의 직장 생활을 인생의 전부가 아닌 부분으로 생각하는 사람이었다. 그들은 인생이란 여러 목표를 가진 다양한 활동으로 이루어진 포트폴리오라고 생각한다”라는 말은 이 책을 덮으면서 음미해볼 만 하다.

이상호 논설위원

입력시간 2001/11/20 1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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