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의 미디어 디지털 방송 "큐"

닻 올린 HDTV 본방송, 제작비·노하우 부족으로 어려움 겪을 듯

영상 혁명이 일어나고 있다. 21세기의 미디어의 총아이자 방송환경의 급변을 예고하는 디지털 방송이 시작된 것이다.

SBS가 10월 26일 국내 최초로 디지털 방송인 HDTV(고화질TVㆍHigh Definition) 본방송을 시작한것을 필두로 KBS 1TV가 11월 5일 HDTV 방송을 시작했다. MBC와 KBS 2TV는 각각 12월 2일, 31일에 HDTV방송에 돌입한다.

또한 80여개의 다채널을 디지털방식으로 방송할 위성방송의 본방송이 내년 3월 시작된다.

현재 HDTV 본방송은 매주 10시간이며 서울 수도권지역으로 한정돼 있다. 전국지역으로 내보내는 HDTV본방송은 2005년으로 예정돼 있다. 일단 HDTV 방송이 시작되면서 가전 업체들은 다양한 디지털TV 수상기를 내놓으며 활발한 판촉전에 들어갔다.


뛰어난 화질과 음질의 쌍방향 방송

HDTV는 현재 아날로그 TV와 비교가 안될 정도의 뛰어난 화질과 음질의 방송이다. 영상을 형성하는 화소(픽셀)수가 현재의 텔레비전보다 다섯배는 많다.

이에 따라 화질은 아날로그TV보다 다섯 배 정도의 선명도를 자랑하고 음질은 CD수준이다. 아날로그 방식으로 제작될 때 포착하기 힘든 거미의 미세한 털과 사람의 땀구멍까지 선명하게 포착해 낼 수 있다. 화면 크기도16(가로)대 9(세로)로 현재의 수상기보다 가로가 길어 와이드 스크린의 느낌을 준다.

HDTV는 단순히 화질과 음질의 개선 차원이 아니다. 디지털 방송은 인터넷 등 여타통신과 연결되며 쌍방향 방송이 가능하다. 야구중계를 보다 등장 선수의 기록이 궁금할 경우 리모컨을 누르면 화면에 정보가 나오고 드라마를 보다 등장인물의 의상 항목을 리모컨으로 클릭하면 드라마를 보면서도 의상정보를 얻을 수 있는 것이다.

물론 이런 쌍방향 방송은 우리 방송사의 제작 시스템이 완비될 때 가능하다.

정부는 본격적인 HDTV 방송이 시작되면 2005년까지 111조원의 생산효과, 277억달러의 수출, 19조원의 무역흑자, 17만명의 고용창출 효과가 있다고 전망할 정도다.

그러나 이러한 이점에도 불구하고 HDTV프로그램을 제작하는 방송사는 디지털방송에 대한 노하우가 없는데다 프로그램제작에 막대한 경비가 소요돼 예정대로 HDTV가 자리를 잡을 수 있는지는 불안정한 상태다.

디지털방송을 하기 위해서는 송신시설은 물론 카메라를 비롯한 제작설비, 편집실, 세트장 등을 모두 디지털 장비로 바꾸어야 한다.

KBS는 여의도 본사에 1개, 수원 스튜디오에 2개의 HDTV전용 스튜디오를 준비하고 있으며 SBS는 140억원을 들여 1개의 HD스튜디오, 1대의 중계차, 2개의 종합편집실 등을 갖췄다. MBC 역시 12월 2일 본방송에 대비해 각종 HDTV 장비를 속속 들여오고 있다.


엄청난 재원·제작노하우 축적이 관건

하지만 제작 노하우가 없어 현재로선 HDTV 프로그램 제작에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방송사들은 본방송 이전에 시험적으로 일부 프로그램을 HDTV로 제작한 적이 있다.

KBS 김영신 편성정책부장은 “현재 아날로그 방식에서 단막극 한편 제작비가 5,000만원 수준인데 비해 디지털 방송용으로 만들면 네배에 달하는 2억원이 소요된다.

또한 세트와 조명등 제작환경부터 연기자들의 분장까지 달라져야하고 제작기간도 현재보다 두배가 더 걸린다. 방송사마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디지털방송에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방송사와 학계에서는 디지털 방송이 자리잡기까지는 약 2조2,422억원 정도의 경비가 소요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HDTV 본방송을 가장 먼저 시작한 SBS는 야외 제작보다는 ‘도전 1000곡’ ‘진실게임’ 등 스튜디오에서 제작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대상으로 제작하는 것만 봐도 디지털 방송 얼마나 어려운 지를 단적으로 알 수 있다.

KBS 장해랑 PD는 “디지털 방송이 세계적인 추세인데다 세계 유수 방송사들이 부가가치가 엄청난 이 분야를 선점하기위해 피나는 경쟁을 벌이고 있다. 초기라 어려움이 많지만 정부와 방송사, 업체가 힘을 모아 디지털 방송의 성공을 반드시 이뤄야 선진국으로 도약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가전업체 '디지털 방송 특수'

이처럼 HDTV 본방송이 시작되면서 일반인들의 디지털TV 수상기에 대한 관심도 많아졌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를 비롯한 가전 업체들은 본격적인 HDTV 수상기 시판에 나섰다. 현재 1%의 보급률에 그치는 디지털TV는 HDTV 본 방송을 계기로 급속히 확대될 전망이다. 최근 한 업체가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결혼 10년차의 남자가 가장 구입하고 싶은 물품 1위가 디지털 TV라고 꼽은 것은 디지털TV의 일반인의 관심이 얼마나 많은가를 보여준다.

디지털TV는 화면 종류에 따라 완전평면브라운관 TV, 포로젝션 TV, PDPTV(일명 벽걸이형TV)로 나뉜다. 화면 해상도에 따라서는 HD(고화질)급과 표준화질(SD)급으로, 디지털 방송용 수신기 내장여부에 따라 분리형과 일체형으로 구분된다. 셋톱박스 일체형은 디지털방송 수신기가 텔레비전에 내장된 것이다.

디지털TV는 HD급 완전 평면방식의 경우 32인치가 300만원대에 이르고 29~36인치의 가격은 130만~400만원선이다. 값이 부담되면 SD급 완전평면 TV를 사는 것도 한 방법이다. 29인치 가격은 100만원대이다. PDP TV는 40~42인치가 700만~1,000만원이다.

어느 때 HDTV를 구입하는 것이 좋은가는 개인의 사정에 따라 다르겠지만 본방송이 본격화하고 가전사들의 제품 개발과 시판이 활발하게 되면 가격은 현재보다 떨어질 전망임을 감안하는 것이 좋을 듯하다.

HDTV방송을 현재 아날로그 수상기로 시청할 수 있는 방법도 있다. 디지털방송을 수신할 수 있는 셋톱박스(20만원선)를 설치하면 된다.

배국남 문화과학부기자

입력시간 2001/11/21 18:04


배국남 문화과학부 knbae@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