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현대의 한의학 산책] 숙취

술은 위 장관을 통하여 흡수되어 일차적으로 간에서 처리됩니다.

술 자체는 인체에 유해한 독소로 작용하는 물질이기 때문에 해독작용을 통하여 배설시켜야만 하는데, ADH와 ALDH라는 두 가지 효소의 도움을 받아 아세트알데히드라는 물질로 변한 뒤, 다시아세테이트로 바뀌었다가 마지막으로는 우리 몸에 이상이 없는 물과 이산화탄소로 변화되어 몸 밖으로 배설됩니다.

알코올이 해독되는 과정 중에 있는 물질인 아세트알데히드는 혈중농도가 높아지면 얼굴이 붉어지거나 혈관이 확장되거나 맥박이 빨라지거나 하는 상태에 이르게 됩니다.

특히 ALDH라는 효소가 부족한 사람에서는 술이 분해 되지 않고 아세트알데히드라는 물질 상태로 몸에 오랫동안 머물게 되기 때문에 술을 조금만 마셔도 얼굴이 붉어지고 가슴이 뛰고 머리가 아파오는 등의 증상이 나타나는 신경, 근육 내분비기능 이상을 초래하게 됩니다.

또한 간세포가 술에 계속 노출되다 보면 간세포 속에 있는 미토콘드리아가 활성화되어 알코올을 해독하게 되는데, 이러한 미토콘드리아의 활성화는 남성의 성호르몬도 무력화시키는 작용을 동시에 하기 때문에 중년 남성들의 성기능 저하를 유도하기도 합니다.

한의학에서는 이러한 술의 양면성을 열성(熱性)과 독성(毒性)이라는 두 가지 측면으로 설명하고 있습니다.

즉 절제된 음주는 열성과 관계되어 에너지원이 되므로 풍한(風寒)을 방어하고 혈액순환을 도우며, 정신적인 울체나 긴장을 풀어주고, 약의 기운을 끌어올리는등의 역할을 합니다. 그러나 과도하고 무절제한 음주는 사람의 정신을 혼미하게 하고, 성품을 변화시킬 정도로 독성을 발휘하게 된다고 하였습니다.

또한 음주는 습열(濕熱)로 인체에 담(痰)을 생성하게 끔 하여 근골격계의 질환을 유발하기도 하고, 소화기의 장애를 유발하기도 하며, 피부의 소양증으로 나타내기도 합니다. 심지어는 오랜 기간의 과도한 음주는 담으로하여 풍증(風症)이 발현하게 되는데, 그러한 이들은 얼굴이 붉고 눈이 충혈되어있으며, 콧구멍의 양측에 기름때가 끼며, 혹은 코끝이 딸기코가 되는 습열 양상의 외모를 나타내게되며, 손발이 떨리거나 얼굴 주위의 기육(肌肉)이 떨리는 풍(風)의 증상을 나타내게되는 것입니다.

이러한 풍증이 나타나게 되면 우리 몸의 구성 성분 중에서 가장 정미한 부분인 음정(陰精)은 고갈되어진 상태라고 보면 됩니다. 그러니 남성의 기능이 저하되는 것은 당연한 귀결이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과음한 다음날 아침에는 갈증이 생기고 속이 부담스러워져 불편하고 머리가 멍한 상태가 되며, 구역질이 나기도 하며, 몸도 무거워 지는 숙취가 생깁니다. 이러한 숙취는 예방이 중요한데, 먼저 공복에 술을 마시는 것은 피해야 하며 위벽과 간을 보호하고 알코올 흡수를 줄이기 위해 술 먹기 직전에는 부드러운 유동식을 먹도록 하는 것이 좋습니다.

흔히 음주전이나 후에 인삼을 복용하는데 이것도 최소한의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실험적으로 인삼은 알코올 중독에 대한 현저한 간 보호 작용이 있는 것으로 보고 되고 있습니다. 숙취를 빨리 해 소시키려면 수분을 충분히 섭취하면서 실내에서 가벼운 운동이나 사우나로 땀을 내는 게 좋고, 여기에다 부족했던 수면을 보충해 주거나 휴식을 취하게 되면 웬만한 숙취는 해소됩니다.

숙취에 대한 한방치료 원칙에는 발한(發汗)과 이소변(利小便)이 있습니다. 즉 술로 인해 생긴 습열독(濕熱毒)을 땀과 소변으로 배출시키는 방법을 사용하는 것입니다. 주독(酒毒)을 풀어주는 대표적인 한약처방으로는 가미대금음자, 갈화해성탕 등이 효과가 있습니다.

가정에서 만들어 먹을 수 있는 차(茶)로는 꿀차, 유자차, 칡차, 녹차, 인삼차, 구기자차, 생강차 등의 따뜻한 음료를 마시는 것이 좋습니다.

또한 비타민이 풍부한 쥬스와 과일을 섭취하는 것도 좋으며, 방안에 국화꽃을 가져다 놓는 것도 도움이 됩니다. 그러나 너무 달게만든 음료는 구역질을 더 심하게 할 수도 있기 때문에 당분은 적당한 것이 좋습니다.

아무리 술이 세다고 하여 두주불사(斗酒不辭)하는 대주가일지라도 술에는 장사가 없으므로 술 마시는 횟수가 늘게 되면 결국은 간장에 부담이 되고 나중에는 알코올성 간 질환으로 고생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가장 지혜로운 음주법은 자신에 맞게 음주량을 정해놓고 술자리에 임하는 자세이며, 음주 후 최소한 3~4일 정도 금주기간을 가짐으로써 신체장기에 부담을 덜어주는 것입니다.

신현대 경희의료원한방병원장

입력시간 2001/12/11 1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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