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부동산에 돈이 보인다

2002 재테크 기상도

‘주식이냐, 주택이냐.’ 280조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되는 시중부동자금이 갈림길에 서 있다.

2002년 임오년(壬午年) 말의 해를 맞아 어느 말로 갈아 타야 할 지 고민이다. 새해 재테크시장에서는 문자 그대로 진검승부가 펼쳐질 것이라는 게전문가들의 예상.

머니게임의 최대 지표인 경기회복 여부가 판가름날 뿐 아니라 월드컵과 양대 선거 등 대형 이벤트가 한해에 집중되면서 시중자금들이 돈되는 곳을 좇아 대이동을 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일단 주식에 무게를 두고 있다. 경기회복이 이루어지면서 증시가 대세상승 국면으로 돌아설 것이라는 낙관론이다. 월드컵 특수도 경기회복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와 함께 경기침체를 벗어나기 위한 각국의 과감한 금리인하로 글로벌마켓에 유동성이 넘쳐나고 있다는 점도 이머징마켓에서 가장 매력적인 시장으로 손꼽히는 국내 증시의 대망론을 뒷받침하고 있다.

그러나 주식투자는 ‘하이리스크 하이리턴(높은수익에는 그만큼 큰 위험이 뒤따른다는 뜻)’ 의 함정을 안고 있다. 누구나 고개를 끄떡였던 대세상승분위기가 자고 일어나면 대세하락으로 바뀌어 있는 것이 주식시장이다.

경기회복 여부를 장담할 수 없는데다 불확실성이 점증되고 있는 세계질서에서 미국의 테러사건이나 아르헨티나 사태 등 언제 어디서 대형 악재가 돌출할 지 모른다는 점을 감안, 실속있는 부동산 투자로 보다 확실한 수익을 올리려는 투자자들도 적지않다.


증시 대세상승 기대, 월드컵도 경기회복에 한몫

증시는 흔히 실물경제의 거울이라고 한다. 활발한 기업활동으로 많은 이익을 올리면 경기지표가 좋아지고 기업의 가치인 주가도 당연히 올라갈 수 밖에 없다는 뜻이다.

올해 증시를 짓눌렀던 가장 큰 요인 중의 하나는 경기 침체. 외환위기의 악몽을 딛고 1998년과 1999년 2년에 걸쳐 두자릿수대 급성장을 보인 것과는 달리2001년은 2%대의 바닥을 헤매야 했다.

IT산업의 버블붕괴에서 출발한 경기 침체와 세계 증시의 동반 몰락으로 대공황 우려까지 확산된 한해였다.

전문가들은 대체로 경기가 이르면2ㆍ4분기 중, 늦어도 하반기 중에는 본격적인 회복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삼성 LG 현대 등 민간경제연구소들은 최근 2002년 GDP(국내총생산) 성장률 전망을 상향 조정, 3.5~4.2%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한국은행도 3.9% 전망치를 내놓고 있고 정부도 상반기3%, 하반기 5%의 성장을 목표로 하고 있다.

반도체가 경기 회복의 신호탄을 올릴 것으로 전망된다. 반도체 수요 증가에 따른 가격 상승에는 신경제의 상징인 IT산업의 재기는 물론 굴뚝기업의 투자 확대 등을 반영하고 있다.

특히 우리 경제에서 반도체가 차지하는 비중이 절대적인 점을 감안할 경우 반도체 가격 상승은 우리 증시에 강력한 상승 모멘텀을 제공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와 관련, 최근 하이닉스와 마이크론의 전격적인 제휴와 맞물려 D램 가격의 반등 조짐이 나타나는 등 청신호가 켜져 있다.

2001년 주식시장에는 또하나의 먹구름이 짙게 깔려있었다. ‘현대호’ 침몰에서 보듯 ‘시장(Market)’의 냉혹한 퇴출논리와 구조조정과정에서 촉발된 부도 도미노 공포였다. 기업이 언제 어떻게 간판을 내릴 지 모르는데 그 기업에 투자할 엄두가 나지 않았던 셈이다.

전문가들은 지난해 구조조정이 상당부분 마무리된데다 올해 경기회복에 따른 기업실적 개선이 뒷받침될 경우 금융시장의 불안심리가 해소되면서 부동자금이 증시로 이동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신한증권 박효진 연구원은 “98년 채권활황, 99년 주식활황, 2000년 동반침체에 이어 다시 2001년 채권 호조를 지나 2002년에는 구조조정의 성과와 전세계적인 유동성을 바탕으로 주식활황의 사이클을 보여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월드컵특수도 증시에는 ‘보약’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에 따르면 월드컵의 경제파급효과는 11조7,130억원에 이른다. 중형 승용차 70만4,000여대를 파는 것과 같고 서울시의 1년 예산과도 맞먹는 규모로 경기 회복과 주가 상승에 연쇄 효과를 일으킬 것으로 기대된다.

이와 관련, HSBC는 1966년 이후 월드컵을 개최한 개발도상국들의 주가가 개최일 전 6개월 동안 평균 9% 이상 뛰었다는 흥미있는 분석결과를 내놓았다.

