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들여다보기] 비행기와 조정판

하늘을 나는 것은 인류 최대의 꿈이었다. 창공을 마음껏 날아 다니는 새들을 보면서 선인들은 땅바닥에만 붙어 있는 자신들의 처지를 벗어나기 위하여 온갖 노력을 기울였다.

고대희랍 신화에 나오는 이카루스는 새의 깃털을 양초로 붙여 만든 날개를 달고 하늘을 날아오르다가 태양신의 노여움을 사 깃털을 붙인 양초가 녹아 버리는 바람에 떨어져 죽었다는 이야기가 있다.

그만큼 하늘을 나는 것은 예로부터 인류의 꿈이었고 경외의 대상이었던 것이다.

이렇게 수 십 세기에 걸쳐 내려온 인간의 꿈은 지난 20세기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라이트 형제에 의하여 이루어졌다. 두 형제의 불같은 의지로 인류 최초로 59초간의 비행을 한 지 이제 100년이 다 되어 간다.

이미 노스 캐롤라이나에서는 라이트 형제의 비행 100주년을 경축하기 위한 준비가 벌써 시작되었다고 한다.

유사이래 온 인류의 꿈이었던 비행이 실현되자 비행기술은 비약적으로 발전하여 이제는 달나라도 갔다오고 화성이나 그보다 더 멀리 떨어진 우주에 탐사 선을 보내는 시대가 되었다.

100년 전 50여 초로 시작되었던 인류의 비행술은 이제는 400명이 넘는 승객을 싣고 대서양과 태평양을 오가는 정도로 발달되었다. 항공 운송은 이제 우리 일상생활에 너무 깊이 파고들어 비행기가 뜨지 못하면 세계 경제는 정지된다는 것을 지난 9월 11일 테러 사건을 통하여 실감하였다.

특히 땅덩어리가 넓은 미국에서는 항공편은 일상적인 교통 수단이다. 그런데 가끔 비행기를 탈 때 느끼는 것은 그 커다란 비행기가 과연 어떻게 움직이는가 궁금해진다.

물론 훌륭한 과학자들과 엔지니어들의 연구와 노력의 결과 최첨단 장비로 무장된 747같은 최신 여객기는 조종사가 핸들을 돌리는데 따라 그 커다란동체가 유연하게 움직이고 있지만 실제 비행기가 움직이는 것을 보면 실로 조그마한 부분으로 그 큰 비행기의 방향을 조정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는 새삼스럽게 놀라움을 금하지 못하게 된다.

747비행기를 타고 가면서 날개 근처의 창가에 앉게 되면 먼저 그 날개의 크기에 놀라게 된다. 동체에 날개가 붙어있는 부분은 적어도 다섯줄의 좌석이 들어설 수 있을 정도의 폭을 가지고 있다.

게다가 그 길이는 적어도 볼링장의 레인 하나 정도는 충분히 만들 수 있는 정도이다. 양쪽에 달린 이런 면적의 날개가 바로 400명이 넘는 승객과 그 많은 화물에다 미 대륙을 건너 한반도까지 올 수 있는 연료를 들어올릴 수 있는 양력을 만드는 것이다.

이륙할 때와 착륙할 때는 활공 시와는 다른 양력이 필요하기에 날개의 면적을 조정한다. 특히 착륙할 때 날개의 모습을 보면 언제 저런 부분이 있었나 싶었을 정도로 날개의 면적이 늘어나는데 첩첩이 포개져 있던 날개 이파리가 빠져 나오는데, 가장 넓어지면 거의 1.5배의 면적으로 늘어난다.

또 고공에서 활공하다가 불안한 기층을 만나 심하게 흔들리기라도 하면, 날개의 양끝이 요동치는데 과연 이런 구조물을 믿고 탈 수있는지 하는 의심마저 들 정도이다.

한편 날개 한쪽 끝에 있는 조그만 조각이 끊임없이 아래위로 조금씩 움직이는데 그 크기는 날개 전체 사이즈에 비하면 사람에게 있어서 손바닥 정도의 크기에 불과하다. 그런데 이 조각이 아래위로 오르내리면서 바로 비행기의 방향을 조정하는 것이다.

요사이 국내에서는 여러 가지 게이트로 연일 시끄러운 것같다. 권력 기관이 이권에 개입하여 부정한 돈을 받았는가 하면, 이를 수사하고 감독하여야 할 기관도 압력과 청탁 때문에 제대로 역할을 못한 것 같다.

누구는 정권 말기면 늘 일어나는 권력 누수 현상이라고도 한다. 400명 승객을 들어올리는 날개가 아무리 크다고 하여도 비행기 방향을 돌리는 것은 손바닥만한 조각판이다.

손바닥만한 방향타가 제대로 움직이지 않는다면 비행기가 통제 불능이 될수밖에 없듯이 인간사에서도 유연한 방향타가 있어야 한다는 것을 이번 비행기 여행을 통해 다시 한번 느꼈다.

박해찬 미 HOWREY SIMON ARNOLD & WIHTE 변호사

입력시간 2001/12/26 1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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