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 위기탈출] 소비자 교육으로 "판로 걱정 끝"

대도시 주민초청 비교시식회 등으로 우수성 알려

충북 청원군 오창면 신평리 신평작목반(회장 김창한ㆍ46ㆍ043-217-7557)18명의 회원들은 연초가 되면 서울 등 대도시 시민들을 마을앞 시설하우스 단지로 초청해 ‘소비자 교육 행사’를 펼친다.

소비자 교육 참가자들은 첨단 하우스에서 농민들의 지도에 따라 작물을 직접재배해보고 타 지역 농산물과의 비교 시식회, 유기농산물 설명회 등에도 참여한다.

신평작목반은 올 행사를 정월대보름 날 서울 경실련과 생활협동조합수도권협회의 도움을 얻어 서울지역 소비자 가족 2,000여명을 초청, 풍악놀이를 곁들인 한마당 잔치로 치를 생각이다. 작목반 김회장은 “소비자가 먼저 우리 농산물의 우수성을 제대로 알아야 믿고 찾는다는 생각에서 이 행사를 연례화했다”고 말했다.


작목반 구성, 시설 자동화로 생산성 향상

이들이 3년전 소비자 교육을 시작한것은 자신들이 생산하는 시설 과채류가 전국 제일의 품질이라는 자부심이 넘쳤기 때문이다.

이곳 농산물은 농약과 비료를 전혀 사용하지 않는데다 농산물잔류검사 등 철저한 사후관리까지 곁들이는 그야말로 완벽한 수준의 유기 농산물. 때문에 일반 농산물보다 50% 이상 높은 가격에도 대형 유통매장등으로부터 주문이 끊이지 않고 있다.

작목반은 올해 3만5,000평의 시설하우스에서 토마토 300톤, 당근 150톤, 늙은 호박 200톤, 딸기와각종 채소류 100톤을 수확, 서울 하나로마트 등을 통해 전량 직판해 10억원이 넘는 순이익을 올렸다. 작목반 가구당 연소득이 6,000만원을 넘는다.

남부럽지 않은 부촌을 이룬 이 마을도 10년 전만 해도 여느 농촌과 별 차이가 없었다. 대다수 농가가 추수기가 지나면 영농자금 상환을 걱정해야 했던 마을에 일대 혁신을 불러일으킨 사람은 작목반 김 회장.

일찍이 20대 때 시설 농사에 눈을 뜬 김씨는 혼자서 대형 거래처가 요구하는 농산물을 연중 안정적으로 납품하기는 어렵다고 판단, 주민들에게 작목반 구성을 권유했다. 10여년간 쌓은 노하우를 전수하면서 작목반에 참가하는 이웃이 늘자 김씨는 판매처 확보에 나서 94년 뉴코아백화점을 시작으로 대형 유통매장에 직판장을 잇따라 개설했다.

이 과정에서 품질을 높이기 위한 자체 작물연구는 물론 시설의 자동화도 게을리하지 않았다.

작목반의 변신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작목반 구성 3년만에 김 회장이 타지역 농산물과의 차별화를 기치로 무농약 재배를 들고 나온 것. 시설 농으로의 작목 전환을 권유받았던 처음 곱지않은 시선을 보냈던 주민들은 또 다시 고개를 내저었다.

유기농법을 채택하면 무엇보다 생산량이 크게 줄고 퇴비 마련등에 일손이 배 이상 들어간다는 이유였다.

그러나 유기농 전문가를 수시로 초청, 실시한 영농교육 덕분에 서서히 친환경 농산물에 눈을 뜨기 시작했고, 99년에는 작목반의 딸기가 전국에서 처음으로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으로부터 무농약농산물 인증서를 받아내는 성과를 올렸다.


화학비료 안쓰고 농협과 직판 계약

작목반의 무농약 재배가 큰 성과를 거두자 마을의 일반 벼농가들도 참여, 올해 생산한 유기쌀을 일반 쌀보다 가마당 2만원이나 높은 가격에 출하, 주위를 깜짝 놀라게 했다. 농약, 비료를 눈씻고 봐도 찾을 수 없는 신평리는 어느새 ‘퇴비 마을’이란 별칭을 얻었다.

신평 작목반은 새해 또 다시 재도약을 꿈꾸고 있다. 지난해 11월 1억6,000만원을 들여 준공한 공정육묘장이 곧 가동에 들어가기 때문이다. 500평의 이 육묘장에서는 각종 과일, 채소 육묘 수십만 본을 짧은 시간에 고르게 키워내 우량 품종의 대량 생산과 생산비 절감에 크게 기여하게 된다.

김 회장은 “올해는 공정육묘장을 통한 우량묘 공급이 가능해졌고 이미 생산량 전량을 농협 하나로마트 등에 직판하기로 예약돼 있어 작년보다 소득이 70% 이상 늘어날 것 같다”며 “농산물 전면 수입개방의 시대에 우리 농민이 살아남으려면 한 차원 높은 품질을 생산하는 길 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한덕동 사회부기자

입력시간 2002/01/09 19:43


한덕동 사회부 ddhan@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