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발 아파트값 이상 급등, 강북 등으로 번지며 투기 붐 조짐

서울 강남을 중심으로한 아파트값 이상 급등현상이 점차 심각한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911 미국 테러사건이후 소강상태를 보이던 아파트값이 겨울철 비수기에도 불구하고 매수세가 몰리면서 호가 중심의 매매가가 천정부지로 치솟는가 하면 매물은 아예 자취를 감췄다.

여기에 분양권마저 높은 프리미엄이 형성되는 이상 과열현상이 빚어지고 있으나 거래는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다.

또 이달초 강남ㆍ서초구에서 시작된 가격상승세가 최근 송파ㆍ강동ㆍ강서구 등 강남권 전체로 확산된데 이어 강북권과 수도권으로 점차 번지고 있다.

내집마련정보사 김영진 대표는 “강남지역의 아파트값이 급격히 오를만한 특별한 요인이없는데도 올해 집값이 오를 것이라는 기대심리가 널리 확산되면서 매수세가 강하게 몰려 강남권 아파트값이 폭등하고 있다”며 “투자처를 찾지 못하는 유동자금이 시중에 넘쳐 나는 가운데 아파트값 상승세로 이어질 경우 자칫 80년대 후반과 같은 부동산 투기 붐으로 번질 수 있어 대책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매물없이 호가중심의 가격상승

강남지역의 기존 아파트값은 최근 한달 사이에 대부분 2,000만~4,000만씩 훌쩍 뛰었다. 일부 아파트는 1억원이상이 상승했다.

개포동 주공아파트 31평형은 2주전 3억6,000만~3억7,000만원선에서 지금은 3억8,000만~4억원선으로 6.8%가량 상승했으나 매물이 한 건도 없어 거래가 안된다.

도곡동 주공아파트 13평형은 지난달보다 2,000만원 올라 4억원선에 호가가 형성돼 있으나 매물은 전혀 없다.

특히 대치동 선경아파트 55평과 개포우성 65평형은 각각 1억원씩 올라 9억원과 12억원선에 거래되고 있다.

개포 주공ㆍ도곡 주공 등 거품논란을 불러일으켰던 강남지역의 재건축 대상 단지들조차 3,000만~5,000만원씩 상승했다. 문제는 매물이 아예 없어 호가 중심의 가격상승을 부채질하고 있다는 점.

아파트를 구입하려는 대기수요는 줄을 서고 있지만 기존 아파트는 물론 재건축 대상 아파트와 분양권마저 매물이 사라졌다. 매물을 내놨던 사람들도 가격 상승에 대한 기대심리로 물건을 아예 거둬들이거나 1,000만원이상씩 올려 다시 내놓고 있는 실정이다.


경기회복 기대감으로 여유자금 유입

전문가들은 우선 올해도 여윳돈이 부동산에 몰리면서 집값이 오를 것이라는 기대심리를 꼽고 있다. 신학기를 대비한 매수 수요가 이달초 본격화하면서 부동산 전문가와 연구기관, 언론사등이 한결같이 올해 집값이 크게 상승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아 대기수요가 크게 늘었다는 지적이다.

또 8학군에다 입시학원이 몰려 있는 강남권으로 실수요자들의 관심이 더욱 집중돼 가격 상승 분위기를 부채질하고 있다.

여기에 911 미국 테러사태 이후 조성됐던 시장의 불안요인이 완전히 걷히고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면서 투자자들이 가세하는 양상이다.

여기에 일부 부동산중개업자와 재건축조합 등이 올해 양대 선거를 앞두고 재건축 용적률 규제완화 등의 공약이 나올 것이라는 확인되지 않은 루머 등을 퍼뜨리며 투기를 조장, 가격상승을 유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강북ㆍ수도권으로 확산

강남지역의 가격 급등 불길이 강남권에서 강북권과 수도권 등으로 번지고 있다.

특히 아파트 매매가 상승 영향으로 아파트 분양권 프리미엄까지 크게 들썩거리고 있다. 지난달 26일부터 계약이 시작된 서울지역 11차 동시분양 아파트의 프리미엄이 최고 9,000만원을 호가하고 있다.

개포동 LG빌리지 48평형이 6,000만~8,000만원, 55평형은 7,000만~9,000만원으로 가장 높았다.

