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화 경제권, 중·대만 손 잡나?

WTO 가입으로 양안관계 새 국면, 속셈 달라 정치적 충돌 가능성

중국과 대만이 11월10일, 11일 하루 간격으로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했다. 13억 인구에 무서운 성장가도를 달리는 경제대국과, 교역규모 세계14위의 경제체가 글로벌 자유무역 구조에 새롭게 편입된 것이다.

중국과 대만이 세계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감안하면 이들이 143번째, 144번째 회원국으로서 WTO에 입성한 것은 분명 때늦은 감이 있다.


세계경제ㆍ양안관계에큰 영향

중국과 대만이 중화경제권에서 가장 역동적이고 강력한 경제체란 점에서 이들의 WTO 가입은 그 파장이 적지 않다. 세계경제에 대한 영향, 반대로 이들이 맞이해야 할 역풍, 그리고 중국과 대만 쌍방관계에 미칠 효과가 메가톤급이라는 것이다.

중국과 대만은 앞으로 WTO 가입신청 양해각서에서 약속한 바에 따라 순차적으로 관세인하 및 비관세장벽 철폐를 이행해야 한다. 반면 이들은 WTO의 보편적 원칙에 의거해 차별받지 않고 세계시장에 접근할 수 있게 된다. 각국과의 무역조건 쌍무교섭 부담을 벗는다는 의미다.

중국은 특히 미국이 양국간 고비마다 전가의 보도처럼 활용해 온 일방적 무역제재 조치에서 크게 자유로울 수 있게 됐다.

개발도상국 자격으로 가입한 중국은 2010년이 기한인 소수 품목을 제외한 나머지 대부분 품목의 관세를 2004년까지 인하해야 한다. 이 기간 내에 농산품의 평균관세는 15%로, 공산품은 9%로 낮춰야 한다. 금융을 비롯한 서비스 분야도 개방해야 한다.

중국은 가입 5년후부터 내국인을 대상으로 한 외국 상업은행의 금융서비스를 허용키로 약속했다. 아울러 수출입 등 영업행위에 있어 외국기업을 자국기업과 동일하게 대우해야한다. 대만 역시 내년 1월부터 연차적으로 5,000여 항목에 이르는 농ㆍ공산품 수입품에 대한 관세를 인하하고 정부보조 등 각종 비관세장벽을 철폐해야한다.

중국경제의 무역의존도가 40%선에 이르고, 대만도 수출위주의 경제구조를 갖고 있다는 점에서 이들의 WTO 가입은 필수적이다. 하지만 대세와 달리 구체적인 산업별ㆍ항목별 대차대조표에서는 희비가 엇갈린다.

중국정부가 16개 주요산업에 대한 영향을 분석한 바에 따르면 부동산, 정보통신, 섬유, 가전, 여행ㆍ운수업 분야는 가장 득을 볼 전망이다. 저가 노동력과 외자의 가속적 유입으로 국제경쟁력이 강화된다는 것이다.

이에 비해 통신서비스, 금융증권, 은행, 보험, 뉴스매체와 오락, 석유화학, 철강업 분야는 손익이 대체로 균형을 이룰 것으로 분석됐다.


중국, 경제구조 개혁에 박차 계기

반면 농업, 의약ㆍ위생, 자동차 제조 등 분야는 부정적 영향을 받을 전망이다. 특히 노동집약적 농업은 외국의 고품질ㆍ저가수입품의 충격으로 위기를 맞으면서 최소한 1,000만명 이상 실업자를 양산할 것으로 추산됐다.

농업위기는 정치적으로도 매우 민감한 문제라 중국정부에 부담을 주고 있다. 고율관세와 지방주의의 보호를 받아온 자동차업계도 통렬한 대가를 치르면서 인수ㆍ합병 등 구조조정을 맞을 전망이다. 90% 이상의 의약품이 무단 복제품으로 알려진 제약업계도 존립위기에 놓이게 됐다. 지적재산권 보호강화와 소비자의 선택 공간 확대로 양면공격을 받게 된 것이다.

