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세상] 열쇠와 자물쇠

미국 테러 사태이후 사람의 신체를 이용한 보안 기술이 각광 받고 있다는 소식이다. 사람의 몸을 '열쇠'로 이용하는 생체인식기술은 이미 오래 전부터 꾸준히 연구돼왔다.

이는 개인이 가진 신체 특징은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변하지 않는다는 점, 신체 일부가 일치하는 사람은 없다는 점에 착안한 기술이다. 모든사람이 다 다르고 평생 변하지 않는다는 '만인부동 종생불변(萬人不同 終生不變)' 특성을 보안 시스템에 응용한 셈이다.

생체인식기술은 신체를 열쇠로 이용해 복잡한 암호나 패스워드를 기억하지 않아도 된다. 열쇠나 카드도 필요 없다. 이 기술이 무엇보다 관심이 높은것은 뛰어난 보안성 때문이다. 카드나 열쇠는 분실 혹은 고의적으로 악용할 때 속수무책이다.

보안이나 근태 관리를 위해 카드식 시스템을 설치한 회사도 직원들이 동료의 카드를 대신 긁을 때 이를 막을 방법이 없다.

PC통신이나 인터넷, 이동통신의 음성사서함, 폰뱅킹, 현금 입출금기를 이용할 때흔히 사용하는 비밀 번호도 결코 안전한 방법은 아니다.

반면 생체인식기술은 얼굴을 비롯해 지문, 눈동자, 손, 혈관, 음성, 서명, 망막, 유전자(DNA), 체온까지도 보안 장치로 이용할 수 있다. 획일적인 카드나 비밀 번호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보안 면에서 안전하다.

이미 지문, 손바닥 형상, 얼굴, 눈의 홍채와 망막, 손 등의 정맥등은 상용화됐고 음성이나 서명, 유전자를 이용한 시스템도 조만간 선 보일 예정이다.

생체인식 중 가장 먼저 선 보인 것은 장문 인식이다. 스탠퍼드 대학에서 개인마다 손가락 길이가 다르다는 점에 착안해 4,000명의 손가락 형태를 분석해 처음 만들었다.

그러나 장문 인식은 타인 인식 오류율이 높아, 보안 중요도가 높은 곳에는 쓸 수 없다는 단점을 가지고 있다. 이를 보완해 선보인 생체인식기술이 지문이다. 지문 인식은 손가락 표피 끝에 있는 땀샘의 융기 패턴을 이용한 기술이다.

생체인식에서 빼 놓을 수 없는 또 하나의 분야가 홍채와 망막이다. 망막 인식은 안구 배면에 있는 모세혈관의 구성이 지문과 같이 평생 변하지 않는 특성을 이용한 것이다.

망막 패턴을 읽기 위해서는 아주 약한 강도의 연필 지름 만한 적색광선을 안구에 투시해, 망막에 있는 모세혈관에 반사된 역광을 측정해야 한다. 홍채는 이에 비해 자연스러운 상태에서 영상을 얻어 망막에 비해 효율적이다.

단, 망막과 홍채 인식은 검안기에 눈의 초점을 맞추고 5초 이상 눈을 뜨고 주시해야 하고 시스템 가격이 비싸다는 단점을 가지고 있다.

얼굴 인식은 기계에 접촉할 필요 없이 카메라로 쉽게 판별할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는 생체인식 방법이다. 사람 마다 서로 다른 얼굴 데이터베이스를 만들어 놓고, 입력되는 얼굴 영상을 데이터베이스의 얼굴과 비교하는 방법이다.

그러나 얼굴 인식 기법은 사용자의 기분에 따라 표정이 변하고, 주위조명에 영향을 많이 받는다는 어려움이 있다.

이밖에 성문을 이용한 음성 인식과 적외선을 혈관에 투시해 생긴 잔영으로 신분을 확인하는 혈관 인식, 타자하는 속도나 습관 등을 측정하는 타자인식 방법도 연구되고 있다.

열쇠 조차 없던 시절 '이리 오너라'와 마당쇠의 관계는 바로 열쇠와 자물쇠의 관계였다. 마당쇠의 역할을 열쇠가 대체한 이후 마당쇠 만큼 편리하고 정확한 보안 기술을 개발하는 것은 보안 업체의 숙명이 됐다.

아직은 생체인식시스템이 마당쇠 만큼 보안성이 뛰어 나지는 못하다. 하지만 정보 기술이 발전을 거듭하면 사람을 완벽하게 대체할 수 있는 시스템이 나오는 날도 멀지 않은 셈이다.

강병준 전자신문 인터넷부 기자

입력시간 2001/12/07 1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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