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륜이 넘치는 사회] 사회가 '불륜 불감증'을 조장한다

사회전반에 퍼진 비정상적 남녀관계, 러브호텔 난립 부작용

중소기업을 운영하는 K(45)씨는 지난 주 아내와 위약금 100만원을 건 약속을 했다. K씨는 밤 12시 이전에 반드시 귀가하는 조건으로, 아내는 오전 시간대 TV 드라마와 토크프로그램을 안보는 조건으로 내기를 걸었다.

사건의 발단은 K씨 부부가 한 가정의 불륜을 다룬 모방송국의 아침 프로를 보다가 심하게 부부 싸움을한 것이 계기가 됐다.

그날 이후 K씨는 아내에게 아침 방송을 보지 말 것을 제의했고, 아내도 반대 급부로 K씨의 정시 귀가를 요구, 서로 합의를보게 된 것이다.


드라마의 단골메뉴가 불륜·외도

TV에서 오전 8시반부터 10시까지 아침 시간은 주부 시청자들을 겨냥한 속칭 ‘아줌마 드라마’가 집중적으로 방송되는 시각이다.

이 시간대에 방송되는 드라마나 토크프로는 예외 없이 외도나 불륜 같은 비정상적인 남녀 관계를 다루고 있다. 40대 중년의 바람기를 다룬 ‘새엄마’(KBS2), 유부녀가 기억 상실증에 걸려 다른 남자와 결혼한 것을 다룬 MBC의 ‘보고 싶은 얼굴’,

유부녀와 총각, 이혼녀와 연하 남자의 4각 관계를 그린 SBS의 ‘외출’, 옛 애인과 시누이와의 결혼으로 갈등을 빚는 KBS2의 ‘동서는 좋겠네’ 등 모두가 이 부류에 속한다.

이밖에 시추에이션 드라마인 부부클리닉 ‘사랑과 전쟁’(KBS2)과 아침 토크 프로인 ‘아침 마당’(KBS1) 등도 주로 부부간의 성적 트러블이나 불륜을 주제로 하고 있다.

이런 TV 프로 외에도 중년들의 불륜을 조장하는 요소들은 주변에 폭넓게 퍼져 있다. 1980년대까지만 해도 나이트클럽은 20대 청춘 남녀들의 발산의 장이었다.

하지만 지금 서울과 수도권을 비롯해 중소 도시의 나이트클럽은 30~40대 중년들의 해방구가 돼 버렸다. 밤이면 울긋불긋한 간판을 밝히는 ‘미시클럽’ ‘과부촌’ ‘미인촌’ 등의 단란 주점들은 모두 중년들을 겨냥하고 있다.

이런 곳에서는 예외 없이 30~40대 중년 여성과 남성들의 일회성 짝짓기가 벌어진다. 서울 논현동 신사동 천호동 영등포 수유리 신림동 일대와 경기도 일산 분당 평촌 안양 시흥, 지방의 충주 유성 도고 울산 여수 등 중소 도시에서는 이런 주점들이 성행하고 있다.


인터넷 성인사이트도 한 몫

인터넷이 보급화 되면서 사이버 짝짓기도 급속히 늘고 있다. 요즘 인터넷 성인 사이트에서는 유부남과 유부녀를 이어 주는 ‘뚜클럽’이 유행한다. 문자 위주의 채팅에서 최근 화상 채팅으로 바뀌면서 중년들이 화상 채팅의 주고객으로 부상하고 있다.

화상 채팅방의 한 종업원은 “상당수 화상 채팅 업주들이 남자 중년 손님들을 유인하기 위해 파트타임으로 유부녀나 이혼녀들을 고용하고 있다”며 “유부녀는 처녀와 달리 수입이 된다 싶으면 과감하고 노골적인 포즈와 행동을 취하기 때문에 손님 사이에 인기가 높다”고 말했다.

철없는 10대들의 전유물로 알려졌던 ‘번섹(번개 섹스)’도 지금은 남녀 노소를 가리지 않고 이뤄지고 있다.

불륜이나 외도 인구의 증가로 쾌재를 부르는 곳은 다름 아닌 러브 호텔들이다. 서울 외곽과 수도권 일대에서 유행했던 러브 호텔들이 이제는 한적한 시골에까지 파고들고 있다.

지난해 사회적문제가 됐던 일산 신도시의 러브 호텔들은 서울과 인근 지역에서 몰려드는 손님들로 문제가 되지 전까지만 해도 짭짤한 수입을 올렸다.

러브 호텔의 한 종업원은 “러브 호텔은 낮 손님을 몇 바퀴 돌리냐가 영업의 관건”이라며 “주말이면 몰려드는 손님들로 시간 제한을 하면서 손님을 받고 있다”고 털어 놓았다.

우리 주변에는 이처럼 도처에 불륜과 외도를 유혹하는 손길이 널려 있다. 이런 유혹으로부터 가정과 배우자를 지키는 길은 점점 더 어려워 지고 있다.

송영웅 주간한국부 기자

입력시간 2002/01/02 20:05


송영웅 주간한국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