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연해의 中國통신](12) 黨의 군대? 國家의 군대?

중국 인민해방군과 대만 국군은 전세계에서 가장 당성(黨性)이 강한 군대에 속한다. 인민해방군은 공산당의 군대이고, 대만 군은 얼마전까지 국민당의 군대였다.

하지만 이 같은 등식에 변화의 기미가 나타나고 있다. 변화의 방향은 ‘당의 군대’에서‘국가의 군대’로의 전환이다. 하지만 중국과 대만의 차이는 크다.

인민해방군의 변화가 여전히 찻잔속의 태풍에 머물고 있다면, 대만 군의 성격은 민주화에 따라 급격하게 변하고 있다.

홍콩에서 발행되는 월간 전초(前哨)지에 따르면 지난해부터 인민해방군 내에서는 ‘군 개혁파 의견서(軍方改革派意見書)’가 광범하게 유포되고 있다.

인민해방군을 공산당의 군대에서중국의 군대, 즉 국가의 군대로 위상을 바꿔야 한다는 것이 의견서의 요지. 중ㆍ하급 지휘관들이 의견서에 특히 공감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의견서의 저자는 인민해방군 3총부(총참모부, 총정치부, 총후근부) 내부의 영관급 장교들로 알려졌다.

이들 중에는 서방국가 유학을 통해 선진국의 국가체제에 정통한 인물들도 포함돼 있다고 한다. 의견서는 해방군이 과거 공산당의 정치적 필요에 따라 동원돼 온 점을 지적하며 군이 특정 당파가 아닌 국익에 봉사하도록 법제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문화대혁명이나 1989년 6ㆍ4 천안문 사태와 같은 정치적 동원이 없어야 한다는 것이다. 아울러 군이 인민에 총구를 겨눈 천안문 사태의 과오를시인할 것을 강조했다.

의견서는 아울러 구소련식으로 조직된 전통적 체제를 혁파, 당중앙군사위원회를 폐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당중앙군사위와 국가군사위로 이원화된 조직체계를 개편해 의사결정구조를 국가로 일원화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나아가 군사위 주석과 국방부장, 인민무장경찰 사령관, 군법감독위를 민간인이 맡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여전히 고질로 남아있는 군의 사업경영을 철저히 차단할 것도 강조했다.

이 같은 의견서의 유포에 대해 중국지도부는 매우 우려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인민해방군은 공산당의 지도를 받는다’는 헌법조항 뿐 아니라 당과 국가를 일체화하고 있는 현 정치체제에 정면으로 위배되기 때문이다.

지도부는 따라서 공산당 일당독재를 약화할 수 있는 이 같은 의견을 맹렬히 비판하고, 군 내부의 사상교육을 강화하고 있다.

중국의 정치적 상황을 감안할 때 의견서의 주장이 시기상조임은 부인하기 어렵다. 하지만 이 같은 의견서가 군 내부에서 나왔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이에 비해 대만 군의 변화는 이미 현실화했다. 과거 장지에스(蔣介石) 총통 시대의 정치적 군에서 크게 변하고 있다. 장 전 총통 시대 형성된 국민당의 군대, 대륙수복을 위한 군대의 틀을 벗고 있는 것이다. 이 같은 흐름은 민간인이자, 대만 태생인 리덩후이(李登輝) 전 총통 시대때 물꼬가터진 이래 천쉐이비엔(陳水扁) 현 총통에 이르러 더욱 구체화하고 있다.

대만 군의 비정치화는 대만 태생 지휘관 중용 및 대륙출신의 도태, 군에 대한 총통의 지배력 확대, 국방부장의 권한 강화, 감군으로 이어지고 있다. 천 총통은 최근 해병대 중장을 창군 이래 최초로 대장으로 승진시키는 ‘깜짝쇼’를 연출했다.

결재를 위해 올라온 만기전역 명령서에 사인하는 대신 즉석에서 승진시켜 버린 것. 이것은 군에 대한 지배력을 천명함과 동시에 개혁을 위한 당근을 제공하는 제스처로 해석되고 있다.

국방부장과 참모총장으로 분리돼 있던 군정과 군령을 일원화해 국방부장에 귀속시키는 것도 개혁의 주요 내용이다.

이밖에 참모총장이 총통을 정기적으로 독대하는 종전의 관례를 폐지했다. 군사력은 38만명에서 28만명으로 점차적인 감축을 추진중이다. 대만의 군 개혁은 지금까지 군이 대만독립에 가장 강력한 반대세력이었다는 점을 염두에 두었다는 분석이 설득력있다.

대만독립 세력인 천쉐이비엔과 민진당이 집권한 만큼 군의 방향 재설정은 필연적 수순이란 것이다. 대만 군이 ‘대륙수복’에서‘대만독립 수호’로 존재목적을 180도 바꿀 경우 중국과의 관계는 더욱껄끄러워 질 것이 분명하다.

배연해

입력시간 2001/12/12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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