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 新질서속에서 인류가 가야할 길은?

■ 제국(Empire)
(안토니오 네그리ㆍ마이클 하트 지음/윤수종 옮김/이학사 펴냄)

지난 주 21세기초 세계 무역 질서를 지배할 뉴라운드(도하 개발 아젠다)가 본격 출범했다. 일반인들은 뉴라운드를 단지 나라 간의 관세 및 무역 장벽을 낮춰 국가간 자유 무역 교류를 촉진하는 국제 협약 정도로 인식한다.

하지만 마르크스, 들뢰즈, 마키아벨리, 스피노자에 버금가는 현세대 최고 지성 중의 한 사람으로 꼽히는 이탈리아 안토니오 네그리 역사학 박사와 미국 듀크대의 마이클 하트 교수는 이것을 세계화 시대에 등장한 무형의 ‘제국’이라고 칭한다.

그는 WTO, 세계은행, 유엔, IMF와 같은 초국적 기구들은 물론 미국, 심지어는 맥도날드나 마이크로소프트 같은 다국적 기업들을 세계를 지배하는 ‘21세기형 제국’이라고 규정한다.

네그리 박사와 하트 교수는 그간 인류가 직면했던 ‘제국주의(Imperialism)’는 더 이상 없지만, 새로운 개념의 제국이 살아 움직이고 있다고 말한다.

이들이 말하는 ‘제국’이란 전지구의 새로운 정치질서, 다시 말해 국경이나 인종 같은 경계나 한계를 받아들이지 않는 보편적 질서를 뜻한다.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엄연히 국제 질서 속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이 제국은 전 인류를 상대로 공통적인 착취와 억압의 형태를 띤다.

저자들은 국가와 그 구성원들은 이미 제국의 막강한 힘에 떠밀려 자신의 주권을 잃어가고 있다고 주장한다.

네그리 박사와 하트 교수가 함께 펴내 전세계에서 엄청난 인기를 끌고 있는 21세기 정치 철학서 ‘제국’(이학사 펴냄)은 바로 이런 새로운 ‘제국’의 등장이라는 전지구적 신질서와 그런 시대를 맞아 인류가 취해야 할 방향을 제시하는 종합 이론서다.

저자들은 우선 근대 정치학의 철학적 기초를 형성하는 주권, 국민, 인민 같은 패러다임의 철저한 전환을 요구한다. 제국이 대중의 일상에 침투해 자신의 마음대로 지배하려 하지만 대중은 투쟁으로 맞서 자신의 자율적인 공간을 넓혀야 한다는 것이다.

저자들은 이 같은 제국의 시대에는‘시민, 국민’과는 다른 개념인 ‘대중(Multitude)’이 생겨난다고 말한다.

여기서 대중은 ‘인민(People)’과는 대조적인 개념이다. 인민은 하나의 통일체로 주민의 대표를 뜻하지만 대중은 축소할 수 없으며 복수성으로 남는다.

또 ‘군중(the Crowd)이나 대중(the Mass)’과도 다른 능동적이며 자율적인, 그래서 결국 민주주의적인 개념이다.

저자들은 서문에서 한국의 상황에 대해서도 언급하고 있다. 저자들은 “한국의 풍부한 정치적 전통, 전지구적 경제 회로 안에서 한국의 결정적 위상, 그리고 1996년 파업등 한국의 혁신적 사회 운동은 제국의 복합성과 대중의 역동성을 말해 준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 책은 자본주의 시장이 그 이상적형태로서 실현하려는 세계 시장의 진상에 대한 정확한 이해를 주고자 한다. 그럼으로써 21세기 정치ㆍ경제ㆍ산업 질서의 코드를 읽을 수 있는 21세기 전지구적 질서에 대한 비전을 독자들에게 제시한다.

송영웅 주간한국부기자

입력시간 2001/11/20 16:23


송영웅 주간한국부 herosong@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