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세력 대약진 “양안관계 앞길 험난”

대만 12월1일 총선, 집권 민진당 원내 제1당 형성

12월1일 치러진 대만 입법원(국회) 제5대 총선 결과는 독립지향 세력의 대승으로 나타나 양안관계(중-대만 관계)의 앞길이 순탄치 않을 것임을 예고했다.

아울러 경기 침체와 집권당의 득표는 반비례한다는 선거의 일반적 경향성이 깨졌다는 점에서 대만 특유의 정치적 상황을 드러냈다.


표로 나타난 대만인의 '독립열망'

이번 선거에서 독립을 당 강령으로 하는 집권 민진당은 총 의석 225석 중 87석을 획득해 일약 제1당으로 비약했다. 4년 전 제4대 총선 당시얻은 70석(현의석 65석)에서 17석을 보탠 것이다.

20여년 만의 최악 불경기에도 불구하고 민진당이 대승을 이뤘다는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독립을 원하는 대만인의 희망이 그만큼 강렬하다는 의미다.

▷ 대만총선에서 87석을 획득하며 대승을 거둔 민진당 간부들이 만세를 부르며 기뻐하고 있다.<연합>

독립열망은 신생정당인 ‘대만단결연맹’이 13석(현의석1석)을 얻어 단번에 원내 발판을 공고히 했다는 점에서도 확연하다. 대만단결연맹은 리덩후이(李登輝) 전 총통을 정신적 지주로 하는 대만독립의 선봉세력.

대만단결연맹의 약진에 따라 이를 기반으로 하는 리 전 총통의 정치적 입김도 보다 강렬해질 것으로 분석된다. 민진당과 대련의 승리는 앞으로 독립지향세력이 대만 정국을 주도하게 됐음을 의미한다.

반면 형식상 중국과의 통일을 표방하는 국민당은 제4대 총선 당시의 123석(현의석 110석)에서 55석이 빠진 68석에 그쳤다. 지난해 3월 총통선거에서 패하기까지 50여년간 대만을 통치해 온 국민당이 졸지에 원내 제2당으로 추락한 것이다.

국민당의 패배는 공산당과 국민당의 대립으로 상징돼 온 양안관계의 정치구도가 더 이상 통용될 수 없음을 시사한다.

통일세력의 패배는 신당의 몰락에서도 극명하게 드러난다. 중국과의 통일을 전면에 내세워 온 신당은 지난번 총선에서 얻었던 11석(현의석 8석)에서 10석이 줄어든 1석에 그쳐 사실상 와해됐다. 과거 국민당에서 분리된 신당은 지금까지 중국의 대만정책을 상당부분 지지해 왔다.

이런 점에서 신당의 몰락은 중국의 대만통일정책이 대만에서 전혀 호소력이 없음을 나타낸다. 지난해 총통선거 패배 후 국민당에서 분가한 친민당의 약진은 통일세력에게 위안이라면 위안이다.

온건한 통일노선을 지향하는 친민당은 쑹추위(宋楚瑜)주석(총재)의 개인적 인기에 힘입어 현의석(20석)의 2배가 넘는 46석을 얻었다.

하지만 친민당이 앞으로 민진당과 국민당의 중간에서 정치적 곡예를 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 통일세력의 단결이 순탄치 만은 않을 전망이다.


독립 대 통일진영의 싸움

이번 선거는 초반부터 양안관계를 둘러싼 ‘색깔싸움’으로 일관했다. 독립진영과 통일진영으로 대륙정책이 뚜렷이 구분됐다는 뜻이다. 민진당과 대련은 ‘대만의 대만화’를 전면에 내세우며 대만의 정치적 독자성을 강조했다.

특히 대련은 대륙과의 궁극적인 통일을 정강으로 하는 국민당을 ‘대륙에서 건너온 외래정권’이라고 규정하며 대만인의 독립정서에 호소했다. 국민당이 외래정권이라는 것은 곧 대만이 중국과는 본래부터 무관한 정치 독립체라는 의미.

이에 반해 국민당과 친민당, 신당은 천쉐이비엔(陳水扁) 정권의 무모한 독립지향 노선이 대만을 위험에 빠뜨리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천 총통이대만과 중국이 ‘하나의 중국’원칙에 합의한 ‘92공식’을 부정한데 대해 강력히 비난했다. 정략적 목적을 위해 양안관계의 기초를 뒤흔들고 있다는 것이다. 국민당과 친민당은 경제불황도 민진당 정부의 독립노선에 기인한다고 비난했다.

