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수와 길흉화복] 빗나간 '뜸'

좋은 터(明穴)에 묻힌 시신을 보면 곱게 육탈(肉脫)이 되어 있고, 뼈가 수백년이 되었어도 그대로 있으며 황골(黃骨)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이것은 혈장(穴場)이 마치 계란 모양의 형태로 시신을 싸고 있는데 이를 기(氣)라고 풀이한다. 기가 강할수록 온기가 돌며 각종 염(廉)이 드는 것을 막아 시신이 오래 가도록 한다. 염은 무덤 속 시신속에 드는 이상 상태로 물이차 있는 수(水)렴, 구들 속같이 시커먼 화(火)렴, 나무나 풀뿌리 같은 것이 뒤엉켜 있는 목(木)렴, 지렁이 개미 뱀 등이 많이 있는 충(蟲)렴, 짐승의 털과 같이 생긴 곰팡이류가 덮고 있는 모(毛)렴 등이 있다.

풍수지리설에서는 조상의 시신이 명당이라는 좋은 곳에 묻혔다면 자손이 잘되고 부를 누리며 가문이 빛나는 동시에 경사가 겹치겠지만 반대로 좋지 않는 곳은 오히려 자손에게 화를 입힐 수 있다고 한다.

수년전 남의 묘에 칼을 꽂은 사건이 일어나 말썽이 된 적이 있다. 무덤에 쇠말뚝을 박거나 가시 철조망을 잘라 이곳저곳에 묻어 후손에게 해를 끼치고자 하는 빗나간 마음에서 비롯된 일이다. 묘에 해를 가하는 것을 ‘묘터에 뜸을 뜬다’고 말한다.

뜸을 뜬 사례는 국가간에도 있었다. 명나라 이여송은 조선의 명당 수십여곳의 기맥(氣脈)을 잘랐다고 전해진다. 이여송의 흔적이 역력한 곳은 속리산 법주사의 수정봉 꼭대기에 있는 거북바위이다.

이여송은 중국의 재물이 모두 조선으로 몰리게되어 있다며 거북의 목을 자르고 그 위에 탑을 세웠다고 한다. 거북바위는 지금도 목이 두 동강 나있는데 스님들이 석회로 목을 이어 놓았지만 끊어진자국만이 선명할 뿐이다. 충북 괴산군 장연면 각연사 불상 어깨도 이여송이 쇠못을 박은 흔적이다.

임진왜란 당시 왜적들이 기맥을 자른 곳도 수십군데가 넘는다고 한다. 이들은 한반도 산천 곳곳에 쇠말뚝을 박고, 목을 자르고, 사발을 엎어서 묻고 폭파하거나 태실(胎室)을 꺼내기도 했다. 혈이 잘린 곳도 전남 담양군 대덕면 그물봉, 전남 화순군 이서면 투구봉 등 이루 말할 수 없이 많다.

시신을 그대로 보존하기 위해 부패 방지를 하려고 관속에 각종 약물을 채우기도하는데 이는 좋지 않다. 그 대표적인 예로 김일성이나 모택동 시신처럼 관을 열었을 때 여전히 살아 있는 것같이 얼굴 색이 변하지 않고 피부도 광택이있으며 관도 썩지 않는 것을 볼 수 있다.

시신의 옛 얼굴 모습이 살아 있는 것 같으면 그 해골은 생기를 받을 수가 없다. 자손이 받는 것은 정기인 뼈이지 살이나 가죽이 아니기 때문이다. 따라서 자손의 번영을 구하려면 살이 빨리 부패되어 생기가 직접 뼈에 감응되도록 해야만 한다.

생기는 흙을 따라 가는 것이므로 흙이 없는 석산(石山)에는 흐르지 않는다. 또한 나무 한 그루, 풀 한 포기 나지 않는 곳도 생기가 없다. 모든 생물은 기가 모여 응결된 결정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모든 생물체는 기가 모여 응결되면 강력한 생명력을 발동하면서 번창하지만 기가 흩어지면 곧 생명력을 잃고 시들어 버린다.

사람은 만물의 영장인 만큼 모든 생물 가운데 가장 강력한 기가 응결된 결정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사람의 뼈는 기를 잘 흡수하기 때문에 인체 가운데 가장 많은 기가 응결된 부분이다.

또 기 자체로는 물체를 이룰 수 없기 때문에 흙에 의지하여 만물을 성장시키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따라서 흙은 기의 몸이 된다고 할 수 있으며 흙이 있는 곳에는 자연히 기가 존재한다고 볼 수 있다.

물(水)의 어머니라 하는 기는 음기(陰氣)와 양기(陽氣)가 발출하여 함께 어울리면 바람(風)이 되고, 상승하면 구름(雲)이 되며, 하강하면 비(雨)가 된다.

음양은 곧 물로서 기의 작용에 의해 발생되고 따라서 기가 있는 곳에는 물이 있다고 본다. 물은 공기 등과 함께 흐르는 외기(外氣)로 둘러싸여 있어야 땅속의 내기(內氣)인 기가 용맥을 따라 흐르다 멈추면서 흩어지지 않고 결집되어 좋은 혈(穴)을 이룬다.

외기 가운데 공기와 함께 흐르는 기는 산세에 의해서도 기류가 형성된다. 따라서 산과 물의 외형이 교차하면서 잘 둘러싸이는 곳에 혈을 정해야 사방의 생기를 받을 수 있다.

무덤을 잘 쓰면 조상의 좋은 기운을 받는다는 생각에 분수를 망각한채 사치스럽고 화려하게 장례를 치르는 것은 좋지 않다. 특히 오직 자기 조상의 무덤을 좋게 하기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다른 사람의 묘를 파괴하거나 짓밟는 행위는 조상의 음덕을 손상시키는 것이다.

입력시간 2001/11/20 1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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