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외선은 겨울 눈꽃의 '가시'

스키장 나들이…강한 햇빛에 노출. 피부·시력에 적신호

올 겨울에는 400만명이 넘게 스키장을 찾을 전망이다.

오랜만에 휴가를 받은 P(42)씨는 최근 스키장을 다녀왔다. 스키장으로 향할 때만 해도 콧노래를 불렀던 P씨는 스키장을 다녀오자마자 시력에 이상이 생겨 병원을 찾아야 했다. 고글을 착용하지 않고 스키를 타던 P씨가 강한 자외선으로 인해 시력이 나빠졌기 때문이다. 맏딸도 피부가 검게 타서 피부과에서 치료를 받아야 했다.

이처럼 ‘겨울 스포츠 꽃’이라는 스키는 적지 않은 후유증을 가져온다. 특히 초보자일수록 준비물이나 건강에 주의하지 않으면 스키를 즐긴 후 각종 질환으로 고생할 수 있다. 스키장에서 생기기 쉬운 피부 트러블과 질환 등을 살펴보기로 하자.


피부건조증

영하의 기온, 살을 에는 듯한 찬바람, 여기에다가 속도감을 만끽하며 스키를 즐기는 동안 노출된 얼굴 피부는 쉽게 거칠어진다. 이 때 피부는 매우 건조해지고 잔주름도 늘어난 것처럼 보인다.

따라서 스키를 타기 전후에 피부에 충분히 습기를 제공하는 게 필요하다. 목욕을 하거나 보습제를 발라 주는 것이 피부 건조를 막기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이다.

또 수면 중에 피부가 건조해지는 것을 막기 위해서는 가습기(실내습도는 65% 정도로 유지하는 게 바람직하다) 등을 이용하는 것도 잊지 말아야 한다.

피부가 겨울철의 낮은 습도와 차고 건조한 바람에 노출되면 수분을 잃게 된다. 피부 표피층과 외부 환경 사이의수분 차이 때문이다. 피부의 수분 손실은 곧바로 피부 건조로 이어지게 되고, 살이 트게 되며 살갗에 미세한 비늘이 생기면서 균열이 일어난다.

이때에는 일단 목욕 횟수를 줄이고, 비누 사용을 자제하는 게 좋다. 세수 등으로 피부가 물에 닿게 되면 반드시 보습제와 같은 피부보호제를 사용한다. 드림피부과 이호균 원장은 “피부에 비늘이 많이 발생하면 젖산이나 알파히드록산 등의 약물이 들어있는 보습제를 바르는 게 좋다”고 말한다.

찬 바람을 많이 쐬어 피부에 당기는 증상이 생기면 스팀 타월을 해주는 것도 효과적이다. 팔팔 끓인 물에서 나오는 김에 얼굴을 쐬거나 수건을 끓인 물에 적셔 물기를 짜낸 뒤에 얼굴을 덮는다. 이렇게 하면 피부에 메마른 수분을 공급해주며 피부 모공이 열려 더러운 찌꺼기가 쉽게 빠져나가게 된다.

입술이 심하게 갈라지고 트면 입술에 수분을 집중 공급해 주는 ‘입술마스크’를 하거나 얼굴용 수분 팩을 입술에 대는 것도 효과적이다.


과도한 자외선 노출

스키장에서의 자외선은 설맹(雪盲)을 일으키는 주 원인이다. 설맹이란 스키를 탈 때 눈(雪)에 반사된 자외선이 눈(眼)의 각막에 화상을 일으키는 것을 말한다.

설맹은 눈이 완전히 머는 것이 아니라 일시적으로 시력이 감퇴되거나 눈부심 현상이 일어나는 것이다. 각막이 손상돼 설맹이 됐을 경우에는 병원에서 치료를 받아야 한다. 설맹은 쉽게 회복되기는 하지만, 증상이 가볍다고 무시하거나 고글이나 색안경을 끼지 않고 스키를 타면 위험할 수 있다.

또 자외선은 설맹 이외에 백내장을 유발하기도 한다. 백내장은 우리 눈의 수정체가 뿌옇게 혼탁해져 시력 장애를 일으키는 질환이다.

서울 강남안과 나화균 원장은 “스키장에서 챙이 있는 모자를 쓰는 것만으로도 우리 눈에 와 닿는 자외선의 양을 50% 정도 줄일 수 있다”며 “가장 좋은 방법은 스포츠용 고글을 착용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그는 “질이 좋지 않은 고글을 착용하고 스키를 타면 눈을 보호하기는 커녕 시력저하와 난시유발, 피로 가중, 두통 및 안통, 설맹 등의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다”고 충고한다.

스키를 즐겨 타면 자외선에 오래 노출돼 자연히 얼굴이 새까맣게 된다. 스키장에서의 자외선 강도는 생각하는 것보다 더 강하다. 한여름 바닷가에서처럼 일광 화상을 입지 않고 단지 피부색만 검게 만들기 때문에 겨울철 스키장에서의 자외선이 강하지 않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이는 잘못된 생각이다.

