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IME] 전쟁으로 발딱 선 부시

'테러와의 전쟁'으로 대중적 신뢰 구축

부시 대통령을 전쟁을 치른 다른 대통령과 비교할 수 있을까. 물론 가능하다. 6명의 역사학자들은 부시 대통령이 대중적인 신뢰를 얻는데 성공했고 자신의 참모들에 대해 믿음을 가졌다는 점에서 부시 대통령에게 높은 점수를 주었다.


마이클 베쉬로스

(‘영광을 향하여’ 저자)

미국 대통령은 우선 전쟁을 결정하기에 앞서 반드시 참전의 목적이 가치가 있는 것인지를 따져 참전에 대한 확신을 가져야 한다.

또한 초기단계에 미국 국민들에게 전쟁으로 얼마나 비용이 들 것인지를 명확하게 밝힐 수 있어야 한다. 내가 생각하기에 부시 대통령은 이 두 가지를 놀랄 정도로 잘했다.

부시 대통령은 국민들에게 전쟁은 수년이 걸릴 수도 있으며 이 바람에 국민들이 조바심을 느낄 수도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 전쟁에서 실패할 수도 있으며, 전쟁은 험난한 길이고 엄청난 피를 흘리고 재산상에 큰 손실을 초래할지도 모른다고 경고했다.

부시 대통령이 가장 잘한 것은 자신의 목소리를 냈다는 점이다. 2차 세계대전 당시 미국 무기고에 있던 가장 큰 무기 중의 하나는 당시 대통령이었던 루즈벨트와 미국 국민 사이의 튼튼한 연대였다. 루즈벨트 대통령은 라디오를 통해 국민에게 이야기를 했다.

미국 국민은 루즈벨트 대통령의 말을 무척 신뢰했다. 부시의 화법은 루즈벨트와 완전히 다르지만 부시 대통령이 구축한 국민과의 연대는 루즈벨트 당시와 비슷했다. 부시 대통령의 말을 들을 때 당신은 그의 배짱을 느낄 수 있었을 것이다.

여담이지만 미국 국민은 부시 대통령이 이번 전쟁을 통해 얼뜨기 대통령이 위대한 지도자로 변신했다는 점에서 그를 더욱 사랑하고 있는 것 같다.

사실 많은 사람들은 부시 대통령이 리더십이나 자질이 부족한데도 대통령을 역임한 아버지의 후광 등으로 대권을 잡았다며 그를 상당히 깔봤다.

그러나 부시 대통령은 이번 전쟁에서 자신이 이 같은 대통령의 필수요건을 갖추었다는 사실을 입증,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이는 미국 대통령은 학자풍의 책상물림이나 전지전능한 위인일 필요가 없으며 대통령이 겸비해야 할 가장 중요한 품성은 직관력과 판단력, 원칙론과 가치관이라는 미국인이 가지고 있는 가장 기본적인 대통령상에 부합하는 것이다.


도리스 컨즈 굳윈

(‘범상치 않은 시간, 루즈벨트 대통령 부부’의 저자)

위기는 국면을 전환시킬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그렇다고 역대 대통령들이 이 기회를 모두 활용했다는 뜻은 아니다.

나의 생각으로는 대부분의 역대 대통령은 911 테러 대참사 같은 국가적 비극을 당한후 전쟁 등 중대 결단을 내렸을 것 같다.

따라서 대통령을 평가하는 잣대는 중대결단이 아니라 결단이후 총지휘를 잘 했느냐, 미국 국민과 커뮤니케이션을 잘 했느냐에 달려있다고 할 수 있다.

부시 대통령 측근에는 강력한 외교정책 조언자들이 포진하고 있다. 이들 참모들은 과거에도 함께 일을 해왔고, 경험도 풍부하다. 새내기 대통령에 새내기 참모보다 여건이 휠씬 좋다.

부시 대통령은 자신보다 명성이 높고 경험도 풍부한 사람을 장관이나 보좌관 등자기편 사람으로 끌어들였다. 지도자로서의 강한 자신감을 보여준 것이다.

미국 남북전쟁 당시 대통령이었으며 지금도 많은 미국인들로부터 존경을 받고있는 링컨이 적극적으로 링컨을 꺾고 자신이 대통령이 됐어야 한다고 믿었던 정적들까지 내각에 포함시킨 경우와 비슷하다.


데이비드 케네디

(스탠포드 대학 미국역사 교수)

루즈벨트 대통령은 20세기 들어 전쟁에서 가장 성공한 대통령이라고 할 수 있다. 정치적 천재였던 그는 미국 국민과 매우 선명하고 일관되게 의사소통을 했다. 그는 국민에게 무엇이 어려운 점이며 이 난관을 극복하기 위해 국민의 참여가 왜 중요한지를 알렸다.

