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현대의 한의학 산책] 겨울철 생활리듬

겨울의 계절적 기운은 한의학적으로 볼 때 봉장(封藏)이라고 합니다. 이는 곧 저장하고 배양한다는 의미로 봄과 여름에 발산된 양기를 거두어 저장하여 이듬해에 사용하게 될 인체 에너지를 저장한다는 뜻입니다.

그래서 겨울은 차가운 기운이지만 속에는 따뜻한 온기를 함축하고 있는 그런 기운인 것입니다. 그렇기때문에 양기를 함부로 동요시켜서는 안 되고 만물을 저장하고 간직해야 하는 계절이 바로 겨울철인 것입니다.

한의학에서는 '동불장정(冬不藏精)이면 춘필온병(春必瘟病)'이라고 합니다.

이 말은 사람이 겨울철에 자연의 기운에 순응하여 인체의 정기(精氣)를 저장하고 배양해야 하는데, 인체의 정기를 잘 간직하지 못하면 이듬해 봄에는 전염병과 같이 고열을 나타내고 인체의 체액의 손상을 가져오는 그러한 질환이 발병된다는 뜻입니다.

즉, 겨울철에 땀을 너무 많이 흘린다던가, 맵고 자극적인 열성 음식을 과식한다던가, 밤늦게까지 활동하여 수면시간이 짧다던가, 혹은 정(精)을너무 손상한다면 인체에는 내열(內熱)이 치성하게 되고 이러한 내열이 겉으로 표출되는 질환을 앓게 된다는 것입니다.

그러면 왜 겨울에 질병이 나타나지 않고 봄에서야 나타나는 것인가? 그것은 겨울의 찬 기운이 인체에 영향을 미치어 표피가 치밀해지기 때문에 발산되지 않다가 봄이 되면 자연의 양기가 발산되는 때이므로 인체도 양기를 발산하므로 이틈을 타서 체내에 치성해져 있던 열기가 발산되면서 나타나는 것입니다.

실제로 겨울철이 되면 사람은 누구나가 바깥에서보다는 실내에서의 활동을 많이 하게 되고 육체적인 활동도 줄어들게 되는데, 이러한 것은 생명의 유지에 필요한 활동 외에는 활동을 최소화함으로써 계절에 적응하고자 하는 노력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우리 인체는 변화하는 계절에 맞게 적절한 생활리듬을 유지시켜줄 때 비로소 건강을 유지할 수 있는 특성을 갖게 됩니다.

이러한 겨울철은 다른 계절과는 달리 차가운 기운으로 인하여 각종 피부질환과 호흡기 질환, 알러지질환, 관절질환 등이 다발하는 계절입니다.

겨울이되면 자연의 기운이 침장(沈藏)하기 때문에 대기의 수분이 없어지고 건조되어지고, 인체의 기운도 내부로 많이 흐르게 되어 피부가 건조해지기 때문에 가려움증, 건선 등의 피부질환이 유발되거나 심화되는 것입니다.

또한, 차가운 외부와 따뜻한 실내의 기온 차이가 너무 커 감기를 비롯한 각종 호흡기 질환도 많이 발생하게 됩니다.

그리고 차가운 기운은 수축하는 특성을 가지므로 인체의 근육과 근막, 건, 인대등은 많이 수축하고 긴장하게 되어 관절의 원활한 움직임에 장애를 주고 심해지면 관절주위의 통증을 유발하고 시린 듯한 감각적 이상을 나타내게 되는 것입니다.

특히 빈발하는 질환 중에 중요한 것은 심·혈관질환인데, 여기에 관련된 질환으로는 뇌혈관의 경색(梗塞)이나 출혈로 발생하는 중풍(中風)과 심장에 영양을 공급해주는 관상동맥에 장애가 생기는 협심증이나 심근경색이 있습니다.

이러한 심·혈관질환은 계절적 특성상 혈관이 수축되고 기혈의 순환이 느려지는 겨울철에 많이 발생하는 질환으로 발병의 원인이 되는 고혈압, 고지혈증, 당뇨병, 심장질환을 가지고 있는 환자들의 각별한 주의가 요구됩니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심·혈관질환을 유발할 수 있는 기존의 질환보다도 그 질환으로 인하여 발병할 수 있는 가능성을 항상 가지고 있는 상태에서 심·혈관질환을 발병을 촉발하는 방아쇠인자가 있습니다.

이러한 인자에는 외부의 기온에 연관되어지는 육체적 스트레스와 내부에서 자극하는 정신적 스트레스가 있습니다.

그렇기때문에 겨울철의 차가운 날씨를 조심하여야 하는 것입니다. 심·혈관에 치명적인 장애를 가져올 수 있는 질환을 가지고 있는 분들은 운동을 하더라도 꼭 해가 중천에 떠 있을 때 하는 것이 좋고, 옷은 두툼하게 입어야 하며 반드시 모자를 착용하는 것이 좋습니다.

그리고 운동을 시작하기 전에 심호흡부터 시작하여 각 관절의 준비 운동을 충분히 하고 부하가 많이 걸리는 운동보다는 가벼운 운동만을 하는 것이 안전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정신적인 스트레스가 중요한 인자가 된다고 했는데, 현대인들은 직장에서 뿐만 아니라 가정에서도 항상 긴장하고 조심하는 과부하적 스트레스 속에서 살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스트레스는 우리들의 삶을 피곤하게 만들고, 질병을 촉발하는 인자가 될 수 있습니다.

스트레스는 생각을 많게 만들고 감정의 변화를 급격하게 만듭니다. 스트레스로 인한 인체의 항상성이 저하되어 인내할 수 있는 저항력마저 떨어지게 되고, 겨울철은 기운의 흐름이 느리고 적게 흐르기 때문에 감정의 변화는 기혈(氣血)의 흐름이 울체되게 하거나 내열(內熱)이 치성하게 만듭니다.

그러므로 인하여 앞에서 언급한 겨울철에 다발하는 질환의 유병율을 높이게 되는 것입니다.

춥고 움츠리게 되는 겨울철이지만 적당한 육체적 활동과 한발 물러나 먼저 이해하고 받아들여주는 긍정적인 사고로 겨울철에 순응하는 생활을 한다면, 금년 겨울도 별다른 질병 없이 건강한 삶을 영위할 수 있고 성공적인 사회생활도 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신현대 경희의료원한방병원장

입력시간 2001/12/26 18:43


주간한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