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권 7龍 '짝짓기의 계절'

'100일 레이스' 스타트, 후보·대표 분리로 성격의 연대 가능성

민주당에서 '용(龍)들의 100일 레이스'가 시작됐다. 민주당의 '당 발전과 쇄신을 위한 특별대책위'는 대통령 후보와 당 지도부를 지방선거에 앞서 내년 3월 말 선출하기로 하고, 2월 중순부터 시ㆍ도별 예비경선을 실시한다는 안을 마련했다.

12월 19일 당무회의에서 이 같은 정치 일정이 확정되면 여권의 대선 예비주자들은 경선 캠프를 구성하고 전략을 마련해 대선후보 경선 마라톤에 본격 뛰어든다.

민주당이 당권-대권 분리 차원에서 대선후보와 대표ㆍ최고위원 중복 출마를 금지하기로 함으로써 대선주자와 대표ㆍ최고위원 출마자 사이에 또는 대선주자 사이에 활발한 '짝짓기' 시도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내년 3월 후보·지도부 선출

경선에 나설 대선주자로는 이인제 한화갑 노무현 김중권 김근태 정동영 상임고문 등이 우선 거론되고 있고, 유종근 전북지사도 이미 대선 출마를 선언했다.

이밖에 고건 서울시장, 박상천 상임고문의 출마 가능성도 거론되지만 두 사람이 대선후보 경선에 뛰어들 가능성은 적어 보인다.

따라서 현재로선 7용(龍) 이 대결하는 그림이 자주 거론되고 있다. 이들 중 한화갑 김근태 상임고문은 "내년 1월에 당 지도부를 선출한 뒤 지방선거 뒤인 7월에 후보를 뽑자"며 3월 후보 선출에 반대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도 당무회의에서 3월 전당대회가 확정되면 곧바로 레이스 돌입을 선언하지 않을 수 없다.

이번 민주당의 대선후보 경선은 몇 가지 방식에서 과거의 여권 후보 경선과 확연히 대비된다. 우선 미국식 '예비경선제'를 원용해 시ㆍ도별로 순회 유세ㆍ투표를 하면서 단계적으로 개표를 실시함으로써 국민적 붐을 조성한다는 계획을 짜놓고 있다.

예비경선은 인구가 적은 순으로 제주, 울산, 광주, 대전, 충북, 강원, 충남, 전북, 전남, 대구, 인천, 경북, 경남, 부산, 경기, 서울 순으로 실시된다.

또 민주당은 현재 9, 354명에 불과한 대의원을 1만5,000명으로 늘리고, 여기에 당원 선거인단 2만명, 국민 선거인단 1만5,000명 등을 추가해 총 5만명의 대선후보 선거인단을 구성할 방침이다. 1997년 여당인 신한국당(한나라당 전신) 후보 경선에 1만 2,431명의 대의원만이 참여하도록 돼 있던 점을 감안하면 선거인단을 대폭 늘린다는 점도 의미가 있지만 일반 국민을 경선에 참여시킨다는 점에 더 큰 의의가 있다.

이에 따라 여론조사의 국민 지지도가 대선후보 선출 과정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각 대선주자들은 금년 말이나 내년 초 경선 캠프 사무실을 마련하고 캠프 조직도 완료할 계획이다. 주자들은 이미 전국 지구당을 순회하기 시작했고, 내년 TV토론이나 언론 인터뷰 등에 대비해 분야별 국정 운영 비전을 다듬고 있다.


예비주자들 경선 캠프 본격 가동

이인제 상임고문은 레이스 초반 영ㆍ호남 지역을 집중 순회하고 구체적인 국정운영 비전을 밝히면서 국민 지지도 1위를 확고히 유지함으로써 대세론을 확산시킨다는 전략이다. 당무회의에서 정치 일정이 확정된 직후 경선출마를 공식 선언하는 기자회견을 가질 계획이다.

이와 함께 현재 개인사무실로 활용하고 있는 여의도 정우빌딩 사무실 외에 인근 빌딩에 경선캠프를 별도로 마련할 계획이다. 캠프 조직에 있어 분야별 책임자는 원유철(조직) 장성원(기획) 전용학(홍보) 김효석(정책)의원 등 현역의원들에게 맡겨 원내 지원세력의 규모를 과시할 계획이다.

한화갑 상임고문은 당내에 뿌리가 깊은 정통 민주당 세력임을 강조하면서 지난해 최고위원 경선에서 1위를 기록한 저력을 보여준다는 복안을 갖고 있다. 한 고문은 지구당 순회 방문 등을 통해 당원 및 일반 대중과의 접촉 기회를 늘리고, 내년 초 서울에서 자서전 출판기념회를 갖고 경선 출마를 선언한다.

