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 카페(86)] 첨단을 이끌어 가는 생명체들

과학이 점점 첨단으로 달려갈수록 과학자들은 잡다한 생명체에 더 많은 시선을 돌리게 된다.

자연이 만들어낸 (창조건 진화건) 피조물인 생명체. 바로 이들 생명체는 인간이 만든 어떤 기계보다 먼저 만들어졌고 또 최선으로 만들어졌기 때문에 시선집중의 대상이 되는 것이다.

그만큼 생명체에서 배울 것이 많다는 뜻이다. 최근 세계적인 과학잡지인 '사이언스'지에 발표된 논문들을 보면, 바닷가재와 낙지, 그리고 물고기 등이 첨단로봇과 첨단 잠수함 기술의 모델이 되고 있다.

이런 대부분의 연구가 미국해군연구소와 국방연구소가 지원하고 있어 군사적인 목적이 분명히 드러나 보인다는 점이 썩 개운치는 않다. 궁극적인 목적은 바다 속 깊은 곳에 군인을 보내는 대신 로봇을 보내고 비밀 작전을 수행할 잠수함을 개발하는데 있기 때문이다.

먼저 가시 달린 가재가 연구대상인데, 이 가재는 물밑에서 냄새를 맡을 수 있고 음식과 포식자를 구분한다고 한다.

하지만 사람의 경우 바다 속에서는 결코 냄새를 맡을 수 없다. 그래서 만약, 이 가재가 어떻게 냄새를 탐지하는지를 정확하게 알 수만 있다면, 물밑에서 냄새를 추적하는 로봇을 개발할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이다.

그래서 버클리 대학과 스탠포드의 교수들은 가재가 냄새를 어떻게 맡는지를 탐구하고 있다. 축수가 물에서 어떻게 작용하는지, 그리고 과연 무엇이 냄새를 잡는 기능을 하고 이것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무엇인지를 밝히려는 것이다.

지금까지의 결과에 따르면, 가재는 촉수(안테나)에 있는 냄새에 민감한 털을 사용해서 맛있는 굴이나 썩은 고기의 냄새를 맡고 구분한다고 한다. 연구자들은 수족관에서 냄새를 맡는 가재의 이미지를 고감도 비디오 카메라도 잡았는데, 가재가 어떤 냄새를 맡기 시작하면 촉수의 연쇄적인 움직임이 관찰된다고 한다.

먼저 약 1만 분의 1초 동안 아주 빠르게 촉수를 아래로 내려치고, 다음 3만 분의 1초 동안 위로 올려치며, 그 후 약 4만분의 1초간 멈춘다고 한다.

이러한 각 행동이 가재의 후각계의 핵심역할을 하는 것으로 해석하고 있는데, 아래로 내려치는 것은 촉수의 끝 부분에 있는 냄새-민감 털 주위의 물을 한번 휘젓는데 적당한 속도이며, 위로 쳐 올리는 것은 약간 느린데 가재가 화학물질이나 냄새가 무엇인지를 정확하게 감지하는 동작이고, 그리고 멈추는 것은 다음 동작을 위한 준비작업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이 연구팀은 현재, 신경과학자들과 공동으로 어떤 전기적 신호가 냄새-민감 털을 발동시키는지를 조사하고 있다.

특히, 가재를 선택한 이유는 아미 가재에 대한 신경계의 연구가 상당부분 진행되어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다음은 물고기와 같이 소리 없이 움직일 수 있는 배나 잠수함에 대한 도전이다.

배나 잠수함이 바다를 움직일 때 흔적이 남고 물 밖에서 선명하게 보인다. 유람선이면 아무 문제가 없지만 함정일 경우 적에게 쉽게 발각되기 때문에 당연히 문제가 된다. 그리고 잠수함은 프로펠러로 움직이기 때문에, 많은 소음을 내고 이것은 수중 음향장치로 쉽게 추적이 가능하다.

하지만 물고기는 그렇지 않다. 그래서 과학자들은 배를 어떻게 물고기 같이 움직이도록 만들 수 있을 지를 연구하고 있다. 매사추세츠 공대와 텍사스대학의 레디니오티스 박사팀은 온도의 변화에 따라 팽창과 수축을 하는 작은 철선을 사용해서 물고기 근육을 만들고 있다고 한다.

그리고 이스라엘 히브루대학과 와이즈만연구소의 과학자들은 낙지가 어떻게 그 많은 팔을 혼란 없이 자유자재로 움직이는 지를 연구해서, 그 원리를 유연한 로봇팔의 개발에 응용한다는 목표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끝없이 계속되는 생체모방의 첨단기술들, 결국 새로운 피조물의 창조라는 목표로 가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우려도 들지만, 그보다는 방어든 공격이든 우선적으로 군사적인 목적을 두고 있다는데 썩 상쾌한 기분을 주지는 않는다.

이원근 과학커뮤니케이션 연구소장 www.kisco.re.kr

입력시간 2001/12/11 1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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