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해로 남해로…뻥 뚫린 국토 대동맥

대관령길 5차선 확장, 지리산 가로지르는 대진고속도로

아흔아홉 굽이 고갯길인 대관령길이 왕복 2차선에서 5차선으로 시원하게 뚫려 28일 개통된다.

영동고속도로 대관령 구간은 지역주민들은 물론 동해안을 찾는 수도권 주민들에게 애환과 추억이 듬뿍 서린 곳.

5년간의 공사 끝에 시원하게 뚫린 대관령은 기존의 시속 40㎞였던 제한속도를 100㎞까지 끌어 올려 겨울철 폭설과 피서철마다 되풀이되던 심한 교통체증도 역사속으로 사라지게 될 전망이다.


교량 33개 터널 7개로 고갯길 사라져

새로 개통되는 대관령구간은 횡계∼강릉을 잇는 길이 21.9㎞, 폭 25.5m의 5차선(하행 2차선, 상행 3차선)으로 51.2%인 11.22㎞가 험준한 산악지형을 관통하느라 교량 및 터널이다.

교량이 33개(총길이6,936m), 터널이 7개(총길이 4,228m)로 다리를 건너면 터널, 터널을 지나면 다리가 이어진다. 교량중 성산 2교는 높이가 90m로 구름위에 떠 있는 듯한 착각을 일으키게 하고 구불구불한 옛길을 힘겹게 오르내리는 개미만한 차량들을 한눈에 내려다 볼 수 있는 곳이다.

최소 평면곡선 반경이 30m여서 쉴새없이 커브가 반복됐던 옛길과는 달리 곡선반경이 800m 이상으로 커브를 거의 느낄 수 없다. 도로의 기울기도 9%에서 5% 미만으로 대폭 개선, 심한 오르막이나 내리막도 사라졌다.

대관령 구간은 잦은 안개와 악천후로 악명이 높은 곳. 그러나 새로 개통되는 전구간에 가로등 813개를 설치하고, 폭설에 대비해 즉각적인 장비투입 등 원활한 제설작업이 가능하도록 제설작업분소 2개소와 제설자재창고를 중간중간에 마련했다. 아울러 백두대간을 오가는 동물들의 자유로운 이동과 생태계 보존을 위해 2곳에 동물이동통로도 설치했다.

운행속도가 100㎞로 대폭 상향되면서 계곡 추락 등 대형참사를 막기 위해 중앙분리대, 방호벽의 높이를 다른 고속도로의 87㎝와는 달리 127㎝로 대폭 높여 일반 승용차로는 계곡 아래를 볼 수 없는 아쉬움이 있다.

해발 865m로 강릉시내와 바다가 한눈에 내려다 보였던 대관령 정상은 이제 750m로 100m이상 낮아졌고 그것도 터널안이 정상지점이 됐다. 정상 부근에 있던 휴게소는 중턱으로 내려왔다.

이번 개통으로 50분에 머물던 강릉∼횡계구간 소요시간이 15분으로 35분이나 줄어든다. 서울∼강릉도 2시간 30분이면 도착할 수 있다. 이로 인해 물류비 절감 등 경제적 효용가치가 817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분석됐다.

강릉 등 동해안 각 시ㆍ군은 동해안이 수도권에서 더욱 빨라지게 돼 관광객증가로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진주라 천리길’이 3시간 30분대로

‘진주라 천리길’이라는 말은 이제 역사속으로 사라지게 됐다. 21일 진주-대전간을 연결하는 대진고속도로가 개통되면서 서울~진주가 800리길로 짧아졌다.

92년 3월 대전-진주간고속도를 건설하기로 하고 그 첫삽을 뜬지 10년. 당시만 해도 지리산과 덕유산 자락의 주민들은 설마 하는 생각을 가졌으나 지리산과 덕유산은 하나의 시원한 통로로 이어졌다.

동행이 60명은 되어야 안전하게 넘을 수 있었다는 경남 함양군과 전북 장수군에 걸쳐 있는 육십령고개밑에는 터널이 뚫려 눈깜짝할 사이에 통과할 수 있게 됐다.

총연장 161㎞로 3개 구간으로 나눠 시작한 공사는 98년10월 함양-진주(58㎞), 2000년 12월 대전-무주(43.6㎞), 21일 함양-무주(59.4㎞)간 개통으로 전구간의 완전 개통을 보았다.

개통으로 진주-대전간 거리가 260㎞에서 161㎞로 단축됐고 3시간30분 소요 되던 시간이 무려 2시간이나 단축됐다. 따라서 서울-진주간도 416㎞에서 323.5㎞로 92.5㎞ 가까워지면서 5시간30분 이상 소요되던 시간이 3시간30분으로 줄어 들었다.

왕복 4차선 차로로 시속120㎞로 설계된 이 고속도로는 269개의 교량과 23개의 터널을 비롯 11곳의 IC와 4곳의 JCT, 덕유산 휴게소 등 4곳의 휴게소가 최신식 공법으로 건설됐다.

대부분 구간이 국립공원지역을 끼고 있어 주위 풍관이 뛰어남은 설명할 필요가 없다. 주변을 따라 흐르는 산청군 경호강은 벌써부터 래프팅 동호인들과 피서객들의 기대를 부풀리고 있다. 겨우내 스키장소로 각광을 받는 무주리조트는 개통과 함께 곧바로 손님맞이 겨울 채비로 분주하다.


영ㆍ호남과 중부권 잇는 중앙부 대동맥

서남북 영남권과 동남부 호남권, 중부권 등 3개권역을 연결 하는 국토의 중앙부에 위치하는 대동맥으로 자리 매김할 이 고속도로가 가져올 변화는 클 수 밖에 없다.

우선 진주를 중심으로 한부산과 광주의 동ㆍ서축선이 대전 수도권의 남ㆍ북축선으로 변할 가능성이 높다. 이는 진주권을 중심으로 부산, 광주지역까지 가는 시간이 대전 까지의 이동 시간보다 많이 걸리기 때문이다. 이제는 하루에 대전 서울 등에서 쇼핑 등 충분한 시간을 즐기고도 귀가가 가능해졌다. 또 전국 생산량의 50%이상인 남부권역의 시설채소들과 신선도가 생명인 남해안 수산물의 상시 공급도 가능하다.

관광에도 큰 변화가 예상된다. 그동안 설악산 등 동해안을 선호하던 수도권 주민들이 지리산, 덕유산, 남해안 등을 많이 찾을 것으로 기대된다. 남부권의 주요관광지가 대부분 도로를 끼고 30분대 이내에 어디든지 갈 수 있는 장점이 이 고속도로 개통으로 더욱 접근이 쉬워졌다.

그 동안 경부ㆍ호남고속도를 이용하던 물류 수송비도 크게 줄어들어 년간 3,000억원을 절감할 수 있게 됐다.

그러나 대전 등 중부권에로의 흡수 가속화에 따른 진주 등 서부경남권 경제에 역기능도 예상된다.

곽영승 사회부기자

정창효 사회부기자

입력시간 2001/11/21 17:19


곽영승 사회부 yskwak@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