이와함께 여의도 인영빌딩의 '한미정책포럼' 사무실 외에 별도로 조만간 여의도 대하빌딩에 있는 150평 규모의 사무실에 입주, 대선캠프로 활용하는 한편 언론사 부국장 출신 정순균씨를 공보특보로 임명한다.

노무현 상임고문은 최근 인구비례에 따른 선거인단 구성 방침에 따라 영남 대의원수가 늘어난 점에 기대를 걸면서 개혁적인 '영남후보론'을 띄운다는 전략이다.

그동안 영남 지역에 공을 들여온 노 고문은 금년말까지 호남지역 지구당을, 내년 1월에는 충청지역 지구당을 각각 순회 방문할 예정이다. 노 고문은 내년 초 대선후보 TV토론회가 열릴 것에 대비, 온라인 정책자문단을 발족시킨데 이어 정책분야 TV토론대책반을 편성할 계획이다.

김중권 상임고문은 대통령 비서실장 등의 경력을 내세우며 국정운영 능력을 갖춘 '영남 후보론'을 역설한다는 입장이다.

그는 최근 여의도 국제동우빌딩에 대선캠프 사무실을 마련, 조직 확대 작업을 진행하고 있으며, 내년 초까지 전국 지구당 순회방문을 마무리한 뒤 지구당 개편대회에 적극 참석할 생각이다. 내년 1월말에는 자신의 공직생활을 토대로 저술한 경제서적 출판기념회를 가질 계획이다.

김근태 상임고문은 '정통 민주화 운동세력'으로 합리적으로 일관되게 개혁을 추진할 수 있는 인물로 부각시킬 생각이다.

김 고문은 지난해 언론개혁 등을 주제로 한 TV토론에 참여, 능력과 좋은 이미지를 보여줬다는 평가에 따라 내년 초 TV 토론 이후에 지명도와 지지도가 올라갈 것을 기대하고 있다. 김 고문은 지구당 행사, 대학특강 등을 통해 꾸준히 '개혁' 이미지를 세일즈할 계획이다.

정동영 상임고문은 최근 여론조사에서 여권 대선주자 중 지지도가 이인제 노무현 고문에 이어 3위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나자 고무돼있다. MBC 앵커 출신인 정 고문측은 TV 토론을 통해 인기가 상승할 것으로 기대하면서 당내 일부의 서울시장 출마설을 일축하고 있다.

정 고문은 언론사의 중진급 인사를 언론특보로 영입하는 등 참모조직을 확장하고, 국회 인근에 위치한 후원회 사무실을 넓히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

유종근 전북지사는 12월 18일 부산을 시작으로 본격적으로 지방을 순회하면서 '경제 전문가'라고 홍보할 계획이다. 다른 주자들에 비해 당내 기반이 취약한 만큼 이번 방문 기간에 시ㆍ도 지부 및 지구당 관계자들과 접촉을 강화할 생각이다.

그는 내년 1월 11일 서울에서 자신의 저서인 '신국가론' 출판기념회를 갖는다.


합종연횡 등 변수 많아

이들은 물밑에서는 다른 대선주자들이나 중진들과의 연대 가능성 탐색에 신경을 곤두세울 것으로 전망된다. 연대의 중심 축으로는 나름의 세력을 확보하고 있는 이인제 한화갑 고문 한광옥 대표가 있다.

우선 이인제 고문이 한광옥 대표, 권노갑 전 최고위원 중심의 동교동 구파와 손잡는 '범주류 연대'가 거론되고 있다. 이에맞서 한화갑 노무현 김근태 정동영 고문 등이 주축이 된 '반(反) 이인제 4자 연대' 가 구축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극적으로 이인제 한화갑 고문이 대타협을 시도하는 시니리오도 양측 일부에서 거론되고 있으나 아직은 실현 가능성이 적어 보인다. 개혁 성향인 노무현 김근태 고문이 힘을 모으는 '개혁 연대론' 도 있으며 한화갑 고문이 노무현 고문이나 김중권 고문과 협력하는 '영호남 연대론'도 있다.

이인제 고문은 호남 출신인 박상천 고문과 우호적관계를 맺으려 하고 있다. 여권의 대선 마라톤이 본격 시작되면서 벌써부터 나름의 서열이 매겨지고 있다. 그 과정에서 주자간 합종연횡, TV토론과 지역별 순회 투표 등이 변수로 남아 있다. 최종적으로 승리의 테이프를 끊는 주자가 누가 될 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김광덕 정치부기자

입력시간 2001/12/20 19:13


김광덕 정치부 kdkim@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