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여행] 대진고속국도 개통, 신나는 여행

대진·중앙·서해안 고속도로 개통, 전국이 사계절 관광지로

국토가 갑자기 좁아졌다. 지난 달 21일 대전-통영 고속국도 중 대전-진주 구간(일명대진고속국도)이 개통된데 이어 14일 춘천과 대구를 잇는 중앙고속국도, 23일 인천과 목포를 연결하는 서해안고속국도가 완전 개통된다.

◁ 남해 금산에서의 조망. 미조만의 섬들이 한눈에 들어온다.

산업과 물류가 받는 혜택도 있겠지만 여행을 즐기는 사람에게도 희소식이 아닐 수 없다.

특히 대진고속국도는 그 동안 어려운 교통여건 때문에 접근이 어려웠던 충남남부, 전북 서부지역, 경남 내륙, 그리고 남녘 바다 등의 여행지를 열어놓았다. 세 곳의 국립공원을 비롯해 어마어마한 관광자원이 몰래 숨쉬던 곳이다. 서울서 진주까지 고작 4시간대.

시간을 쪼개야 하는 현대인들, 특히 길눈이 어두운 길맹(盲)들도 자신감을 갖고 떠날 수 있다. 대진고속국도 개통으로새롭게 다가온 아름다운 강토를 꼽아본다.

# 충남 남부
* 금산 '보석사와 개삼터'

대전을 출발한 고속국도는 먼저 충남 금산을 지난다. 금산은 인삼의 고장. 불과 50여 년 전만 해도 한반도 인삼의 절반 이상을 생산했던 곳이다.

지금은 인삼 산지가 전국 각지로 흩어져 있어 과거의 권위를 내세울 수는 없지만 여전히 인삼 유통의70~80%가 이루어지고 있는 인삼의 본고장이다. 인삼의 이미지에 가려 금산의 속살은 그리 알려지지 않았다.

그러나 금산은 빼어난 풍광과 의미깊은 유적이 즐비한 여행명소이다. 금강의 상류 물줄기를 따라 입맛을 돋구는 먹거리도 많다.

금산 지역에 들어서면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이 멋진 느티나무. 크고 작은 마을마다 수백 년 묵은 커다란 느티나무가 마을 입구에 버티고 있다. 지금은 잎을 모두 털어내 그 모습을 다 보여주지 못하지만 한여름에는 장관이다. 나무 아래 평상이 놓여있고 마을 어르신들이 삼삼오오 모여 이야기꽃을 피운다.

금산에서 들러볼만한 곳은 보석사와 개삼터. 보석사는 대한불교조계종 제6교구 마곡사의 말사이다. 근처의 산 중턱에서 금을 캐 불상을 만들었다고 해서 보석사란 이름이붙었다. 앙증맞을 정도로 자그마한 절이지만 역사적 무게는 만만치 않다. 신라 헌강왕 11년(885년) 조구대사가 창건했다.

한창 번성했을 때에는 500여 명의 승려와 3,000여 신도가 북적댔다고 한다. 호남의 많은 절을 관장했던 31본 중 하나였다.

임진왜란 때 의병장이었던 영규대사가 이 절에서 수도했다. 임진왜란 때 불타버린 것을 고종 때 명성황후가 중창했다. 아름드리 전나무가 도열해 있는 약 400㎙의 절길과 병풍 같은 진악산의 봉우리를 배경으로 하고 있는 대웅전과 산신각의 모습이 단아하다.

개삼터는 우리나라에 인삼 재배가 시작된 곳.남이면 성곡리 진악산 기슭에 있다. 모친의 병을 고치기 위해 정성을 들이던 강씨 선비가 산신령의 현몽으로 인삼을 찾게 됐고 그 씨앗을 이 곳에서 재배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매년 금산 인삼축제가 열릴 때 제사를 지내기도 한다.

인삼의 고장 금산의 모습은 고속국도 위에서도 볼 수 있다. 휴게소 인삼랜드(상ㆍ하행선)이다. 독특한 구조로 지어진 휴게소로 특히 화장실이 정갈하고 아름답다. 금산의 인삼 상품을 모두 볼 수 있다. 금산군청 문화관광과 (041)750-2225

# 전북 서부
* 숨겨진 오지 무주, 진안, 장수

전북에서도 교통의 오지로 꼽현던 무주, 진안, 장수(일명 무진장) 지역을 지나간다. 이 지역은 국립공원 덕유산을 비롯해 마이산 등 명산이 밀집한 지역이다.

