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IME] 알 카에다의 벼랑 끝 운명

美 "지구 끝가지 쫓아간다" 결연한 의지

요즘 테러리스트들은 도피처를 결사적으로 구해야 할 처지다. 다음 전쟁에 내려질 명령은 이들을 제거하는 것이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아프가니스탄은 테러조직 알 카에다에게 아늑한 집과 같았다. 알 카에다는 아프간의 국영항공사인 아리아나를 이용해 테러장비와 조직원, 대장인 오사마 빈 라덴의 가족과 경호원을 아프간과 중동국가로 자유롭게 이동시킬 수 있었다.

항공업계소식통에 따르면 알 카에다 조직원은 때로는 아리아나 승무원으로 변장해 아프간과 중동국가 이외의 다른 나라로 입국하기도 했다.

황무지 같은 아프간은알 카에다 조직원에게 파라다이스나 마찬가지였다. 탈레반 정권의 호의에 힘입어 빈 라덴 같은 국제 테러리즘 지도자들은 아프간을 조직원을 충원하고, 훈련시키고, 테러 계획을 수립할 둥지로 활용했다.


"테러조직 지원국은 미국의 표적"

지난 주말 알 카에다의 조직원 몇 명은 데이지 커터 폭탄 공세와 국경의 검문이라는 사선을 넘었다. 다른 나라에 새 기지를 물색하기 위해서 였다.

그리고 알 카에다는 이 같은 도망자 이외에도 예멘의 오지와 필리핀의 정글에서 미국의 후미진 교외에 이르는 전세계에 비밀세포를 가지고 있다.

지금 테러리스트와 워싱턴 사이에 치열한 숨바꼭질이 벌어지고 있다. 테러리스트들은 은신처를 유지ㆍ확보하기 위해 백방으로 뛰고있고, 미국 정부는 테러리스트를 발본색원하기 위해 쌍심지를 세우고 있다.

미국 정부가 군에 하달할 다음전투명령은 다른 나라들이 같은 테러조직에 은신처를 제공하지 못하도록 예방하고 제동을 거는 작전이 될 것임에 틀림없다.

테러리스트들은 심지어 지휘부(headquarter)를 원하고 있다. 알 카에다처럼 분권화한 느슨한 형태조차도 조직을 제대로 운용하기 위해서는 커뮤니케이션 센터와 자금 센터가 필수불가결하다는 것쯤은 조직을 꾸려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다.

특히 그들은 훈련소가 필요하다. 자살공격조와 폭탄전문가, 서류위조전문가 등을 양성하고, 세뇌시켜야 하기 때문이다.

테러임무의 성패는 조직원들이 자살공격 같은 비인간적인 불법행위를 할 수 있도록 철저하게 사상무장을 시키는데 달려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아프간에서 거점을 잃고 지도자인 빈 라덴이 쫓기는 처지가 된 알 카에다를 앞으로 누가 이끌게 되더라도 안전하고, 동정적인 지역 여론을 받을 수 있으며, 중앙정부의 권한이 약한 고립된 지역을 새 본부로 찾으려 할 것이다.

하지만 지금 이 시점에서 이런 곳을 구하기가 쉽지 않다. 미국의 압력에 못 이겨서든, 미국의 표적이 될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든 그동안 테러리즘을 지원했던 용의자(수단 리비아)들은 요즘 증거(테러 지원 사실)를 없애려고 애를 쓰고 있다. 테러조직을 못 본 척 눈감아 주던 국가(예멘 파키스탄)들은 테러조직에 철퇴를 가하기 시작했다.

알 카에다가 다음 거점을 마련하지 못하도록 훼방을 놓으려는 미국의 작전은 주로 외교와 정보수집, 법 집행 등에 의존할 것 같다.

군 소식통에 따르면 미국 국방부는 지역 사령관들에게 중동에 배치된 병력 일부를 아프리카와 아시아로 이동시키는 방안을 마련하도록 지시했다.

그러나 기본적인 아이디어는 미국에 우호적인 국가는 고무하고, 자국 내 테러기지가 있어 미국의 공격을 받을까 전전긍긍하고 있는 나라들은 스스로 테러조직을 내몰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본지(타임)의 취재에 따르면 미국 국방부는 100명의 특수전 요원을 필리핀에 배치, 핀리핀 병사들에게 테러 대응 같은 특수작전을 가르칠 예정이다.

필리핀 정부에 대항하고 있는 아부 사이야프 반군은 알 케에다와 밀착되어 있다. 필리핀 병사를 훈련시켜 이들이 반군 퇴치의 선봉에 나서도록 한다는 작전이다.