도봉구 창동 현대아이파크 분양권 프리미엄은 2주전1,500만원에서 2,500만원선으로 올랐다. 51평형은 3,000만원이상이 올랐으나 매물이 없는 실정이다.

또 최근 재건축 사업 시공사가 결정된 경기 의왕대우사원아파트 21평형은 한달 사이에 1억원이 올라 현재 3억5,000만원선에 거래되고 있다.

강북과 수도권지역의 기존아파트값은 현재 큰 변화가 없으나 수요자의 문의가 쇄도하면서 중소형 아파트를 중심으로 상승채비를 하고 있다.


재건축 기대심리도 한 몫

부동산 정보서비스업체인 닥터아파트가 지난해 12월 22일부터 1월 3일까지 부동산 전문가와 수요자 등 768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강남 아파트값 전망에 대한 설문조사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64.1%(492명)가 강남 아파트 가격에 거품이 많다고 답변했다.

반면 거품이 없다는 응답은 4.2%(32명)에 불과했다. 이는 최근 강남지역 아파트값 이상 급등세가 정상적인 수급관계보다 부동산 가격 상승에 대한 기대심리로 매물이 줄어들면서 가격만 올라가는 이른바 ‘거품현상’임을 보여주는 것으로 분석된다.

또 강남 아파트값이 폭등하는 이유에 대해서는 재건축 이주에 대한 기대심리 때문이라는 응답이 41.7%로 가장 많았다. 다음으로 올해 집값 상승 전망(24%), 거주지로서 강남선호(18.6%), 작전세력의 조작(15.8%) 등이 뒤를 이었다.

최근 2주간 부동산뱅크가 조사한 서울지역 아파트값 상승률은 99년이후 최고치인 1.39%를 기록했으며 강남구와 서초구는 2.71%와 2.42%의 상승률을 나타냈다. 특히 15평이하의 소형아파트는 투기세력이 가세하면서 서초구는 9.94% 포인트나 뛰어 올랐다.


정부, 가수요 차단 등 대책마련에 분주

이처럼 강남지역을 중심으로 한 가격급등세가 점차 확산되자 정부가 대책마련에 나섰다.

임인택 건설교통부장관은 3일 열린 산하단체장 신년인사회에서 “현재 강남지역의 집값은 누가봐도 거품이 많이 형성돼 있으며 비정상적이다”며 “가수요를 차단하기 위한 종합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앞서 국세청은 강남의 일부 부동산중개업자와 전주들이 짜고 아파트값 상승을 부추기고 있다는 정보에 따라 강남권 아파트 거래에 대한 집중적인 감시활동에 들어갔다.

국세청 관계자는 “재건축을 추진하는 아파트를 중심으로 재건축조합과 부동산중개업자 등이 서로 짜고 양대선거를 앞두고 재건축에 대한 용적률 규제완화조치가 있을 것이라는 등의 근거없는 소문을 퍼뜨려 부동산값 상승을 부추기고 있다”며“확인되지 않은 소문을 근거로 거래를 유도하거나 거래차익에 대한 세금을 제대로 내고 있는지 등을 감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과대평가, 거품 걷히면 하락

부동산전문가들은 내년에 집값이 오를 것으로 전망하면서도 비정상적인 호가 급등 양상에 대해 크게 우려하고 있다.

고평가된 강남권 집값이 거품이 걷히면서 하락할 가능성이 적지않은 만큼 실수요자와 투자자들의 냉철한 판단을 당부한다.

내집마련정보사 김영진 대표는 “강남권 아파트는 사두면 무조건 오른다는 심리가 팽배해 있다”며 “우리나라 경제력에 비해 강남권아파트가 과대평가돼 있으므로 매수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고 충고했다.

전문가들은 실수요자들의 경우 주거여건이 좋은데도 아직 매물이 남아 있는 강북지역의 노원ㆍ마포구나 광진구 구이동 등에 관심을 가질 것을 권장하고 있다.

또 지금의 가격 상승열기가 곧 확산될 남양주 덕소와 파주지역은 가격상승 여력이 많아 좋은 매입시점으로 보고 있다. 특히 수도권 지역은 주5일근무제 실시와 상투잡은 서울 아파트값 등으로 올해부터 아파트값 상승률이 서울보다 더 높아질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김혁 경제부기자

입력시간 2002/01/09 19:30


김혁 경제부 hyukk@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