덕유산은 설명이 필요없는 명산. 산을 오르는 무주 구천동의 38경도 엄지손가락을 내놓게 하지만 특히 최고봉인 향적봉에서의 조망이 빼어나다.

덕유산국립공원에는 모두 8개의 등산 코스가 있다. 가장 일반적인 코스가 집단시설이 있는 삼공 매표소에서 백련사를 거쳐 향적봉에 오르는 것. 약 8.5㎞로 3시간정도가 소요된다.

▷ 전북 진안의 마이산과 눈꽃이 한창인 덕유산 향적봉.

백련사까지는 차가 다닐 수 있는 평탄한 길이고 백련사부터 향적봉까지는 가파른 언덕길이다. 백련사에서 ‘이제부터 시작’이라는 마음으로 체력 조절을 잘 해야 무난하게 정상에 오를 수 있다.

하산은 같은 코스로하는 것이 대부분이나 인근의 중봉과 오수자굴을 거쳐 백련사로 내려오는 길도 있다. 약 20분이 더 든다.

힘든 산행이 불가능하다면 무주리조트(063-320-7000)의 관광 곤돌라를 이용하면 된다. 곤돌라로 설천봉까지 오른 후 향적봉을 등정하고 백련사길로 내려가거나, 걸어서 향적봉에 오른 후 곤돌라를 타고 하산할 수도 있다.

설천봉에서 향적봉까지는 약 20분. 관광곤돌라 요금은 편도 6,000원, 왕복 1만 원이다. 무주리조트 입장료 3,000원을 내야 한다. 곤돌라로 올라가 백련사로 내려왔다면 구천동 버스 주차장에서 무주리조트 셔틀버스로 다시 리조트에 갈 수 있다.

본격적으로 덕유산을 등정하려면 1박 2일의 일정이 필요하다. 종주 코스이다. 남덕유산의 영각사에서 출발, 삿갓재-무릉산-동엽령을 거쳐 향적봉대피소(063-322-1614)에서 1박한다. 1인당 3,000원. 이튿날 향적봉을 출발, 백련사 코스를 타고 하산한다. 그러나 이 코스는 겨울철 산불 방지기간(15일까지)에는 등반이 통제된다.

덕유산국립공원관리사무소(063-322-3174)에서 운영하는 자연해설 프로그램에 참가하는 것도 좋다. 20명 이내의 인원이면 누구나 참가가 가능하며 특히 가족단위의 참가자를 환영한다. 사전에 예약을해 놓아야 한다.

진안군의 마이산(관리사무소 063-433-3313)은 말의 귀 모습처럼 생겨서 이름이 붙은 산. 섬진강과 금강의 분수령을 이루고 있다. 기이한 바위 사이에 또아리를 틀고 있는 탑사가 신비롭다. 수십기의 돌로 샇은 탑들이 신비로움을 더한다.

# 경남 내륙지역
* 민족의 여산 지리산

뭐니뭐니 해도 지리산이다. 지리산은 경남, 전남, 전북 등 3개도에 걸쳐 있는 산. 최고봉인 천왕봉은 경남 산청군과 함양군의 경계에 속해 있다.

그러나 교통 사정이 어렵다 보니 지리산의 관광지는 천왕봉과 멀리 떨어져 있는 노고단 부근의 구례, 하동 쪽에 더 발달했다.

△ 산청IC에서 바라본 지리산 천왕봉. 이제는 곧바로 지리산의 얼굴인 천왕봉에 다가 갈 수 있게 됐다.

이제는 진정한 지리산의 얼굴인 천왕봉 쪽이 각광을 받을 차례이다. 천왕봉에 오르는 중산리, 백무동, 대원사, 칠선골 등이 서울에서 4시간 거리로 짧아졌기 때문이다. 백두대간의 남쪽 끄트머리이다. 대진고속국도 산청 지역을 지나면 길에서도 천왕봉이 눈에 들어온다.

지리산 산행의 백미는 종주. 천왕봉(1,915㎙)에서 노고단을 잇는 주능선이다. 지도상의 거리는 25.5㎞이지만 오르막 내리막이 이어지는데다 등정과 하산 코스까지 합치면 족히 60㎞, 약 25시간을 걸어야한다.