유권자들의 안정희구 심리가 집권 민진당의 승리를 가져왔다는 분석도 없지 않다. 유권자들이 ‘되는 것도 없고, 안되는 것도 없는’ 여소야대 정국보다는 강력한 집권당을 원했다는 것이다.

여기에는 불황의 원인을 국민당의 여당 발목잡기 탓으로 돌린 민진당의 선거전략도 한 몫을 했다. 독립세력과 통일세력을 단순히 산술적으로만 비교하면 여전히 통일세력이 우세한 것은 사실이다. 독립세력인 민진당과 대련을 합하면 모두 100석.

국민당과 친민당, 신당 등 통일세력은 모두 115석으로 과반수를 넘어선다. 이밖에 무소속이 10석.

하지만 이번 선거에서 통일세력이 얻은 의석이 지난번 총선에서 국민당 단독으로 얻은 의석보다 적다는 점에서 통일세력의 퇴조는 분명하다. 나아가 선거에서 나타난 민심의 향배에 따라 통일세력의 노선도 보다 ‘대만의 대만화’에 가까워질 것으로 전망된다.

천 총통도 야권 약화를 위한 초당파적 ‘국가안정연맹’을 출범시켰다. 무소속 영입과 함께 국민당, 친민당 내 일부세력을 이탈시키는 게 그 목적이다.


통일세력 퇴조, 양안관계 경색 예고

이번 선거결과는 양안관계를 더욱 경색시킬 가능성이 크다. 선거에서 표출된 대만의 민의가 분리독립 색채를 더욱 강하게 띠고 있는 만큼 중국의 우려가 한층 커질 것은 분명하다.

이 같은 중국의 우려를 의식한 대만측은 12월2일 대륙위원회(통일부) 위원장을 통해 중국 안심시키기에 나섰다. 차이잉원(蔡英文)위원장은 이날 기자회견의 형식을 빌어 “대만의 양안관계 정책은 선거결과에도 불구하고 변함이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선거결과에 대한 중국측은 반응은 상당히 고심한 흔적이 역력하다. 중국은 선거 4일 후인 12월5일 국무원 대만판공실 대변인을 통해 매우 원론적인 논평을 냈다.

장밍칭(張銘淸) 대변인은 이날 “대만 선거결과는 양안경제무역관계를 비롯한 중국의 대만정책에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중국은 선거 후 대만당국의 양안정책이 어디로 가는지 면밀히 주시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나아가 “민진당이 ‘하나의 중국’원칙과 ‘92공식’을 인정하지 않을 경우 대화하지 않겠다”고 못박았다.

중국의 이 같은 반응은 종전의 태도와 달라진 것이 없다. 여기에는 대만의 독립경향에도 불구하고 현실적으로 단기적인 효과를 낼 수 있는 대응카드가 별로 없다는 중국의 고민이 담겨있다. 무력시위는 오히려 대만인의 반감을 증폭시켜 독립경향을 가속화하고, 국제여론을 악화시킨다는 점에서 최후의 카드로 남겨둘 수 밖에 없다.

현단계에서 중국의 대만정책은 경제적 압박을 강화하는 것이다. 세계무역기구(WTO) 가입에 따라 급물살을 타게 될 양안간 경제교류를 이용해 중국에대한 대만의 경제 의존도를 높이는 방법이다.

특히 타이상(臺商ㆍ중국에 투자한 대만기업인)을 통해 대만정부를 압박하는 카드를 적극화할 것이 확실하다. 중국측이 선거결과에도 불구하고 대만정책에 변화가 없을 것이라고 말한 의미는 여기에 있다.


▲대만 입법원 정당별 의석 -------------------------------------- 정 당 5대총선 현재 4대총선 -------------------------------------- 민진당 87 65 70 국민당 68 110 123 친민당 46 20 신 당 1 8 11 대 련 13 1 기 타 10 14 21 -------------------------------------- 총 계 225 218 225 --------------------------------------

*97년 제4대 총선 직후와 현의석이 다른 것은 지난해 총통선거 후 새 정당 성립에 따라 이탈자가 생겼거나, 관료진출 등으로 결원이 생겼기 때문.

<사진설명> 대만총선에서 87석을 획득하며 대승을 거둔 민진당 간부들이 만세를 부르며 기뻐하고있다.

타이베이=배연해 주간한국부 기자

입력시간 2001/12/12 1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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