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 위기탈출] 검증된 맛, 이젠 인터넷 판로 개척

왜곡된 유통구조 타파로 생산·소비자 모두에게 이익

전국 최고의 맛을 자랑하는 경북 성주의 참외 재배농가들은 이제 더 이상 대도시 농산물시장만 기웃거리지 않는다. 성주참외가 인터넷이라는 날개를 달면서 매출이 껑충 뛰어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농촌의 생활패턴도 크게 달라졌다. 동틀 무렵이면 비닐하우스로 뛰쳐나가던 농민들은 이제 컴퓨터 부팅으로 하루를 연다. 간밤에 들어온 주문을 확인한 즉시 이메일로 답장을 보내는 이들에게는‘사이버 농민’이란 별칭이 붙은 지 오래다. 간혹 고스톱으로 소일하던 농한기 풍경도 옛말이 되면서 가족간 유대도 두터워지고 있다.

380여세대 1,000여명의 주민이 사는 경북 성주군 선남면 도흥리 도흥참외마을에 정보화 바람이 분 것은 세계사이버대학 김종삼(39ㆍ인터넷비즈니스학) 교수라는 ‘인터넷 전도사’가 있었기 때문.

99년 3월 당시 경북 칠곡의 경북과학대 교수였던 그는 10년째 주말마다 찾는 고향 성주에 문제의식을 품게 됐다. IMF다, 부채다해서 온 나라가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는데도 농촌은 달라진 것이 없었다.


반신반의 주민 설득, 정보화시범마을로

그때부터 그는 수개월째 만나는 사람마다 농촌정보화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그러나 마을 전체에 컴퓨터가 2대에 불과했던 주민들은 “인터넷에다 전자상거래가다 뭐냐”며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뿐이었다. 그해 11월 인터넷 홈페이지 제작 희망농가를 모집했으나 한달후 실적은 단 2명에 불과했다.

고민을 거듭하던 그는 접근방법을 바꿨다. 12월께 상가에 모인 마을 사람들에게 현금뭉치를 내보이며 “형님들 속는 셈치고 한번만 동참해보세요. 이 돈의 몇배는 방에 앉아서 벌게 될 겁니다”라고외친후부터 호응도가 눈에 띄게 달라졌다.

이듬해인 2000년 1월15일에는 27세대가 참여한 ‘도흥리 정보화사업 추진위원회’가 결성되고 2월말에는 도흥참외마을의 인터넷 홈페이지(www.dohung.co.kr)가 탄생했다.

그때부터 모든 것이 일사천리였다. 3월7일 정보화사업단 오픈식, 같은달 16일에는 회원들이 2차 컴퓨터교육까지 마쳤다.

본격적 참외시즌에는 회원들이 서울까지 발품을 팔아가며 전자상거래를 겨냥한 판촉활동을 벌인 결과 지난해 5월29일에는 행정자치부로부터 정보화 시범마을로 선정됐으며 6월29일에는 경북도가 주창한 ‘인터넷 새마을운동’ 선포식 행사까지 이곳서 치러졌다.

무늬만 바뀐 것이 아니었다. 2000년 전자상거래 매출이 2억9,400만원이었던 도흥리는 2001년에는 4억9,600만원으로 늘어났다. 이는 도흥리 지난해 전체 매출액의 5~6%에 해당하는 금액으로 올해 목표는 8억원이다.

도흥리 정보화사업 운영위원회 노성후(40) 회장은 지난해 매출액 7,000만원중 20%를 전자상거래로 팔아 즐거운 비명이다.

주민 정한길씨는 “그동안 카드결제를 하지 못한 대신 인터넷으로 주문만 들어오면 돈이 입금되지 않아도 참외를 배달한 덕분에 전자상거래가 매출액의 30%를 차지했다”며 “올해는 더욱 늘어날 것”이라고 기대했다.


단일품목 전자상거래 성공모델로

도흥참외마을이 국내 최초의 단일품목 집단 전자상거래 성공모델로 꼽히고 있는 것은 매출액 증가 때문만은 아니다.

농민들이 인터넷 주문을 받아 소비자와 1대 1 직거래관계가 형성되면서 참외 품질에 곱절로 신경을 쓰고 있다. 대부분 화학비료를 쓰지 않는 유기농법으로 전환한데다 포장재 개발에도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농어촌 정보화사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경북도도 이 마을을 ‘인터넷 새마을운동’의 모델로 선정, 집집마다 컴퓨터를 보급하고 있다.

도흥리 정보화사업단 단장인 김종삼 교수는 “농민들이 온라인에서 소비자와 직접 만나면서 참외 하나에도 온 정성을 쏟는다”며“유통업자의 횡포에 시달리는 농촌이 하루빨리 인터넷으로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전준호 사회부기자

입력시간 2002/01/09 19:54


전준호 사회부 jhjun@hk.co.kr