정보업무에 종사하고 있는 한 미국 관리는 “필리핀은 전세계 소탕 대상 지역 중 하나”라며 “미국 군사고문관(특수전 요원)은 직접 전투에 참가하지 않겠지만 정보거점을 설치해 필리핀 병사들이 반군을 격퇴할 수 있도록 도와줄 것”이라고 말했다.


카슈미르 무장단체와 연계 시도

아프간의 인접국가인 파키스탄은 위험하고 불안정한 나라여서 테러리스트들이 본거지로 삼기에 ‘딱’이다. 무샤라프 정부는 최근 길고 구멍이 듬성듬성 난 국경을 봉쇄하기로 결정했다.

하지만 일단국경을 넘게 되면 도망자들은 따뜻하고 널찍한 주머니에 들어앉을 수 있다. 바루치스탄과 북서국경지대의 파키스탄 주민들은 이들 도망자를 동정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들 지역은 반독립된 부족들이 살고 있어 이슬라마바드의 통치력이 미치지 않는다.

지난 주 테러리스트들은 인도 의사당에서 자살테러를 감행, 테러리스트 5명 등 12명이 숨졌다.

이 사건은 파키스탄과 연계된 테러조직을 다루기가 얼마나 힘든지를 보여줬다. 인도 정부는 카슈미르에서 활동하고 있는 파키스탄의한 무장단체가 자살테러의 배후라고 믿고 있다. 파키스탄은 인도 정보기관이 꾸민 자작극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카슈미르의 무장단체들은 파키스탄 입장에선 자유의 전사이지만 앙숙인 인도 입장에선 양국 국경을 넘나드는 테러리스트에 불과하다. 어쨌든 파키스탄은 이제 국제적인 압력 때문에 그동안 우호적인 관계였던 카슈미르의 테러리스트들에게 총을 들이밀어야 할지 모른다.

알 카에다의 일부 조직원들은 카슈미르로 들어가 기반을 다지고 있는지도 모른다. 특히 이 지역엔 무샤라프 정권을 축출하고 이슬람 정권을 세우려는 이슬람 원리주의 세력이 있다. 파키스탄은 핵 보유국이다.

따라서 이들 무장단체는 알 카에다와 결합, 핵무기를 탈취하려 할지도 모른다.

아프리카의 소말리아는 알 카에다에게 그야말로 안성맞춤이다. 이 나라엔 아프간조차가지고 있었던 중앙정부라고 할만한 조직이 없다. 서로 경쟁관계인 종족지도자나 군벌들이 일정 지역을 영지처럼 자치하면서 할거하고 있다.

종교도 무슬림이다. 국민 다수는 임시 헛간 같은 곳을 돌아다니는 극빈층 유목민들이다. 소말리아의 자생 전투조직인 알 이티하아드 알 이슬라미야(이슬람의 대동단결)는 알 카에다와 연계되어 있다. 이 전투조직은 한때 케나 국경지대와 북동부의 반독립지역인 푼트랜드에 훈련캠프를 운영했다.


소말리아, 예멘 등이 다음 공격목표?

미국은 알 카에다가 한달전쯤 소말리아에서 일부 조직을 복구, 해안선 순찰을 돌정도로 기반을 다져가고 있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미국은 통신감청을 할 수 있는 해군함정을 아라비아해에 배치, 소말리아와 중동 지역의 알 카에다사이에 교신을 엿듣는 한편 만일에 있을 보급물자 지원을 차단하고 있다.

지난 주 미국 관리 5명이 서부 소말리아로 들어가 군벌지도자를 만났다. 또 이스람테러조직 퇴치를 희망하고 있는 에티오피아 군 관계자들과도 면담했다. 분석가들은 이번 여행은 테러리스트들이 은신처를 파악해두기 위한 것이었다고 설명하고 있다.

미 국방부는 소말리아에 알 카에다 세포가 있다고 언급했다. 만약 미국이 아프간 이외의 다른 나라를 공격하게 된다면 소말리아는 논란의 여지가없는 군사적 정치적 목표물이 될 것이다.

이와 함께 테러리스트의 영원한 은신처로 꼽히는 예멘, 빈 라덴를 지원하다 미국으로부터 98년 미사일 세례를 받았던 수단, 울창한 밀림지대를 가진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필리핀 등도 알 카에다가 본부로 눈독을 들일만한 국가들이다.

김경철 주간한국부 차장

입력시간 2001/12/28 1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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