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와 오늘] 아프간에 희망은 있는가?

아프가니스탄 과도정부가 12월 22일 출범 했다. 이들의 앞날에 희망은 있는가.

뉴욕 타임스의 도쿄, 베이징 특파원으로 우리나라를 자주 찾았던 니콜라스 크리스토프기자. 그가 NYT의 칼럼니스트가 되어 아프간을 3주여 취재한 뒤 다음과 같은 결론 내리고 있다. “희망은 있다. 전제 조건은 미국이 전면에 나서 아프간을 이끌 때다.”

새해에 43세가 되는 크리스토프는 ‘이슬람과 기독교의 충돌’이니, ‘역사의 냉전시대로의 회귀’니, ‘새천년의 3차 대전’이니하는 911 테러 대참사의 또다른 현장인 아프가니스탄의 골목과 시장, 지뢰밭과 카블의 거리를 돌아 보며 담담하게 그렇게 느꼈다.

크리스토프는 1990년 퓰리처상 국제 보도부문 상을 부부로서는 처음으로 아내 세릴 우딘과 받았다. 천안문 사태를 NYT 부부 특파원으로 보도한 공이었다. 이어 93~99년 부부가 함께 도쿄에서 특파원으로 일했다.

크리스토프는 오리건주의 조그마한 과수원 마을 출신. 하버드대 정치학과 최우등졸업생이었고 영국 옥스포드 법대 대학원을 우등으로 나왔다. 이집트 카이로에서 아랍어를 연수하기도 했다. 아내 우딘은 하버드 경영 대학원 출신의중국계 미국인이다.

부부가 NYT와 인연을 맺은 것은 84년이지만 본격적으로 두각을 나타낸 것은 홍콩을 거쳐 88년 베이징 특파원이 되면서 부터다. ‘중국은 각성하라’(95년 부부가 쓴 책이름)는 개방을 향해가는 중국을현장 취재한 것으로 미국 독자와 중국 지식인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이런 크리스토프가 칼럼니스트가 되어 북부 동맹군이 해방시킨 카불에 온 것은 2001년 11월 말. 그는 여러 언론 매체들이 전하는 황폐함 보다는 탈레반이 떠난 이후 미국제 ‘켈로그 플레이크’로아침을 대신할 정도로 카불이 변했다는 점이다.

“부족한 게 있다면 미국인 기자들이 스웨덴 대사관에 몰려가 파티에서 미트볼을 먹는 것이다. 미국은 소련에 대항하기 위해 알 카에다를 후원했다는 등의 옛일을 떨쳐 버리고 이곳에 대사관을 설치해야 한다.

미국이 아프간에서 파괴만을 일삼고 건설에는 나서지 않는다면 카불은 이상한 곳이 될 것이다. 이를 해소하는 길은 미국 대사관 개설이다”라는 첫번째 칼럼이 12월 7일자로 나왔다.

크리스토프는 카불 시내 여성용품 가게를 둘러봤다. 부르카를 쓴 여성들이 화장품이나 장신구를 사갔다. 여전히 남자들과는 필요할 때 외에는 대화를 하지 않았다.

고등학교를 나와 직업을 갖고 있는 23세의 한 여성은 “남편은 마누라가 말을 안들으면 때리기도 한다. 그건 남자의 권리”라고 말했다.

그러나 희망은 보였다. 아프간의 임시 내각에 2명의 여성이 들어 온 것이다. 한 강경한 이슬람 각료는 크리스토프의 이에 대한 질문에 “나는 비록 내 마누라를 패지만 동의한다”고 말했다.

크리스토프는 45년 일본이 패전후 새 헌법을 만들 때 남녀 동등권을 넣은 것은 미국 군사정부였다. 미국이 아프간에서 남녀 동등권을 갖도록 노력한다면 아프간의 발전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인류문명사 면에서도 14세기 이후 여성을 교육시키고 자율성을 부여한 국가는 발전해왔다. 벌써 아프간의 한 건포도 공장주인은 탈레반이 사라진다면 현재 50명인 남자 인력을 모두 여자로 바꾸겠다고 크리스토프에게 말했다.

아프간에 중앙은행을 세우고 도로를 놓고 자유선거를 실시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미국은 남녀 동등권의 인정으로 제국주의라는 말을 듣지 않을 수 있다고 그는 보고있다.

그는 아프가니스탄인들을 무사들로만 보지 말라고 충고했다. 기업가적 두뇌가 있다는것이다. 이번 카불 공습때 이들 몇몇 기업가들은 외곽에 등불을 켰다.

미국이 탈레반 막사로 알고 공습하기를 노렸던 것이다. 그들은 포탄 파편을 주워 파키스탄에 내다 팔았다. 아프간인들의 손 솜씨가 좋아 55센트짜리 플라스틱 슬리퍼가 파키스탄에서 2달러에 팔리고 있다.

그는 주장했다. 세계은행이 후진국에서 분쟁을 막는 길은 경제성장, 소비품 의존체제에서의 탈피라고 이야기 하지만 바로 미국-파키스탄-아프가니스탄 간에 무역자유지대를 만들라는 것이다. 미국이 전쟁비용으로 쓰는 돈보다 이들에게 주는 관세 혜택이 너무 적다는 말이다.

크리스토프는 마지막 종군 칼럼에서 결론 내리고 있다. “아프간에서의 오늘을 살려면 밭에 나가야만 연료를 얻고 먹을 것을 얻는다. 밭은 온통 지뢰밭이다. 하루 세사람이 지뢰밭에서 죽는다. 미국은 지뢰금지조약의 선두주자가 되어야 한다. 미국이 지뢰를 놓는 것을 반대하면 어느나라도 지뢰를 놓지 않는다.”

911 테러 대참사를 평화로 이끌기 위해서는 먼저 아프간을 살리는 길로, 미국이 지뢰가 되지 말고 선두가 되라는 것이 그의 아프간 취재의 결론이다.

박용배 언론인

입력시간 2001/12/26 1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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