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연해의 中國통신](16) 중국경제의‘生力軍’ 사영기업

올해 중국의 정치과정에서 가장 큰 행사는 후반기에 개최될 제16기 공산당 당대회(약칭 16대)다. 당대회는 5년마다 열리지만 이번 16대는 21세기 들어 처음 개최되는 터라 의미가 크다.

중국사회과학원이 최근 발표한 ‘중국 사회형세 분석및 예측’ 백서에 따르면 정치개혁 가속화와 함께 경제발전의 새로운 목표가 16대에서 확립될 전망이다.

이 같은 측면에서 16대의 핵심 사안은 지도부 세대교체의 형태와 자본가의 공산당 입당 허용 여부다.

특히 자본가 입당 문제는중국 공산당의 이념 비전을 보여줄 것이란 점에서 관심을 증폭시키고 있다. 자본가 입당 허용은 과거 덩샤오핑(鄧小平)이 ‘계급투쟁노선’을 폐기한데 못지않은 공산당의 성격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자본가 입당 문제는 이미 지난해 7월1일 장쩌민(江澤民) 당총서기의 창당 80주년 담화를 통해 정식 거론됐다. 장쩌민이 보수파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이 문제를 제기한 것은 무엇보다 계획경제에서 시장경제로의 전환이 궤도에 올랐음을 시사한다.

아울러 생산력 발전(경제발전)이 최우선이라는 덩샤오핑의 ‘검은 고양이, 흰 고양이’론을 재확인한 것이기도 하다. 자본가가 대표하는 사영(私營)기업이 중국경제의 필수불가결한 요소가 됐다는 의미다.

중국정부의 2000년 6월말 현재 공식통계에 따르면 사영기업 수는 158만7,000여개에 달했다. 사영기업에 종사하는 인원은 2,085만명. 사영기업이 창출하는 일자리는 매년 300만개 이상 증가하고 있다. 이 같은 고용증대 효과는 국유기업 개혁에 따른 샤깡(下崗ㆍ실업)인원을 대거 흡수해 사회안정에 큰 기여를 하고 있다.

1999년 사영기업이 창출한 총가치는 7,688억위엔(위엔:원=1:160)에 달해 전년비 30.3% 성장했다. 수출을 통한외화획득은 359억위엔으로 전년비 91.8% 늘었다.

1998년 말 통계에서는 사영부문의 창출가치가 이미 국유부문을 능가했다. 국유기업(중앙정부소유)과 집체기업(지방정부 소유), 사영부문(자본가 소유)의 총 창출가치 비율은 각각 28.24%, 38.41%, 40.02%였다.

사영기업은 과학기술 발전에도 첨병 역할을 하고 있다. 1999년 과학기술분야 사영기업은 2만개에 고용인원 490만명, 외화획득액 158억달러를 기록했다. 사영기업은 이에 따라 국민경제의 ‘생력군(生力軍)’이자, 시장경제의 주요 추동력, 기술혁신의 주력군, 국유기업 개혁의 받침대로 불린다. 생력군은 ‘신예부대, 또는 조직에 활력을 불어넣는 새 피’를 말한다.

자본가는 1978년 개혁ㆍ개방정책 채택과 사영기업이 허용되면서 새롭게 나타난 존재다. 전민(全民)소유제와 국유제 유일체제에서 탈피해 사유제를 병존시키면서 자본가도 함께 출현한 것이다.

사유제는 1987년 13대에서 ‘사영경제의 존재와발전 필요성’을 인정하면서 존재공간을 공식적으로 확보했다. 이어 1992년 14대에서 ‘공유제를 보충하는 요소’로, 1997년 15대에서는 ‘사회주의 시장경제의 중요 구성부분’으로 잇달아 승격됐다.

시장경제의 효율성을 중시한 이 같은 방침에 따라 과거 사영기업에 대한 각종 장애는 차례로 제거됐고, 자본가의 자본축적도 가속화됐다. 자산 100만위엔 이상의 자본가는 1995년 이미 300만명을 돌파했다.

돈과 권력이 통하는 것은 사회주의 중국도 예외가 아닌 것 같다. 이들자본가가 정치적 영향력, 즉 시장경제화를 위한 압력집단으로 변하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그러면 자본가 입당 허용은 공산당의 변질을 의미할까. 여기에는 두가지 해석이 있다. 우선 경제적 하부구조의 변화에 따라 중국공산당이 유럽식 사회민주당으로 자기변신을 추구하고 있다는 의견이 하나다.

또 하나는 자본가를 공산당 체제속으로 편입하려는 일종의 ‘통일전선전술’로 보는 견해다. 자본가를 공산당의 적이 아닌 우군으로 만든다는 것이다.

공산당 1당체제 유지를 중시한다면 후자의 해석이 설득력있다. 실제로 공산당은 1991년 하달한 ‘15호 문건’을 통해 자본가를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ㆍ국회)와 전국정치협상회의(정협)대표로 영입해 왔다.

현재 전인대와 정협의 자본가 대표는 각각 48명, 46명이다. 16대에서 자본가가 드디어 공산당원으로 올라설지, 만약 그렇게된다면 ‘자본가 공산당원’이 1당체제에 얼마나 충실한 존재로 남아 있을지 주목된다.

입력시간 2002/01/09 1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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