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전망대] 조마조마한 상승랠리

돈의 힘이냐, 펀더멘털이냐.

국내외적으로 넘쳐흐르는 유동성에 의해 서울 증시가 지칠 줄 모르는 상승랠리를 이어가자 사람들이 또다시 초조하고 불안하다.

911 미 테러사태 이전의 주가를 단기간에 회복한 것은 기뻐할 일이지만, 적정선 조정 혹은 숨고르기 필요성을 비웃으며 ‘너무나 잘나가는’ 주가를 보면 왠지 아슬아슬한 느낌이기 때문이다. 지금이라도 시장에 뛰어들어야 하나, 하지만 이미 막차가 아닐까 등등의 복잡한 생각도 가슴을 헤집는다.


혼란스런 증시 “관망” “투자” 팽팽

머리 속에선 “펀더멘털이 뒷받침되지 않는 이상 좀더 관망해봐야지”라는 이성이 지배하지만, 주변에서 주식으로 돈벌었다는 얘기가 나오면 “종목만 잘 고르면 나도 큰 돈 벌 수 있을 텐데…”라는 집착에 휘둘린다.

경기가 마침내 바닥을 딛고 일어선다는 작은 확신만 있더라도 이런 갈등은 덜할 텐테. 이번 주 관전포인트는 주가를 630선 안팎에 안착시킬 실물경기 회복의 조짐을 엿볼 수 있는 지, 있다면 그 내용과 방향은 뭔 지에 맞춰진다.

우선 지난 주 발표된 미 주요 경제지표 중 상기할 대목은 10월중 소매판매가 전달보다 7.1% 급증한 점이다. 무이자 자동차 할부판매에 힘입은 이 같은 상승폭은 예상치 2.5%를 훨씬 웃도는 사상 최대치로, 테러불안 심리가 상당부분 해소됐다는 뜻이다.

반면 10월중 산업생산은 전월대비 1.1% 감소, 13개월 연속 하락했다. 1932년 대공황 당시 15개월 연속 떨어진 이후 하락기간으로는 가장 길다.

이 같은 상반된 두 지표 때문에 투자자들이 혼란스럽기는 하지만 뉴욕증시의 견고한 상승세를 볼 때 시장은 일단 소비심리의 회복에 점수를 더 주고 싶어하는 것 같다. 때문에 주중 발표될 미시간대 소비자신뢰지수 결과와 그에 대한 시장반응이 한층 주목된다.

국내에서는 한국은행이 22일 3ㆍ4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잠정치를 발표한다. 1분기 3.7%, 2분기 2.7%로 떨어진 GDP성장률은 세계적 경기침체를 반영, 3분기에 1%대까지 하락할 것이 확실시 된다.

그러나 싱가포르와 대만의 3분기 성장률이 각각 5.6%, -4.2%를 기록, 2분기 연속 마이너스 행진을 했고, 미국 등 선진국도 1% 이하의 성장률을 나타낸 것에 비춰볼때 우리 경제는 상대적으로 견실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는 평가도 가능하다.

제조업의 부진을 서비스가, 수출과 설비투자 감소를 소비와 건설투자증가가 상쇄함으로써 911테러때의 비관적 예상(0.5~1%)보다는 크게 나은 실적이라는 것.

특히 경기부양을 위해 그동안 추진해온 통화 및 재정정책이 효과를 발휘, 4분기엔 2%대의 성장이 가능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돼 경기 저점에 대한 논란이 다시 불거질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와 내년 세계경제의 성장률을 당초 예상보다 각각 0.2%포인트, 1.1%포인트 하향한 2.4%로 예측했다. 미국 성장률은 올해 1.1%, 내년 0.7%로 전망.

세계적 신용평가 기관인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는 20일 최근 한국의 국가신용등급을 2년만에 1단계 상향조정한 것과 관련, 기자회견을 가졌다.

기업구조조정촉진법 시행, 대우차와 현대투신의 해외매각 등을 높이 평가했던 S&P는 이날 회견에서 축하보다 하이닉스 문제 등 한국경제의 3가지 불안에 대한 경계와 구조조정의 고삐를 늦추지 말라고 주문했다.

정책당국자들은 이 메시지의 내용을 찬찬히 뜯어봐야할 것 같다. 이날 발표된 미 경기선행지수도 유의깊게 지켜봐야할 지표다.

하이닉스반도체 채권단 운영위원회가 개최돼 아더앤더슨 실사결과에 따른 하이닉스채권의 청산가치를 결정하는 등 금주에도 기업구조조정 일정이 계속된다. 하이닉스 신용채권의 청산가치는 지난 주말 25.46%로 확정돼 국민 신한등 채권을 포기한 은행들은 전체 채권액의 28.46%(3%포인트 가산)를 하이닉스 전환사채로 변제 받는다.

쌍용자동차 채무중 1조원을 출자전환하는 채권단의 서면결의도 금주중 이뤄질 전망이며, 현대건설 출자전환과 유상증자 방안도 구조조정법 적용에 따라 재의결하는 절차를 밟게 된다.


유가하락ㆍ반도체값 상승등 경제 여건 호조

국내적시장불안 요인이 하나 둘 정리되는 것과 함께 해외여건도 어느 때보다 우호적이다.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러시아 등 비 OPEC국간의 감산 갈등과 시장점유율 경쟁으로 국내 수입원유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두바이산 유가는 17달러 밑으로 떨어졌다. 국제수지 흑자목표에 청신호가 켜진 것은 물론 향후 경제운용에서 한결 여유를 갖게된 셈이다.

또 1달러를 밑돌던 128메가 D램 가격이 최근 급등, 업계는 물론 하이닉스의 장래에 불안감을 갖고있던 정책당국과 금융권의 얼굴이 다소 펴졌다. 반도체 수급과 가격 전망에 대한 논란은 계속되고 있지만, 희망의 싹을 본다는 것만으로도 반갑다.

일반 국민들의 생활과 직결된 특소세 인하문제는 사안의 시급성과 민감성을 감안할때 정부의 의도대로 결론이 날 수 밖에 없다.

미국에서 22일은 추수감사절. 그래서 이날 미 증시는 휴장하고 23일 개장시간도 오후 1시로 단축된다. 펀터멘털 부재에다 이정표까지 잃게되는 우리 증시의 어떻게 반응할까.

이유식 경제부차장

입력시간 2001/11/20 1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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