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 간디에 대한 '인간과 성자' 사이의 간극

■ 마하트마 간디(GANDHI)
(요게시 차다지음/정영목 옮김/한길사 펴냄)

폭력은 인간의 존엄성에 대한 부정이다. 무자비한 폭력은 피해자의 육체 뿐 아니라 영혼에까지 상처를 입힌다. 군부 독재의 서슬이 퍼렇게 살아 있던 1980년대말까지 우리 사회 곳곳에서 공권력에 의한 폭력이 자행됐다. 폭력은 필연적으로 또 다른 폭력과 보복을 부른다. 지금도 우리 주변에서 어떤 형태로든 폭력은 계속 일어나고 있다.

비폭력과 동정심으로 인류를 사랑했던 ‘20세기 위대한 영혼’ 마하트마 간디(1869~1928년)의 일생을새로 복원한 평전 ‘마하트마 간디’가 출간됐다.

진리, 비폭력, 자치,금욕을 주창하며 영국 식민지하의 인도 독립을 위해 죽음의 한가운데 섰던 간디. 이 책은 그의 출생에서 풋내기 변호사를 거쳐 인도와 인류의 정신적지도자로 성장하기까지의 과정을 보여줌으로써 ‘비폭력의 상징’ 간디를 부활시킨다.

이 평전의 특징은 기존 간디 서적과 달리 그의 후반부 생에 많은 부분을 할애하고 있는 점이다. 이 책은 간디 자신이 쓴 두 권의 자서전과 인도 정부가 펴낸 간디 평전(전90권), D.G. 텐둘카르의 ‘마하트마’(전8권), 피아렐랄의 미완성 전기인 ‘초기 단계와 최후 단계’, 그리고 1942년에서 1947년까지의 자료로 구성된 만세르프와 문의 ‘권력의 이동’(전12권) 등 여섯 권의 책을 바탕으로 집필됐다.

특히 이 책에는 기존의 평전에는 없는 후반기의 암살 계획과 실행 상황, 암살자 나투람 고드세의 재판 기록 등 간디 암살을 둘러싼 당시의 특수 상황을 최초로 기술하고 있다.

저자는 그 동안 많은 신화들로 포장돼 있는 ‘성자 간디’가 아닌 ‘인간 간디’를 찾으려고 노력했다.

저자는 ‘마하트마’ ‘힌두의 성자’ ‘국부’ 같은 진부한 호칭은 인류 문명의 역사에서 간디가차지하는 자리를 제대로 묘사하지 못한다고 주장한다. 간디가 특별한 신성(神聖)을 갖춘 사람이었지만 결함과 약점이 있는 것 또한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라고 지적한다.

어린 시절 아내와 잠자리를 갖는 육욕 때문에 부친의 사망 순간을 못 지켜 봤던 일화와 유독 어둠을 두려워했던 간디의 유약한 성격 등이 소개 된다.

저자는 간디가 늦은 나이에 완전한 금욕 실험을 위해 외손녀 마누와 잠자리를 같이 하자고 했던 일이 추문으로 소문나면서 마음의 상처를 입었다고 말한다.

간디의 성격과 이념에 큰 영향을 주었던 주변 여성들도 소개한다. 종교적으로 가장 영향을 받았던 어머니를 비롯해 간디가 죽을 때까지 헌신적이었던 아내 푸틀리바이, 유럽 친구 소냐 슐레신, 간디 동지 중 가장 뛰어난 인물로 평가 받는 사로지니 나이두, 양 딸이자 비서였던 미라벤, 외손녀 마누와 아바 등 주변의 여성들은 간디의 비폭력주의 신념에 적잖은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911테러와 미국의 보복 공격,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의 유혈 분쟁, 인도와 파키스탄의 종교 전쟁 등 아직도 지구촌은 폭력으로 얼룩지고 있다. 한동안 잊혀 졌던 간디 평전이 다시 빛을 발할 수 있는 요인들이 우리 주변에는 너무도 많다.

송영웅 주간한국부기자

입력시간 2002/01/08 19:42


송영웅 주간한국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