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이름] 서울 마장동(馬場洞) 지역

서울 마장동(馬場洞)은 조선조 초기부터 말을 기르던 양마장(養馬場)이 있었는데서 비롯된 땅이름이다.

제주도 같은 데서 어렵사리 말을 한양으로 운반해오면 암놈은 지금의 자양동(雌養洞-紫陽洞)과 모진동으로 보내졌고, 수놈은 마장동의 말 목장에서 길러졌다.

그래서 이곳에는 마장안, 마장내, 마장교, 말우물 같은 말과 걸림이 있는 땅이름이 많이 남아 있다. 특히 마장동에서 사근동, 답십리, 행당동, 뚝섬에 이르기까지 청계천을 끼고 맑은 물과 녹초가 많아 말을 방목하기에 알맞았던 것.

그래서 조선조 초기부터 살곳이벌(箭串坪:뚝섬)은 군대의 열무장(閱武場)이 되었으며, 경도십영(京都十詠)의 하나인 전교심방(箭郊尋芳)의 놀이터로서도 이름이 나 있었다.

또 태조 때부터 임금의 사냥 장소로 되어, 태조 3년부터 9대 성종조에 이르기까지근 백 년 동안에 임금이 말을 타며 사냥나온 횟수가 무려 151회나 되었다고 한다.

임금이 군대의 무예를 검열하는 곳으로 한양 동쪽인 이곳 뚝섬과 남쪽의 노량진, 서쪽의 망원리 등 세 곳이 있었으나 뚝섬이 제일 으뜸이었기에 임금이 자주 행차, 살찐 말들을 보곤 했다는 기록이 있다.

또 행당동 살곶이 다리 서쪽 언덕위(지금의 한양대 자리)에 단을 마련, 매년말의 조상인 선목(先牧), 마사(馬社), 마보(馬步)를 제사를 지내며 말의 건강을 빌고 말의 돌림병을 예방하였는데, 고종 31년(1894년) 폐지되었다.

‘말님/ 나는 당신 이웃는 것을 본 일이 없습니다 / 언제든지 숙명을 체관(諦觀)한 것 같은 얼굴로/ 간혹 웃는 일은 있으나/ 그것은 좀처럼 하여서는 없는 일이외다/ 대개는 침묵하고 있습니다 / 그리고 온순하게 물건을 운반도 하고/ 사람을 태워 가지고 달아나기도 합니다// 말님, 당신의 운명은 다만 그것뿐입니까/ 그러하다는 것은 너무나 섭섭한 일이외다/ 나는 사람의 힘으로는 어찌할 수 없는/ 사람의 악을 볼 때/ 항상 내세의 심판이 꼭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와 같이/ 당신이 운명을 생각할 때/ 항상 당신도 사람이 될 때가 있고/ 사람도 당신이 될 때가 있지 않으면 안되겠다고 생각합니다’라고 시인 남궁벽(南宮壁)은 동양 철학적인 윤회사상으로 ‘말(馬)’을 노래했다.

한때는 마장동 일대에 서울에서 제일 큰 가축시장과 도살장이 있었는가 하면, 말이 아닌 수레마(버스) 터미널이 자리하기도 하였다. 또, 뚝섬에는 경마장이 있었던 적이 있다. 가축시장, 경마장, 버스터미널 등 ‘마장(馬場)’이란 땅이름과 어떤 걸림이라도 있는 것일까!

그러나 지금은 지방화시대를 맞아, 주민들이 선출한 목민관청(牧民官廳: 성동구청과의회, 동대문 구청과 의회)이 자리하고 있어 ‘마장(馬場)’ 이란 땅이름의 진정한 의미를 되새기게 하고 있다.

입력시간 2001/11/20 1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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