산행만 2박 3일이 걸린다. 지리산 동부관리사무소(055)972-7771~2

지리산의 서쪽으로는 그림 같은 강이 흐른다. 경호강이다. 경호강은 지리산 동남쪽을 흐르는 섬진강에 비견되는 강. 구절양장으로 굽이치는 강물이 유리처럼 맑다.

북쪽에서 한탄강과 내린천이 래프팅의 명소로 각광을 받는다면 남쪽 래프팅 마니아들은 경호강을 찾는다. 강변은 겨울에도 푸른 빛을 잃지 않는다. 물길을 따라 대나무 숲이 울창하기 때문이다. 산청군청 문화관광과 (055)973-5690

# 남녘의 바다
* 쪽빛바다와 보석 같은 섬, 섬, 섬

사실 남녘의 쪽빛 바다는 서울 사람들에게는 그림의 떡이었다. 서울에서 쉬지 않고 달려도 7시간이 넘게 걸리는 곳. 휴가 등 웬만큼 여유가 없다면 꿈도 꾸지 못할 곳이다. 그런데 5시간대로 짧아졌다. 남해도, 통영, 고성 등 절경이 코 앞에 다가 온 것이다.

‘주저앉으면 그 곳이 관광지’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남해도(경남 남해군)는 섬 전체가 절경이다. 섬 주위를 타고 도는 해안도로, 밀가루 같은 모래를 품고 있는 상주, 사촌 해수욕장 등 한려해상국립공원의 아름다움이 파도와 바람을 맞고 있다.

남해도에서도 금산은 단연 최고에 해당된다. 그래서 남쪽 지방의 등산객이 줄을 잇는다. 산을 오르는 등산로는 남과 북 두 곳으로 나 있다.

북쪽의 복곡저수지코스는 등산이 아닌 기도하는 사람들을 위한 대로(大路). 남한 4대 기도터인 보리암에서 도보로 10분 거리인 주차장까지 소형차와 셔틀버스(왕복 2,000원)로 오를 수 있다. 등산은 남쪽 상주해수욕장인근의 상주매표소와 보리암을 잇는 암릉코스(왕복 3시간)로 올랐다가 다시 내려오는게 일반적이다.

금산의 제1경은 해돋이. 동남쪽 미조만에 흩어져 있는 섬들 사이로 해가 떠오른다. 붉은 색과 푸른 색이 뒤엉킨 하늘, 검은 윤곽만 드러내는 섬들, 반짝거리며 끓어오르는 바다…. 말을 잊는다.

진주IC에서 남해고속도로로 갈아타고 진교IC나 하동IC에서 빠지면 쉽게 남해대교에 닿을 수 있다. 한려해상공원금산관리사무소 (055)863-3521.

통영시는그 자체만으로도 아름답다. ‘동양의 나폴리’라고 불린다. 통영사람들은 “무슨 소리냐. 나폴리가 유럽의 통영이지”라며 자부심이 대단하다.

미륵도, 거제도 등은 모두 다리가 놓여 이제 섬 아닌 섬이 됐다. 달아공원, 거제포로수용소 등 아름다움과 뜻이 깊은 여행지가 널려 있다. 통영은 또 수많은 섬으로 떠나는 출발지로서의 의미도 깊다.

한산도, 매물도, 욕지도, 외도, 해금강 등 바다 위에 떠있는 보석 같은 섬으로 여행을 떠날 수 있다. 통영시청 문화관광과 (055)645-0101

고성군은 천혜의 관광자원을 갖고 있지만 서울과의 거리 때문에 크게 각광을 받지 못했던 곳이다. 고성군의 아름다움은 바닷가 절경인 상족암으로 대표된다.

상족암은 한려해상국립공원의 한 가운데에 있는 해변, 덕명리의 거대한 바위이다. 수억 년에 걸쳐 퇴적된 수성암으로 파도가 바위를 깎아 커다란 동굴을 만들었다. 굴은 두세 사람이 어깨동무하고 들어갈 정도로 넓다. 열 십자(十) 모양으로 가운데에서 만났다가 다시 사방으로 헤어진다.

이바위에는 특이한 자국이 남아 있다. 공룡 발자국이다. 수를 센 것만 4,000여 개. 먼 옛날 ‘공룡의 낙원’이었다. 찾는 것은 어렵지 않다. 그냥 해변의 바위에 널려 있기 때문이다.

권오현 문화과학부차장

입력시간 2001/12/16 16:19


주간한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