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전망대] 장밋빛 출발 "연초만 같아라"

2002년은 축구 월드컵과 선거의 해로 꼽힌다. 올림픽에 버금가는 행사인 월드컵 개최로 한국에 쏠린 관심의 눈길은 12월 대통령선거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올해 우리나라는 6개월 간격으로 스포츠와 정치행사 때문에 잇달아 세계의 주목을 받는 셈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월드컵을 보기 위해 한국에 오는 각국 응원단과 관광객이 쓰는 달러와 스포츠 마케팅으로 약8조원의 생산유발효과가 있을 것으로 추산했다.

또 고용창출 효과가 24만 5,000명에 이를 것으로 분석했다. 실제로 98년 프랑스 월드컵의 경우 직접적인 경제적 이득만 80억프랑(약 1조6,000억원)에 달했다.

그해 파리 증권시장 주가는 전년에 비해 45%나 올랐다. 한국월드컵조직위원회에 따르면 월드컵 개최에 따라 1,800억원으로 예상되는 입장권 판매수입을 비롯해 국제축구연맹(FIFA) 지원금, 국내 공식 공급업체 후원금, 기념 주화 발행 수익 등을 합쳐 총 4,000억원 가량의 수입을 거둘수 있다.

FIFA의 215개 회원국 을 비롯해 전세계에서 400억명이 시청할 전망임을 감안하면 한국의 지명도를 높이고 이미지를 끌어올리는 유무형의 경제적 효과는 훨씬 더 크다. 월드컵개최와 대통령 선거가 회복의 기미를 보이고 있는 우리 경제에 플러스 효과를 가져오기를 기대하는 마음 간절하다.


민간소비 회복세, 설비투자 증가세 등 청신호 조짐

우리 경제는 언제쯤 본격적인 회복기에 들어설까. 정부와 대부분의 연구기관들은 올해 상반기는 경기가 바닥에서 횡보세를 보이다가 하반기에 상승세로 돌아설 것이라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정부는 올상반기 경제성장률이 3%대를 기록할 것으로 보고 재정정책 등을 통해 하반기에 5%로 끌어올려 연간 4% 이상의 성장을 달성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지난 해 4.3% 오른 소비자물가도 3% 안팎에서 안정세를 보이고 경상수지는 지난 해보다 규모는 줄어들겠지만 40억~50억달러의 흑자기조를 유지할것이라는 얘기다. 연구기관과 해외투자은행들도 낙관적인 전망을 내놓고 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올해 성장률 전망을 당초의 3.3%에서4.1%로 상향조정했고 씨티은행, 리먼브러더스증권도 5%대의 높은 전망치를 내놓았다. 연구기관들은 우리 경제를 낙관적으로 만드는 요인들을 여럿열거하고 있다.

우선 지난 해 1/4분기까지 경기하강의 주요인으로 작용하던 민간소비가 2/4분기 이후 회복세로 전환됐다.

또 2/4분기 이후 소비의회복에도 불구하고 경기침체를 심화시킨 수출 및 투자 하락세도 둔화하고 있다. 반도체 128MD램의 국제 현물가는 최근 2달러 안팎까지 올랐고 금융시장의 불안요인이던 부실 기업 처리문제도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다.

실물경기 지표도 크게 호전된데 이어 설비투자는 13개월만에 증가세로 반전됐다. 인플레압력이 크지않고 유가 등 국제원자재 가격이 안정세를 보이고 있어 물가도 안정될 전망이다.

물론 비관론도 나오고 있다. 미국의 경제회복 지연, 일본의 2년연속 마이너스 성장 등으로 올해 우리경제의 회복속도를 낙관할 수 없다는 지적이 그것이다. 일본 엔화의 약세로 원화 가치가 동반 하락하고 선거를 앞두고 인플레 심리가 발동할 위험도 경계해야 할 변수다.

그러나 전반적으로 경기가 저점을 통과하면서 하반기에 투자심리가 살아나고 수출도 회복될 것이라는 전망이 무게를 더해가고 있는 형국이다. 이같은 전망은 주식시장의 활황세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지난 주 주식시장은 새해 경기회복 기대감을 반영하며 급등세로 마감했다. 연초마다 주가가 강세를 보여 온 이른바 ‘1월 효과’를 본 덕도 있지만 거래소시장은 새해 첫날부터 720선에 올라서 주말엔 16개월여만에 740선을 회복했다.

특히 외국인은 새해 들어 사흘 연속 주식을 순매수하며 지수상승을 이끌었다. 국내기관도 지난 해 말 이후 5일 연속 매수우위를 보이며 외국인과 함께 쌍끌이 장세를 연출했다.

결국 지난 한주간 거래소시장은 54.02포인트(7.78%) 오른 747.72으로 새해 첫 주를 마감했다. 단기급등에 대한 우려감을 장중조정으로 소화해내는 왕성한 식욕으로 미뤄보면 최대 저항선이라고 여겨지는 750돌파도 시간문제라는게 증시관계자들의 견해다.


주가 750선 낙관, 美 기술관련기업 실적발표가 변수

이번 주 거래소시장은 지난 주와 마찬가지로 외국인과 프로그램매매가 주요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뉴욕증시 등 대외변수가 급격히 악화되지 않는다면 외국인의 매수세가 좀 더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이 경우 지수 관련주를 중심으로 주가가 재차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

주식시장의 변수는 10일로 예정된 옵션만기일. 5,000억원을 넘는 것으로 추산되는 매수차익거래 잔고가 청산될 가능성이 없지 않기 때문이다.

아울러 주말로 예정된 미국기업, 특히 기술 관련기업들의 실적발표도 단기 등락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10일 금융감독원은 2001년 국내은행권 영업손익 동향을 발표한다. 지난 주 말 은행주가 증시를 뜨겁게 달군바 있고, 유동성 장세의 최대 수혜주 가운데 하나가 은행주라는 점에서 투자자들의 주목을 끌 것으로 보인다.

공적자금 투입은행을 비롯한 시중은행들의 수익은 크게 향상될 것으로 예상된다. 애널리스트들은 2001년 예상실적기준 은행업종 주가수익비율(PER)이 8배수준으로 시장평균(14배)에 비해 크게 저평가됐다고 보고 있다.

상승여력이여 전히 남아있다는 분석이다. 한국은행이 10일 발표하는 12월 생산자물가는 안정기조를 지속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한은은 또 이날 2002년 통화신용정책 운영계획 및 2002년 1월중 통화정책방향을 내놓는다. 미국증시에서는 10일 모토로라를 시작으로 기업실적 발표가 줄을 잇는다.

이창민 경제부차장

입력시간 2002/01/08 1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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