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전망대] 소비심리 안정세, 경기에 '파란불'

연말 동창회와 향우회, 망년회가 줄을 잇고 있다. 올해도 10여일을 남겨 둔 세밑이다.

주식 시장도 거래일을 일주일 여 남겨두고 슬슬 한 해를 마감해 가고 있다. 연말을 맞아 배당 유망종목을 찾기 위한 투자자들의 막바지 바닥훑기도 가열되고 있다.

과연 내년 한 해는 경기회복의 원년이 될 수 있을까. 다행히 소비자 전망치를 비롯한 각종 경제지표는 내년 경기의 완만한 상승을 기대할 만한 수치를 그려내고 있다. 경기선행지수 등 경기관련 주요 지표들에 대한 관심이 쏠릴 수 밖에 없다. 내년 초 경기가 바닥을 찍고 회복기에 들어선다면 우리 경제의 앞날에 다시 따뜻한 햇살이 비쳐질 수 있을 것이다.

국내증시향방 가늠자 될 IMF 세계경제전망

이번 주에는 국내에서는 11월 소비자전망치(17일), 미국은 11월 경기선행지수(현지시간 20일), 3분기 국내총생산 확정치(21일), 12월 미시간 소비자신뢰지수 등 내년 경기를 점칠 수 있는 주요 지표들이 잇달아 발표된다. 또 마이크론테크놀로지 3COM 등 기술관련 기업과 모건 스탠리 등 금융관련 기업들을 포함한 미국기업들의 실적 전망이 미국과 국내 증시의 투자심리를 좌우할 최대 변수로 부각될 것으로 보인다. 하이닉스 구조조정특별위원회가 마이크론테크놀로지와의 제휴협상을 연내에 마무리 짓는다는 계획이어서 하이닉스 주가를 둘러싸고 개인투자자들의 심리가 어떻게 변화할지도 관심사다.

주식시장은 17일로 주식배당 공시가 마무리된다. 따라서 주식배당에 막차로 합류할 종목들이 스포트라이트를 받을 것이다. 아울러 연 말을 앞두고 현금 배당가능성이 높은 우량종목들도 조정장세의 틈새찾기 대상으로 주목을 받을 전망이다. 이번 주 코스닥시장의 신규등록 공모기업은 올 해 최대 규모인 23개에 달한다. 19일에는 13개 종목의 공모가 겹쳐있다. 공모 경쟁률은 시장의 투자심리를 읽어볼 수 있는 간접지표로 의미가 있어 주목된다. 18일 공개되는 국제통화기금(IMF) 세계경제전망도 중장기 국내증시의 향방을 파악할 수 있는 가늠자다.

외환시장에서는 최근의 엔화 약세가 변수로 등장할 전망이다. 지난 주 달러 대비 엔화(달러/엔) 환율은 연중 고점(126.84엔)을 돌파한 뒤 128엔선에 근접하는 급등세를 보이고 있다. 따라서 이번 주 달러 대비 원화(달러/원) 환율도 지난 주말에 이어 엔화 동향에 좌우될 것으로 전망된다. 당장은 신규 설정된 1,260-1,280원의 박스권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되며 달러/엔 추가상승에 따라 1,300원대로 치솟을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21일 4분기 경제전망을 발표한다. 재정경제부의 내년도 경제운용방향 발표(27일)를 1주일 앞두고 국책연구원인 KDI가 내년 경제를 어떻게 전망하고 어떤 정책을 강조할 지 관심이 쏠린다. KDI는 최근 올 해 국내총생산(GDP)성장률 전망치를 2.2%에서 2.5%로 상향 조정했다. 통계청이 발표하는 11월 소비자전망 조사결과는 경기회복의 전제라고 할 수 있는 소비심리 개선여부를 다시 한번 짚어보는 계기가 될 것이다.

이 달 초 발표됐던 전국경제인연합회의 기업경기실사지수(BSI)가 100을 넘어섰고, 지난 달 백화점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14.3% 늘어난 점 등으로 미뤄 볼 때 소비자전망 역시 개선추세를 보일 것이라는 게 일반적인 전망이다.

대한생명 매각ㆍ현대차 파업이 연말 핫이슈로

대한생명 매각건과 현대자동차 노조파업도 금주가 고비다. 3조 5,000억원의 공적자금이 투입된 대한생명 매각은 이번 주에 윤곽을 드러낸다. 15일 최종 입찰제안서 접수를 마친 예금보험공사는 이번 주말께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한다. 가장 큰 관심사는 인수 희망자들이 얼마의 가격을 써 냈는 지다. 최종 입찰제안서를 제출한 업체 중 한화-오릭스 컨소시엄과 미 메트라이프사 등이 유력한 후보로 알려졌으며 AIG-악사 등 몇몇 외국업체도 인수의사를 거두지 않고 있다.

현대자동차는 노조의 파업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회사측은 지난 달 17일부터 3주째 계속되고 있는 파업으로 5만9889대의 생산차질과 7,370억원의 매출손실을 입었다고 밝혔다. 월 평균 6만~7만여대에 달하던 내수판매가 12월 들어 급격히 감소했고 수출시장에서도 적기 공급 차질과 엔저현상으로 가격경쟁력이 크게 위축되고 있다는 것이다.

현대차 파업의 주요쟁점은 통합임단협과 성과금 배분문제. 자동차 계열사의 각기 다른 단협안을 하나로 통합하는 과정에서 노사간 마찰이 심화한 가운데 노조측은 당기순이익의 30% 를 성과급으로 지급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이번 주에 진행될 현대차 노사간의 협상은 정상조업이냐 파업장기화냐를 결정짓는 중대한 고비가 될 것 같다.

힘겨운 줄다리기를 계속하고 있는 내년 예산안 처리가 이번 주에는 이뤄질 것인지도 눈여겨 볼 대목이다. 여야는 삭감규모를 1조원 내외로 좁히는데까지 의견을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예산처리와 한나라당이 주장하는 법인세 인하안이 빅딜로 처리될 지도 관심거리다.

이창민 경제부차장

입력시간 2001/12/19 1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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