언제쯤 얼마나 오를까.2002년 증시는 600선을 바닥으로 최고 900선까지 올라갈 것이라는 게 국내 증권사들의 대체적인 견해다. 시기는 상반기 조정과정을 거치다 하반기 경기회복을 발판으로 주가가 큰 폭의 상승흐름을 탈 것이라는 예상이다.

굿모닝증권 홍성태 투자전략부장은 “새해증시는 무엇보다 경기가 최대 변수가 될 것”이라면서 “과잉투자와 버블논쟁 속에서 약세를 면치 못했던 IT관련주와 철강 석유화학 등 경기관련주를 비롯해 풍부한 유동성과 추가 합병 등 호재가 남아있는 은행주들이 상대적인 강세를 보일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증시의 불확실성에 항상 유념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엔화가치 하락과 아르헨티나 쇼크 등 대외악재를 결코 무시할 입장이 아니다. 또 우리나라 경기 회복의 전제조건인 미국의 경기회복 지연에 대한 회의도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양대 선거도 증시에는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적지않다. 건국이래 최대 난전으로 치러질 것으로 점쳐지는 대통령 선거과정에서 정치논리에 휘둘려 경제운용에 왜곡 현상이 생길 우려가 적지않다.


안정성 확실한 부동산, ‘땅’에 주목

증시에는 롤러코스터를 타는 아찔한 묘미가 있다면 부동산은 회전목마의 느긋한 재미가 있다. 부동산은 실물자산의 대표적인 투자상품. 원금보장에 따른 안정성 확보가 최대 메리트다.

또 현금가치가 떨어지면 돈을 쥔 사람보다 실물을 들고 있는 쪽이 유리해지는 반사이익도 노릴 수 있다. 때문에 물가상승(인플레) 압력이 동반되는 경기회복기에 더더욱 부동산시장에 이목이 모아진다.

2001년 재테크시장에서는 부동산상품이 단연 발군의 활약을 보였다. 대신증권이 2001년 주식 채권 예금 부동산(아파트) 금 달러 등 주요 재테크상품을 비교한 결과, 소형아파트의 수익률이 40%로 가장 높았다.

1억원을 소형아파트에 투자했다면 에쿠스 한대값 정도인 4,000만원을 건졌다는 계산이다. 이에 비해 주식시장은 24%, 채권은 8.72%로 부동산상품 수익률에 못 미쳤다. 은행예금은 1년 정기예금의 경우 세후 수익률이 4.68%에 그쳤다.

새해에도 부동산상품이 선전할까. 대답은 ‘Yes’다. 단, 역세권 소형아파트나 목좋은 상가처럼 부동산도 주식시장처럼 종목선택이 중요하다는 점과 2001년과 같은 수익을 기대하기는 힘들다는 점에 유의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국토연구원이 최근 발표한 ‘2002년 주택 및 토지시장 전망’에 따르면 새해도 부동산시장의 상승세가 이어져 집값은 5.8%, 전세값은 10.8%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지난해 9.0%, 16.1%와는 차이가 적지않다.

국토연구원 박헌주 토지ㆍ주택연구실장은 “외환위기 이후 저조했던 주택공급이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수급불안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며 “그러나 올해 집값 및 전세값 상승폭이 컸던 만큼 어느 정도 조정은 이루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2001년 주택시장 활황을 주도했던 소형아파트는 소형평형 의무비율제 시행과 월세이자율제한, 분양권 조사 여파를 비롯해 대체상품인 다세대 다가구건설의 급증 등으로 투자수익률이 기대에 못 미칠 가능성이 높다.

이와 함께 복권처럼 당첨만되면 앉아서 돈을 벌었던 신규 분양 아파트 청약시장도 더욱 좁아지게 됐다. 1가구 다통장 제도가 실시되는 3월부터 1순위자들이 대거 늘어나 치열한 청약경쟁을 벌여야 한다.

새해 부동산시장은 상대적으로 ‘땅’에 보다 많은 혜택이 돌아갈 것으로 보인다. 선거를 전후해 각종 선심성 지역개발 사업이 활기를 띠고 각종 규제도 풀리면서 땅에 대한 수요가 늘 것이라는 전망이다.

실물경제의 회복과 주5일 근무제시행으로 기업용 토지와 레저 및 전원주택용 토지수요도 꿈틀댈 것으로 기대된다.

이를 감안, 국토연구원은 2001년 0.7%에 그쳤던 땅값이 새해에는 연간 2.6% 뛸 것으로 내다봤다. LG경제연구원 김성식 연구원은 “새해 재테크는 어느해보다 많은 기회를 제공하는 만큼 판도변화도 빠르고 급하게 이루어질 공산이 크다”면서 “국내외 경기회복과 금리상승에 따른 금융자산 선호, 집값 상승 등 각종 변수들을 면밀하게 점검해 신속하게 움직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김병주 경제부기자

입력시간 2001/12/28 15:33


김병주 경제부 bjkim@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