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식이 벤처다] "고액과외 안시켜도 우등생 됐어요"

현대판 '맹모삼천지교' 실천한 수험생 어머니

요즘 학부형들 사이에서는 ‘천문학적인 과외비를 들이느니 차라리 해외로 조기 유학을 보내자’는 바람이 불고 있다.

젊은 부부들도 ‘교육비가 부담돼 자식은 한명이상 못 가진다’는 말을 한다. 전업 주부 서연숙(42ㆍ여ㆍ가명)씨에게는 이런 주변의 말들이 다른 나라의 이야기처럼 들린다.

서씨는 중소기업에 다니는 남편과의 사이에 고1인 정민(17), 중3인 주민(16) 두 아들을 두었다. 서씨는 지금까지 남들이 그토록 걱정하는 사교육비로 인해 고민해 본 적이 한번도 없다.

그렇다고 서씨가 두 아들의 교육을 등한시 한다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서씨 역시 자식이 잘되기 만을 학수고대하는 이 시대의 다른 부모와 똑같은 평범한 어머니이다.


정규교육에 주력, 서점 나들이가 고작

서씨의 두 아들은 모두 모범적인 우등생이다. 특히 기대를 걸고 있는 장남 정민군은 과학고에서도 수재로 꼽힐 만큼 두각을 나타나고있다. 다소 내성적인 성격인 정민군은 전교 3등 밖으로 밀려난 적이 없다.

그렇다고 지금까지 학원이나 과외 수업은 받은 적도 없다. 중학교 2학년때 수학 올림피아드 경시대회를 앞두고 아버지가 강제로 잠시 학원을 데려 간 적이 있으나 본인이 ‘도움이 안 된다’며 극구 사양, 결국 얼마를 다니지 못했다.

주변에서는 ‘남들은 학원이나 고액 과외니 갖은 노력을 다해도 안 되는데 어떻게 혼자 힘으로 경쟁이 치열하다는 과학고에서 최정상권을 지킬 수 있으냐’ 하고 의아하게 생각한다.

이런 의문은 정민군의 남다른 의지와 나름대로의 생활 철학, 그리고 이를 뒷받침하는 어머니 서씨의 배려를 보면 수긍이 간다.

정민군은 어려서 부터 조금은 남달랐다. 호기심이 많아 다른 아이에 비해 유독 질문이 많았고, 그 내용도 제법 어른스러웠다. 유치원을 보내거나 따로 가르친 것이 없는데 혼자서 한글을 깨우쳤고, 한문도 신문을 보면서 자기 혼자 터득했다.

‘범상치 않은 아이니 영재 학원을 보내라’는 주변의 권유가 있었지만 서씨는 평범하게 키우고 싶어 정규 교육만 착실히 시켰다. 대신 마음의 양식을 키우기 위해 어릴 때부터 두 아들을 데리고 틈만 나면 서점에 갔다. 물론 경제적인 형편이 넉넉지 못했던 것도 한 이유 였다.

정민군의 비범함은 초등학교 때부터 나타났다. 초등학교 1학년때 컴퓨터 독학에 들어가더니 3학년때 워드 프로세스 자격증을 획득했다. 5~6학년 때에는 컴퓨터 전문 서적을 혼자 독파, 컴퓨터 학원 강사가 ‘더 이상 배울 것이 없는 아이’라고 할 정도의 수준에 올랐다.

‘컴퓨터 박사’라는 별명을 갖게 된 것도 이 무렵이다. 정민군의 책꽂이에는 중학교 때까지 보던 영어 원서로 된 컴퓨터 서적이 즐비하다. 과학고에 진학해서도 혼자 공부해 전교 최상위권을 유지하고 있다.


재능 살리기 위해 서울로 이사

어머니 서씨의 노력도 컸다. 서씨는 정민군의 남다른 재능을 살리기 위해 초등학교 4학년때 경기 이천에서 서울로 이사했다.

초등학교6학년 때는 좀더 나은 중학교를 배정 받기 위해 등록 마감 3일전에 이사를 하기도 했다. 지금 현재 전세로 살고 있는 아파트도 막내 아이의 고등학교 배정을 받기 위한 것이다. 맹모삼천지교를 철저히 실행에 옮긴 것이다.

서씨는 “처음 정민이가 과학고를 지원하겠다고 했을 때 주변에서 ‘다른 아이들은 모두 선행 학습과외를 받고 올 텐데 정민이가 과연 따라갈 수 있을까’하고 우려했습니다.

하지만 잘 적응하고 있는 것을 보니 너무 기쁩니다. 정민이는 앞으로 ‘도전해 볼 가치가 있는’ 고전물리학을 하고 싶다고 합니다. 하지만 저는 의대 같은 좀더 안전하고 보장된 길을 가줬으면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 솔직히 정민에게 거는 기대가 크기 때문입니다” 라고 말했다.

<사진설명> 학교 교육만으로도 고액과외를 받는 학생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우등생대열에서 실력발휘를 하고 있는 정민군과 어머니, 본인과 어머니의 요청으로 얼굴을 모자이크 처리 했다.<최규성/사진부 기자>

송영웅 주간한국부 기자

입력시간 2002/01/09 18:25


송영웅 주간한국부 herosong@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