어떤 점에서 보면 부시 대통령에게 911 테러 대참사와 테러와의 전쟁은 일종의 선물이었다. 위기는 국민적 컨센서스를 도출할 수 있는 중요한 촉매제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나는 9월20일 의회연설은 매우 효과적이었다는 점에서 부시 대통령에게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이 연설은 여러 가지가 적절하게 고려되어 있었고, 구체적이면서도 감동적이었다. 이 연설은 연설이 할 수 있는 모든 것은 해냈다.

이 연설에서 마음에 걸리는 대목이 있다면 테러리즘에 대해 ‘완벽한승리’를 이루겠다고 다짐한 부분이다. 이는 미국이 감당할 수 없는 비용이 발생할 수도 있다. 결국 실현 불가능한 약속에 불과하다. 우리는 아마도 앞으로도 테러리즘과 함께 살아가야 할 것이다.

아들과 달리 걸프전을 치른 부시 대통령의 아버지는 전쟁을 합리화하는데 명석하지 못했다. 그는 쿠웨이트를 지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작 포인트인 기름에 대해서는 강조를 못했다.


데이비드 맥컬

(‘존 아담스’와‘트루먼’의 저자)

부시 대통령이 엄청나게 잘 하고 있다. 나는 위기를 관리하면서 보여준 그의 능력을 높이 평가한다. 그는 분명하고 결단력이 있었고, 자제력도 겸비하고 있다.

2차 세계대전 직후 미국을 이끌었던 트루먼 대통령은 이렇게 말했다. “우리앞에 놓여있는 일을 아무도 말할 수 없다”고. 맞는 말이다.

부시 대통령이 미국 역사상 최악의 날(911 테러)을 맞을지 누가 알았으며, 또 그가 이 국난을 놀라운 용기와 세련된 방식으로 극복할 수 있을지 누가 예상이나 했겠는가.

그는 역대 공직자 중 가장 단기간에 위상이 높아졌다. 그는 매우 원론적이고 감동적이며,거의 형언할 수 없는 헌신을 피력하는데 주저함이 없었다. 조국과 신에 대한 헌신이었다.


존 키건

(전사학자)

부시 대통령은 지금 이 순간 무척 잘하고 있다. 그러나 911 테러 대참사 이후 고조된 미국인의 애국심에 전적으로 의존한 것이다. 미국의 적을 응징하겠다며 선전포고를 한 대통령은 이 정도의 국민적 지지를 만끽할 수 있었다.

내가 생각하기에 그가 보여준 위기 대응과 위기 관리 능력은 거의 흠모할 수준이다. 더 이상은 거의 없을 것 같다.

그러나 이슬람의 서방에 대한 적개심은 여전하다. 따라서 우리는 아직도 위험하다.

이번 전쟁의 적은 2차 세계대전에서 싸웠던 적과 전혀 다르고 다루기가 더 어렵다. 과거의 적은 굉장히 힘이 강했고, 중앙집권적 공업국가들이었다. 이에 비해 알 카에다는 공격할 타점조차 불분명했다.

히틀러가 이끌던 독일과 싸울 당시만 해도 독일 수도 베를린에 가까이 다가설수록 그만큼 나치즘은 붕괴되었다.

반면 알 카에다는 무정형체(無定形體) 같다. 근거지가 어디이며, 규모는 어느 정도인지, 돈을 얼마나 가지고 있고, 조직원은 누구인지 우리는 정확히 알지 못한다. 나치를 무찌르는 것보다 알 카에다를 퇴치하는 것이 더 어렵다.

히틀러와의 전투가 강력한 박테리아를 박멸하는 것이었다면 알 카에다와의 싸움은 보이지 않은 바이러스를 퇴치하는 작업이라고 할 수 있다.


에드워드 루트왁

(국제전략문제연구소 선임연구원)

부시 대통령을 지금 정확히 평가할 수 없다. 적어도 30년 많게는 100년쯤 지나야 적절한 역사적 평가를 내릴 수 있을 것이다. 거시적 안목에서 일련의 역사적 흐름을 읽을 수 있을 때만이 부시 대통령의 결정이 전략적으로 옳았는지 틀렸는지 판단할 수 있다.

이런 한계에도 불구하고 이번 전쟁과 관련해 부시 대통령을 평가한다면 그에게 상당히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대통령은 군 지휘관에게 많은 주문을 하게 된다.

“미국인은 한 사람도 다쳐서는 안 된다”는 등의 무모한 주문들이다. 부시 대통령은 간명했다. 미국 국방부 장관에게 열심히 싸워서 꼭이겨 달라는 것 뿐이었다.

부시 대통령의 이런 간명함이 911 테러의 거친 속성 때문인지, 텍사스 출신의 성격 때문인지 잘 모르겠지만 어쨌든 이같은 간명함은 대단히 적절한 것이었다.

정리= 김경철 주간한국부차장

입력시간 2002/01/03 1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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