중국이 부정적 요소에도 불구하고 WTO 가입을 적극적으로 추진한 것은 경제구조 개혁에 박차를 가하기 위해서다.

WTO 규정이란 외부적 힘을 빌어 경제 각 분야에 구조개혁을 강요한다는 이야기다. 이런 면에서 중국의 WTO 가입은 20여년에 걸친 개혁ㆍ개방정책이 더 이상 역류할수 없음을 재확인하는 상징적 의미를 지닌다.

대만의 분야별 손익계산표는 수출위주 산업은 환영, 내수산업은 울상으로 표현된다. 2차산업 중 플라스틱과 전자, 통신기기 등 분야는 수출여건이 호전되면서 긍정적인 영향을 받을 전망이다.

반면 보호관세에 힘입어 내수위주로 성장한 자동차와 가전, 중전기 등 분야는 상당한충격을 감수해야 할 상황이다.

서비스업 등 3차산업은 별 영향이 없을 것으로 분석된다. 외국기업이 토착기업과 제휴하거나 지사를 설립해야 하는 서비스업의 특성을 감안하면 오히려 기술향상, 취업 등에 긍정적 효과를 미칠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서는 해외자본의 유입도 기대하고 있다.

가장 직접적인 타격을 받을 분야는 농업이다. 경작면적이 협소한 대만은 농업분야에서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기가 거의 불가능한 상황이다.

대만은 WTO 가입 약정에 따라 쌀과 닭고기 등 41개 항목에 이르는 농산품에 대한 비관세장벽을 철폐해야 한다. 수입품과의 경쟁을 위한 가격인하와 이에 따른 생산량 감소, 실업률 상승이 예상되고 있다. 농민 실업은 2만명에서 최대 10만명에 이를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대만, 경제효과와 더불어 국제적 지위 향상

대만은 WTO 가입이 장기적으로 산업구조 고도화와 투자환경 개선 등에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다 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외에 대만 특유의 기대감이 있다면 바로 국제적 지위 향상이다. WTO 체제 속에서 중국과 대등한 경제체로 대좌하면서 쌍무관계를 해결할 수 있다는 계산이다.

중국과의 교역에서 아킬레스건이 돼 온 3통(통상ㆍ통상ㆍ통우) 문제도 WTO의 틀 속에서 해결하겠다는 것이 대만의 주장. 대만은 아울러중국에 투자한 대만기업인(타이상ㆍ臺商)의 권익보호도 WTO의 틀 속에서 다룰 것임을 밝혔다.

하지만 이에 대해 중국은 일찌감치 선을 그어놓고 있다. 중국은 이미 WTO와의 협상에서도 ‘하나의중국’ 원칙을 못박은 바 있다. 대만이 국가가 아닌 중국내 특정 독립경제체 자격으로 가입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대만이 주장하는 대등한 입장에서의 3통 협상은 애초에 수용 불가능한 상황이다. 중국은 WTO 가입으로 더욱 문호가 넓어진 타이상의 중국투자와 함께 중국자본의 대만 침투 가능성에 기대를 거는 인상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중국과 대만의 WTO 가입은 양안관계에 새로운 국면을 형성할 개연성이 크다. 전혀 다른 각도에서 WTO를 이용하려는 쌍방의 전략이 충돌하면서 정치적 긴장수위가 높아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싸움의 우열이 어느 쪽으로 기울지는 속단하기 어렵다.

하지만 최근 불황의 골이 깊어지면서 대만인들 사이에 흡수통일에 대한 불안감이 확산되고 있는 것은 분명한 현상이다. 중국과 대만의 WTO 가입이 ‘대중화 경제권’의 출범을 암시한다는 견해는 여기서 나온다.

타이베이=배연해 주간한국부 기자

입력시간 2001/11/21 1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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