스키장은 여름철 바닷가에서 일광 화상을 일으키는 자외선 B가 약할 뿐, 피부에 휠씬 더 해로운 자외선 A가 더 강한곳이기 때문이다. 자외선 A는 얼굴을 검게 하기도 하지만 피부 노화를 일으키기 때문에 더욱 주의해야 한다.

따라서 스키장에서는 자외선 A 차단 표시가된 선블록크림(UV A++이상)을 바르는 게 효과적이다.


동상

겨울 스키장에서 생기기 쉬운 질환이 동상이다. 동상은 의학적 의미에서 볼 때 ‘동창’이다. 동창은 추위에 노출돼 발생하는 피부질환 중 가장 가벼운 것으로 특히 추위에 민감한 사람에게 주로 나타난다.

추위에 노출되면 다른 사람보다 혈관 수축이 심해져, 세포조직에 산소가 부족해지고 가렵고 열이 나는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만성적인 경우 겨울마다 재발하고 따뜻한 계절이 되면 없어지기도 한다.

스키를 탈 때 꼭 끼는 옷이나 신발 착용, 너무 무리한 운동으로 인한 피로, 흡연, 음주 등이 모두 동창을 일으키는 요인이 된다. 특히 담배의 니코틴은 말초 혈관 수축 작용이 강해 심한 동창을 일으킬 수 있다.

스키장에서 동창에 걸리면 동창 부위를 40~42도의 따뜻한 물에 20분 정도(붉은 색이 띨 때까지) 담그는 온난 치료법을 사용하면 좋다. 수포가 생겼을 경우 수포를 터뜨리지 말고 안정을 취하며 소독을 철저히 해 감염을 예방한다. 심할 경우에는 피부과에서 적절한 약물 투여와 치료를 받는 게 좋다.


빨간 볼(모세혈관 확장증)

겨울에는 추운 곳에서 따뜻한 실내로 들어오면 얼굴이 후끈 달아오르는 사람이 있다. 심한 사람의 경우 고개를 숙였다가 들기만 해도 얼굴이 빨개지기도 한다.

얼굴이 항상 빨갛게 되는 것은 피부 혈관이 수축되지 않고 확장만 하는 모세혈관 확장증 인 경우가 많다. 이처럼 혈관의 수축 기능이 상실돼 늘어난 혈관은 붉게 보여 대인관계에 자신이 없어지는 것은 물론 더 큰 문제점을 일으킨다.

즉 피부의 적절한 온도조절을 불가능하게 하고 영양공급도 부실하게 해 결국 건강미를 떨어뜨리는 요인이 되므로 올바른 관리와 치료가 필요하다.

피부에 바르는 외용 연고제(특히 스테로이드 연고제) 사용에 주의하며, 사우나를 오래 한다거나 추운 곳에서 갑자기 뜨거운 곳으로 들어간다든지, 겨울철에 난로 주위에 오래 있다든지 하는 것은 좋지 않다.

직사광선, 심한 피부 마사지 등을 피하고, 그 외에 맵거나 뜨거운 음식, 커피, 술, 담배 등도 악화 요인이 되므로 삼가야 한다.

모세혈관 확장증이 있는 사람은 온도차를 급격하게 느끼지 않도록 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 미지근한 물로 얼굴을 씻고 피부에 자극을 줄 수 있는 화장품을 되도록 사용하지않는 게 좋다.

얼굴이 빨갛게 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는 피부의 혈액순환이 잘되도록 해주어야 한다. 가장 쉽고 좋은 방법은 얼굴마사지다. 그러나 피부가 아주 약할 경우에는 마사지보다는 따뜻한 스팀 타월로 가볍게 눌러 주거나 두드려 주는 것이 효과적이다.


<좋은 고글을 고르기 위한7 가지 방법>

1. 고글의 사용목적이 패션에 있는 게 아니라 자외선 차단을 통한 눈 보호라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2. 자외선을 완전히 차단해야 하기 때문에 반드시 자외선 코팅렌즈를 장착한 제품을 사야 한다.

3. 렌즈상단이 진하고 하단이 갈수록 흐려지는 이중렌즈는 눈에서 반사되는 빛을 효과적으로 차단하지 못하므로 단색으로 균일하게 색이 들어가는 게 좋다.

4. 렌즈 색상 농도는 75~80%가 적합하다.

5. 격렬한 운동을 할 때 착용하는 스포츠 고글은 외부 충격에 쉽게 부러지지 않아야 하며 착용감이 편해야 한다.

6. 김 서림 방지(방수) 처리된 제품인지를 확인한다.

7. 안경을 착용하고 스포츠 고글을 사용할 때는 눈의 안전을 위해 강한 충격에도 견딜 수 있는 제품을 골라야 한다.

권대익 문화과학부기자

입력시간 2002/01/04 15:45


권대익 문화과학부 dkwon@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