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오현의 길따라 멋따라] 육지가 된 섬 영흥도

11월 15일 서해안의 섬 하나가 육지가 됐다. 영흥도이다. 인천 옹진군에 속하는 섬이다. 두 개의 붉은 기둥을 바다에 꽂아 긴 다리를 연결하고 영흥대교라고 이름을 붙였다. 다리를 놓은 진짜 이유는 화력발전소 건설이지만 그 동안 인천 연안부두나 선재도까지 배를 타야 육지로 나갈 수 있었던 섬 주민들에게는 큰 선물이아닐 수 없다.

그래서 15일의 개통식은 어마어마한 잔치로 치러졌다. 시장과 지역구 의원은 물론 내로라하는 가수들이 찾아와 축하무대를 꾸몄다.

영흥대교의 개통은 마을 주민 뿐 아니라 수도권 주민에게도 반가운 소식이다. 영흥도는 옹진군에서 백령도 다음으로 큰 섬. 풍광과 운치가 만만치 않다. 강화도, 제부도, 대부도 등에 이어 큼직한 가족 나들이터가 새로 생긴 셈이다.

영흥도는 인천에서 남서쪽으로 약 32㎞ 떨어진 섬. 행정구역은 인천이지만 경기 화성시, 안산시, 시흥시에서 더 가깝다. 가는 길은 크게 두 가지. 시흥시 시화산업단지에서 시화방조제를 건너 대부도에 들어가거나 서해안고속도로 비봉 IC에서 빠져 대부도행 지방도로를 타는 방법이다.

대부도에서 작은 다리를 건너 선재도, 선재도를 관통하면 북동쪽 끄트머리에 영흥대교가 놓여있다.

영흥도에는 큼직한 해수욕장만 두 곳이 있다. 용담이와 십리포 해수욕장이다. 여름이면 인근 주민들로 북새통을 이루지만 지금은 쓸쓸하리만치 한산하다. 겨울바다의 정취에 푹 빠질 수 있다.

영흥도 배터에서 서남쪽으로 가다보면 보이는 용담이해수욕장은 수 년 전 새로 개발된 곳으로 약 1㎞에 이르는 백사장이 백미이다. 용이 승천한 연못이 있다고 해서 이름이 붙었다. 연못 근처 샘의 물맛은 전국적으로 유명하다. 수령 100년을 자랑하는 해송군락이 운치를 더해준다. 갯벌에는 낙지, 굴, 바지락, 동죽, 고동,게 등이 지천이어서 아이는 물론 어른들도 시간 가는 줄 모른다.

영흥도 북쪽 끝에있는 십리포해수욕장에는 전국적으로 내세울 수 있는 명물이 있다. 서어나무 군락지이다. 약 150년 전 내동마을의 주민들이 심어놓은 인공림이다.

바람이 심해 농사를 지을 수 없었던 주민들은 방풍림을 조성하려 했는데 땅이 모래와 자갈로 이루어져 있어 어떤 나무도 살지 못했다. 그래서 척박한 땅에 강한 서어나무를 구해 왔다. 구덩이를 깊게 파고 흙을 넣고 식재 후 정성껏 가꿔 지금의 모습이 되었다.

십리포해수욕장 뒤편으로 약 700㎙정도 길게 펼쳐져 있다. 여름에는 피서객들에게 그늘을 주고 피서철이 지나면 방문객에게 멋진 오솔길을 제공한다. 멋지게 구부러진 나뭇가지들이 보는것 만으로도 보람이 있다.

영흥도에는 약 5㎞구간의 임도가 있다. 십리포해수욕장에서 최고봉인 국사봉까지 이어져 있는데 등산이나 산악자전거를 타기에 안성맞춤이다. 멀리 인천 송도신도시 예정지와 시화호, 인천항을 들고나는 외항선의 모습을 한 눈에 조망할 수 있다.

국사봉 기슭에 절이 하나있다. 1992년 건립된 통일사이다. 실향민의 가슴을 달래고 하루 빨리 통일 되기를 기원하며 지은 절이다. 약 200여 명의 신도가 있는데 멀리 부산에서도 이 곳을 찾아 망향의 설움을 달랜다고 한다.

영흥도 여행은 뜨끈한 바지락 칼국수의 국물에서 완성된다. 제부도부터 영흥도까지 길을 따라 바지락 칼국수집이 도열해 있다. 바지락은 물론 새우, 호박 등을 우린 국물에 굵직한 면을 넣고 청양고추를 얹어 얼큰한 맛을 낸다. 바닷바람에 언 볼을 녹이는데 그만이다.

권오현 문화과학부차장

입력시간 2001/11/20 1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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