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수정 쇼크] 한 연예인 매니저의 고백

섹스·마약의 사정거리 안에 있는 연예인

“최근 연예가에서 괴소문처럼 떠도는 설들이 자꾸 사실로 확인되는 현실이 연예계의 한 사람으로서 안타깝고 부끄럽습니다.”

이름만 대면 알 수 있는 인기 탤런트의 매니저인 신수철(30ㆍ가명)씨. 신씨는 이번 황수정 마약 투약과 싸이 대마초 흡연 사건에 대해 안타까움을 표시하면서도 ‘어느 정도 예상 됐던 일’이라며 말문을 열었다.

그간 쉬쉬했지만 이미 연예가에서 알만한 사람은 대부분 짐작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그의 말 속에는 수사 당국이 마음 먹고 단속을 한다면 ‘제2의 황수정, 제2의 싸이’가 숱하게 터져 나올 것이라는 뉘앙스가 진하게 배여있다.


여전한 금품수수·성 상납

“문제는 우리 연예계의 그릇된 풍토 입니다. 흔히 연예계에선 ‘돈이나 백, 아니면 몸이라도 내놓아야 뜬다’는 말을 공공연히 할 정도로 혼탁한 게 사실입니다.

연예인이 되려는 지망생들은 갈수록 늘어나나 자리는 한정돼 있고, 이렇듯 수요와 공급이 안맞다 보니 자연 부정과 비리가 생겨나는것입니다.”

신씨는 “1990년대 중반 방송사 일부 PD의 금품 수수및 성 상납 사건이 터진 이후 조금 가라앉긴 했지만 아직도 부적절한 관행은 근절되지 않고 있다”고 털어 놓는다.

신씨에 따르면 연예인들이 목숨을 걸고 따내려는 드라마나 미니시리즈 주연급 배역 선정은 전적으로 간부급 스타 PD의 몫이다. 일부 거물급 유명 작가의 경우 드라마의 주연배역 일부를 지명하는 경우도 있다.

그렇다 보니 일부 여성 연기자들이나 신인 가수들은 PD에게 잘 보이기 위해 자진해서 성 상납을 하기도 한다는것이다.

일부 일반 PD도 그 같은 의혹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주연이 아닌 주조연(조연 중에서도 비중 있는 역) 배역 선정을 담당하는 이들중 일부는 한명 당 최고 2,000만원 정도를 받기도 한다고 신씨는 귀뜸 했다.

“겉으로 보이는 연예인의 화려함 뒤에는 말 못할 고통과 시련이 있습니다. 처음엔 자기를 알리려고 몸부림치고, 인기를 얻은 뒤엔 그것을 유지하기 위해 발버둥 칩니다. 그러면서도 항상 웃는 얼굴로 팬들과 만나야 합니다. 그런 이중 생활을 하다 보면 섹스나 마약 같은 유혹에 쉽게 빠집니다.”

신씨가 최근 가장 곤혹스럽게 생각하는것은 매니저에 대한 일반인들의 좋지 못한 선입견이다. 가수 백지영 사건이 터진 이후 사람들이 ‘여자 가수나 여자 탤런트를 관리하는 남자 매니저들은 신인 때 몰카비디오를 찍는 게 관행’이라는 식으로 매니저들을 매도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연예인과 매니저는 악어와 악어새 처럼 공생 관계에 있습니다. 그러나 인기에 따라 위치가 변합니다. 데뷔 시절 매니저가 모든 비용과 책임을 도맡을 때는 매니저가 절대적인 권한을 휘두릅니다.

하지만 일단 인기를 얻으면 연예인들은 매니저를 ‘내 덕에 먹고 사는 심부름꾼’ 정도로 취급합니다. 그렇다 보니 매니저가 비정상적인 수단으로 올가미를 거는 경우도 있습니다.”


연기력으로 평가받는 풍토돼야

신씨는 연예계가 정화되기 위해서는 연예인, 매니저, 방송 관계자, 언론계 등 모두가 각성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모두 한 배를 타고 있으면서도 상대를 이용해 이익을 추구하다 함께 비도덕적인 집단으로 전락하고 있다는 것이다.

신씨는 “연예인 지망생들은 스스로가 과연 스타 자질이 있는가를 냉정히 생각해보고 이 업계에 들어와야 하며, 매니저들은 ‘인기 연예인 빼돌리기’나 ‘신인과 계약 횡포’를 없애야 합니다.

또 방송 관계자들은 인맥이나 금품, 성 상납이 아닌 실력으로 연기자를 평가하고, 언론도 실력보다 ‘벗는 연기자’를 선호하는 상업적인 풍토를 버려야 합니다”라고 강조했다.

송영웅 주간한국부기자

입력시간 2001/11/20 19:19


송영웅 주간한국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