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와 오늘] 빈 라덴과 죽음

오사마 빈 라덴의 행방은 여전히 묘연하다. 미국의 태도로 볼 때 그는 죽은 몸으로나 산 몸이든 2,500만 달러 수배자로 끝까지 추적될 운명에 처해 있다.

그는 이슬람의 성자인가 악마인가, 죽음의 사자인가. 미국에서 12월 13일 공개된 그의 비디오 테이프는 다시 911 테러 대참사의 주동자, 계획자, 음모자가 그 임을 실증시켜 준다. 그를 어떻게 미국인, 아랍인, 세계인들이 다시보게 하는가의 실증이기도 하다.

워싱턴 포스트에 미국의 언론에 난 주요 기사를 요약, 비평하는 ‘미디어비평’란을 쓰는 하워드 키츠 대기자는 ‘피를 말리는 순간’이란 제목으로 이 테이프에 대한 보도들을 요약했다.

“오싹한 장면들이다. 그들(빈 라덴 측근)은 웃었고 무척 기뻐했다. 그들은 파괴(세계무역센터, 펜타곤 붕괴)를 서로 축하했다. 알라신 덕에 이뤄졌다고 종교를 곡해했다. 세계무역센터 윗부분 3-4층이 무너질것으로 예상했지만 알라신 덕에 큰 성과를 얻었다고 했다.

그들은 오만에 차 있었다. 인간의 생명, 이를 지키기 위한 몸부림에 대한 고뇌의 표현은 없었다. 부시 대통령이 왜 그들을 ‘악마의 짓을 하는 자’라고 표현 했는지가 이해가 된다.”

이를 보며 클린턴 대통령의 안보문제 수석보좌관이었던 안소니 레이크 박사(1993-96년까지 보좌관, 현 조지타운대 교수)의 회고가 떠 올랐다.

1962년 국무부에 첫 공채된 레이크는 키신저 밑에서 보좌관을 지냈고 카터 대통령때도 국무부에서일했다. 클린턴과는 별로 인연이 없었으나 후에 그의 후임이 된 샌디 버거의 천거로 그의 수석보좌관이 됐다.

그가 클린턴에게 느낀 가장 매력적인 것은 인간의 죽음에 대한 두려움이었다. 1993년 6월 바그다드에 있는 이라크의 정보센터를 공습키로 결정하고 서였다. 클린턴은 정보센터 옆 민간인 주택 지구의 오폭을 염려했고 공격(토마호크)은 이슬람 예배가 끝나는 저녁녘에 하라고 했다.

레이크는 클린턴 함께 회의장에서 내려 오면서 말했다. “그순간에 민간인들의 피해를 말한 것에 놀랐습니다. 레이크의 공직 경험으로 어느 관리도 어떤 대외정책으로 미국인과 그상대국 시민에게 피해가 가리라는 것을 고려하지 않았다.

레이크는 클린턴이 인간의 죽음에 대한 두려움을 아는 것이 그와 함께 있던 백악관 시절의 흐뭇한 회고라고 말하고 있다.

클린턴과 ‘부적절한 관계’로 말썽을 일으켰던 모니카 르윈스키의 클린턴에 대한 애증은 깊다.

그러나 1995년 8월 어느날 그녀와 ‘부적절한 행위’를 한 클린턴은 집무실에 걸려온 전화로 보스니아 지상전에 참가한 한 미군 병사가 전사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클린턴은 눈물을 흘리며 “미군이 죽었다. 내가 잘못 파병했다”를 몇번이나 되뇌었다고 르윈스키는 회고했다.

그의 죽음에 대한 눈물은 르윈스키가 대배심, 청문회 등에서 클린턴에게 불리한 증언을 막게한 동기가 되었다.

이번 테이프를 보면서 많은 미국인들이 놀란 것은 두가지다. 빈 라덴이 웃으면서 “비행기 연료에서 나오는 화염이 건물의 철골구조를 녹여 충돌한 층과 그위의 3~4층들이 붕괴될것으로 예상했다. 우리가 바란 것은 그 정도였다”라는 대목이 첫번째다.

엄청난 피해를 예측했으면서 사건후 이를 밝히면서 어찌 웃을수 있느냐는 것이다. 많은 미국 희생자 가족들이 테이프 방영을 보지 않으려 한 것은 이런 기쁜 표정 때문이었다.

또 하나는 빈 라덴이 테러 참가자들에 대한 너무나 냉정하고 담담한 설명이다. “작전을 수행한 형제들이 알고 있었던 것은 자신들이 순교임무를 띠고 있다는 것 뿐이었으며, 그들은 작전에 대해 어떤 것도 알지 못했다…그들이 비행기에 오르기 직전까지 작전내용을 그들에게 드러내지 않았다. 비행훈련을 받은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을 알지 못했다.”

이에 대해 이슬람을 종교적 차원에서, 중동에서의 테러리즘을 정치적 차원에서 연구한 학자들은 분개한다. 빈 라덴은 이슬람의 성전(지하드)이나 코란속의 순교의 이념을 곡해 내지 왜곡했다는 것이다.

캐린 암스트롱(‘이슬람 역사’, ‘예루살렘’등의 저자) 은 ‘911’ 발생 1개월이 지난뒤 미국대외협회가 발행하는 월간‘포린 어페이즈’에 ‘그건 불가피 했나’라는 논문을 썼다.

암스트롱은 이슬람교의 발생에서 현재까지를 고찰하면서 결론적으로 빈 라덴의 이번 참사 주도는 마호메트의 종교를 곡해한 것이며 왜곡한 것이라고 결론짓고 있다. 이슬람교의 역사는 기독교, 유대교와의 공존이며, 다른 종교에 대한 성전은 코란 어느 대목에도 없다는 것이다.

또한 무스림들이 종교를 위해 순교하라는 명령은 어떤 세이코(총장, 지도자)도, 예언자도 가지고 있지 않다는 것. 오히려 내세보다 현세에서 올바른 삶을 사는 것이 알라를 위한 것임을 명백히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슬람은 죽음을 찬미하는 종교이기보다 이를 두려워 하고 삶을 올바르게 사는 것을 위한 종교라는 말이다.

암스트롱은 결론 내리고 있다. “빈 라덴은 몇대의 비행기를 납치한 것 뿐이 아니다. 그는 세계에서 매우 넓게 퍼져있는 종교의 하나를 납치한 것이다.” 종교를 정치적 이데올로기화 하고 또 이를 다시 광신주의로 바꾸는 죄를 지었다는 말이다.

입력시간 2001/12/18 1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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